K방역 자부하다 백신 차질로 된서리…부동산 稅부담 급증
LH사태에 불공정 이슈 부각…2030까지 등 돌려
野, 吳-安 단일화 시너지…중도층 흡수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민심은 냉엄했다.
지난 2017년 '박근혜 정권'을 탄핵시키고 지난해 4·15 총선에서 민주당에 180석을 몰아줬던 민심은 불과 1년 만에 분노의 불길로 돌변했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의 승패 자체를 뛰어넘어 압도적 득표차엔 성난 민심이 고스란히 담겼다.
7일 치러진 재·보궐선거의 유권자들은 문재인 정부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민주당은 속수무책으로 유권자들의 매서운 회초리를 맞았다.
이번 선거의 패자는 물론이거니와 승자에게도 언제든 채찍을 가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음을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 코로나19 장기화 속 백신 차질에 "더는 못 참는다"
민주당은 집권여당으로서의 문제해결 능력을 부각했으나 유권자들은 외면했다.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며 정부 방역 대책에 협조했으나, 선거 전날 600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를 기록하며 4차 대유행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분노가 폭발했다는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불황에 '민생의 벼랑'으로 내몰린 가운데 정부·여당이 내놓은 재난지원금은 땜질 또는 언 발에 오줌 누기식 처방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수도권에서 5인 이상 집합 금지, 밤 10시 이후 영업 제한 등의 강도 높은 조치가 주먹구구로 적용되면서 영세 자영업자들의 줄폐업을 가속화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특히 정부가 K방역의 자화자찬에 취해 백신 수급 불안을 자초했다고 맹공하면서, 신속한 백신 접종으로 집단 면역을 형성해 일상을 되찾은 선진국 사례를 들이댔다.
국민의힘은 코로나19 위기 속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던 문재인 정부의 누추한 성적표를 정조준하며 "우리에게 기회를 달라"고 표심을 끌어당기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 와중에 성난 부동산 민심도 정부·여당을 강타했다.
21대 국회 초반 압도적 다수의 원내 의석을 앞세워 강행 처리한 임대차 3법, 주택 공시가격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사실상의 증세 효과 등이 모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과감한 부동산 대책이 오히려 집권 세력의 독주를 견제해야 한다는 여론을 촉발하는 계기가 된 셈이다. 이는 재보선 당일 강남 3구의 '분노 투표'로 이어졌다.
전국적인 집값 폭등에 불만 여론이 높아진 가운데 공공 주도 주택 공급 정책의 키를 쥔 LH에서 도덕적 해이가 불거지며 여권 전체가 '내로남불'의 덫에 걸린 모양새가 됐다.
여권은 변창흠 국토장관 사의, 국회의원 전수조사, 특검까지 LH 사태 수습 카드를 총동원했지만, 들불처럼 번지는 '불공정' 이슈를 진화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나이와 보수 성향이 비례한다는 통념을 깨고 20대와 30대가 국민의힘 지지로 기운 것도 공정과 정의를 갈구하는 민심의 한 단면으로 해석됐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내곡동 처가 땅 의혹은 선거 지형을 바꿔놓지 못했다. 거센 심판론 속에서 후보 개인에 대한 네거티브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내세운 '감성 정치' 역시 더이상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청년들에게 '쇼맨십'으로 받아들여지며 역효과를 낳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 野 단일화에 한 발 빨랐던 쇄신…尹 기대감도 한 몫
야권 후보 단일화는 판세가 기우는 분수령이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의 제3지대 단일화, 오세훈 후보로의 최종 단일화를 거치며 국민의힘이 '컨벤션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는 분석이다.
특히 오 후보는 10년의 공백에도 시정 경험을 내세워 나경원 전 의원, 안 대표를 차례로 꺾는 이변을 연출하면서 단일화 드라마의 흥행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주당 박영선 후보도 시대전환 조정훈 대표, 열린민주당 김진애 전 의원과 차례로 단일화를 이뤘으나 체급 차이가 워낙 커서 극적 효과는 크지 않았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중도 외연 확장과 호남 구애로 보수 혁신에 드라이브를 걸어 단일화와 시너지를 일으켰다. 선거 막판에 이르러서야 "통렬하게 반성한다"고 읍소한 민주당보다 몇 박자 빨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우위를 점한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를 '과거와 미래의 대결'로 규정하고, 재보선 이후의 범야권 대통합 시나리오를 띄우며 준비된 미래 권력을 자처했다.
그런 맥락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재보선 판세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야권의 고질적인 인물난 속에 윤 전 총장이 전격 사퇴와 동시에 일약 대권 주자 지지율 1위에 오르면서 야권의 차기 수권 능력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는 것이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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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박근혜 정권'을 탄핵시키고 지난해 4·15 총선에서 민주당에 180석을 몰아줬던 민심은 불과 1년 만에 분노의 불길로 돌변했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의 승패 자체를 뛰어넘어 압도적 득표차엔 성난 민심이 고스란히 담겼다.
