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법 시행됐다면 접근금지명령이나 구속 가능했을 것"
세 모녀가 피살된 다음날인 지난달 24일에서야 국회를 통과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은 ‘반의사 불벌죄’(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죄를 묻지 않음) 조항을 그대로 유지하고,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가족 등 주변인까지 피해를 당할 수 있음에도 피해자 범위를 확대하지 않은 한계를 안고 있다.
일단 오는 9월부터 시행되는 스토킹 처벌법은 처벌 수위를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높였고, 흉기 등을 휴대하면 5년 이하 징역·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까지 처벌받을 받게 된다. 이는 15대 국회에서 처음 법안이 발의된 이래 22년 만의 법 제정이다.
‘노원구 세모녀 살인’ 피의자 (사진=서울경찰청 제공) |
7일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스토킹 범죄는 2012년 312건에서 2015년 363건, 2018년 544건, 2019년 583건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스토킹은 단순히 따라다니고 귀찮게 하는 수준이 아니라 정서적, 신체적, 성적, 경제적 폭력을 수반하는 명백한 범죄다. 특히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특성상 피해자에 대한 생활 통제부터 살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범죄 유형으로 진화하며 피해를 가중시킨다.
‘노원 세모녀 살인사건’ 피의자 김태현도 이번 범행 전 수개월간 피해자 중 큰딸을 집요하게 스토킹하며 집착한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는 범행 전 큰딸과 연락을 주고받던 중 큰딸이 실수로 노출한 집 주소를 보고 계속 찾아가 만나려고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김태현에게 희생된 큰딸 역시 스토킹 피해를 일부 아는 이들에게 호소했을 뿐 경찰에 신고는 끝내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지난 6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스토킹 기간이 3개월 정도인 것으로 확인된다. 스토킹처벌법이 있고, 미행한다는 사실들을 신고했으면 경찰이 제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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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현재도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됐다면) 상해나 폭행의 피해를 보지 않아도 (김태현에게) 접근금지 명령이나 유치장에 유치 또는 구속을 시킬 수 있다”며 “실질적으로 스토킹 행위를 멈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수 도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스토커에게 임시 조치를 내려도 병적인 집착이 있어서 계속 어기는 사람들이 발생할 것”이라며 “임시 조치를 상습 위반하는 경우는 구속을 시키는 것이 맞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특히 이 교수는 “스토킹 처벌법에 피해자 신변 보호를 위한 조항들이 좀 더 세세하게 추가돼야 한다”며 “법 안에 쉼터의 운영 방식까지 넣을지, 아니면 다 떼어서 피해자 보호 법률을 새로 정비를 하는 게 옳을지 국회에서 논의해야 할 대목”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스토킹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는 제도가 필요하며, 스토킹 범죄를 다루는 수사기관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노원 세 모녀 살인사건’ 피의자 김태현의 범행 전후 행적과 전과 등이 연일 새롭게 밝혀지고 있다.
범죄심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김태현이 ‘사이코패스’(반사회성 인격장애)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나온다.
경찰은 보강조사를 진행한 뒤 이번 주 후반쯤에는 김태현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김태현의 현재 얼굴은 이때 공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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