7일 치러진 재·보궐선거의 유권자들은 문재인 정부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민주당은 속수무책으로 유권자들의 매서운 회초리를 맞았다.
이번 선거의 패자는 물론이거니와 승자에게도 언제든 채찍을 가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음을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출구조사 큰 표차 승리에 안도하는 오세훈 |
◇ 코로나19 장기화 속 백신 차질에 "더는 못 참는다"
민주당은 집권여당으로서의 문제해결 능력을 부각했으나 유권자들은 외면했다.
기저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국민적 피로가 짙게 깔린 것으로 보인다.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며 정부 방역 대책에 협조했으나, 선거 전날 600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를 기록하며 4차 대유행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분노가 폭발했다는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불황에 '민생의 벼랑'으로 내몰린 가운데 정부·여당이 내놓은 재난지원금은 땜질 또는 언 발에 오줌 누기식 처방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수도권에서 5인 이상 집합 금지, 밤 10시 이후 영업 제한 등의 강도 높은 조치가 주먹구구로 적용되면서 영세 자영업자들의 줄폐업을 가속화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은 정부의 전시 행정 탓에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됐다며 유권자들의 지친 마음을 파고들었다.
특히 정부가 K방역의 자화자찬에 취해 백신 수급 불안을 자초했다고 맹공하면서, 신속한 백신 접종으로 집단 면역을 형성해 일상을 되찾은 선진국 사례를 들이댔다.
국민의힘은 코로나19 위기 속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던 문재인 정부의 누추한 성적표를 정조준하며 "우리에게 기회를 달라"고 표심을 끌어당기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선거캠프 나서는 박영선 |
◇ 집값 폭등에 LH 사태까지…들불처럼 번진 '불공정 이슈'
그 와중에 성난 부동산 민심도 정부·여당을 강타했다.
21대 국회 초반 압도적 다수의 원내 의석을 앞세워 강행 처리한 임대차 3법, 주택 공시가격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사실상의 증세 효과 등이 모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과감한 부동산 대책이 오히려 집권 세력의 독주를 견제해야 한다는 여론을 촉발하는 계기가 된 셈이다. 이는 재보선 당일 강남 3구의 '분노 투표'로 이어졌다.
설상가상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대형 악재로 돌출했다.
전국적인 집값 폭등에 불만 여론이 높아진 가운데 공공 주도 주택 공급 정책의 키를 쥔 LH에서 도덕적 해이가 불거지며 여권 전체가 '내로남불'의 덫에 걸린 모양새가 됐다.
여권은 변창흠 국토장관 사의, 국회의원 전수조사, 특검까지 LH 사태 수습 카드를 총동원했지만, 들불처럼 번지는 '불공정' 이슈를 진화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나이와 보수 성향이 비례한다는 통념을 깨고 20대와 30대가 국민의힘 지지로 기운 것도 공정과 정의를 갈구하는 민심의 한 단면으로 해석됐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내곡동 처가 땅 의혹은 선거 지형을 바꿔놓지 못했다. 거센 심판론 속에서 후보 개인에 대한 네거티브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내세운 '감성 정치' 역시 더이상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청년들에게 '쇼맨십'으로 받아들여지며 역효과를 낳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먹 불끈 쥔 박형준 |
◇ 野 단일화에 한 발 빨랐던 쇄신…尹 기대감도 한 몫
야권 후보 단일화는 판세가 기우는 분수령이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의 제3지대 단일화, 오세훈 후보로의 최종 단일화를 거치며 국민의힘이 '컨벤션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는 분석이다.
특히 오 후보는 10년의 공백에도 시정 경험을 내세워 나경원 전 의원, 안 대표를 차례로 꺾는 이변을 연출하면서 단일화 드라마의 흥행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주당 박영선 후보도 시대전환 조정훈 대표, 열린민주당 김진애 전 의원과 차례로 단일화를 이뤘으나 체급 차이가 워낙 커서 극적 효과는 크지 않았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중도 외연 확장과 호남 구애로 보수 혁신에 드라이브를 걸어 단일화와 시너지를 일으켰다. 선거 막판에 이르러서야 "통렬하게 반성한다"고 읍소한 민주당보다 몇 박자 빨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우위를 점한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를 '과거와 미래의 대결'로 규정하고, 재보선 이후의 범야권 대통합 시나리오를 띄우며 준비된 미래 권력을 자처했다.
그런 맥락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재보선 판세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야권의 고질적인 인물난 속에 윤 전 총장이 전격 사퇴와 동시에 일약 대권 주자 지지율 1위에 오르면서 야권의 차기 수권 능력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는 것이다.
출구조사 결과 지켜보는 김영춘 후보 |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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