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대행플랫폼 배달료 인상
"배달시장 경쟁 심해...라이더 이탈 방지 위한 불가피한 조치"
소비자·자영업자 부담으로 이어져
전문가 "금액 인상 비판에 앞서 배달시장 구조도 들여다봐야"
서울 시내에서 한 배달대행업체 라이더가 배달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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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초영 기자] 코로나19로 늘어난 재택근무와 원격수업으로 배달업 시장이 호황을 맞은 가운데 배달대행료 인상으로 소비자와 외식 자영업자들 모두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업체 측은 배달 수요가 늘고 인력 인건비가 상승한 탓에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여론은 부정적이다. 전문가는 배달플랫폼 구조 등 달라진 시스템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배달시장은 소비자가 배달주문플랫폼(배달의 민족·요기요·배달통)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면 식당에서 이를 접수한 후 배달대행플랫폼(부릉·생각대로·바로고)에 배달을 요청, 배달대행플랫폼이 지역배달대행사에 주문을 접수해 소비자에게 배달하는 구조다.
소비자와 가게 점주가 부담해야 하는 배달료 총액은 지역배달대행사에서 결정한다. 지역배달대행사는 배달대행플랫폼과 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배달업체들이다. '생각대로'와 '바로고'의 경우 지역대행사가 배달료에 대한 결정권을 갖고 있으며, '부릉'은 본사가 배달료를 결정한다.
지난 2월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는 배달수수료를 개편하고 기본 배달료를 인상하며 한 차례 논란을 겪었다. 서울 서초·방배 대리점은 오후 9시부터 1.3km 기본료를 3600원에서 4730원으로 올렸다. 31%에 달하는 인상률이다. 서울 송파 대리점도 1.3km 기본료를 35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렸다.
경기 용인 지역 대리점의 경우 지난달 15일부터 기본거리를 1.5km에서 1km로 줄였다. 일각에선 본사 차원에서 진행된 가격 인상인 만큼 다른 지점도 이처럼 가격 인상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 또한 나왔다.
지역배달대행사가 배달료를 결정하는 구조인 '생각대로'도 지난해 8~9월 사이 배달수수료를 인상한 바 있다. 생각대로 노원지사는 기본 배달료를 3000원에서 3500원으로, 동대문지사는 3300원에서 3500원으로, 서초지사와 송파지사는 각각 35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렸다.
당시 가장 먼저 배달료를 인상한 노원지사 측은 코로나19와 장마로 인해 도저히 감당하기 불가능한 주문량이 쇄도하고 있어 취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양해를 구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비난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노원지사가 발표한 공문에 소비자에게 인상분을 부담시키라는 내용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공문에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때까지 한시적으로 하는 만큼 가맹점 사장님들의 많은 이해와 양해를 부탁드린다"며 "업소에만 인상분을 묻는다면 부담이 많이 될 수 있으니 배달 팁을 소비자들에게 부담시키는 방법으로 권유를 드리고 싶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었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배달료 인상분을 고객에게 온전히 전가할 수 없는 실정이다. 고객에게 인상분을 전가하는 경우 고객 수가 감소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자영업자들은 배달대행회사에 내는 비용을 비롯해 월세와 인건비를 감안하면 적자가 발생한다고 토로하고 있다.
서초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이 모(56)씨는 "얼마 전 배달대행사 측에서 또 배달료를 올렸다"며 "고객에게 배달료 6000원을 받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 가게 부담만 늘었다"고 전했다. A씨는 "치킨집의 경우 포화 상태라 고객 유치가 더 까다롭다"며 "나 같아도 배달료가 6000원이면 안 먹을 것 같아 어쩔수 없이 가게가 더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전 모(45)씨는 "월세랑 중개료로 나가는 돈도 부담스러운데 배달대행사가 배달료를 올려서 차라리 장사를 접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며 "배달료 인상은 결국 배달대행사 배만 불려주는 꼴"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치킨집에서 17000원 가격의 치킨을 배달앱을 통해 판매하는 경우 이익은 2344원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신용보증재단 자료에 따르면 해당 금액의 치킨을 배달앱을 통해 판매할 경우 치킨집은 △원재료비 7469원 △세금 2805원 △임대료(월 100만원인 경우 마리당) 833원 외에 △배달대행료 1500원 △배달앱 중개료 1156원 △결제수수료 560원 △배달앱 광고료 333원을 부담해 2344원의 이익이 남는다.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배달대행업체 라이더들이 배달을 가고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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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배달대행사 측은 배달 인력 유지가 어려워 배달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배달 시장이 커지면서 배달원들이 수수료를 많이 주는 곳으로 빠져나간 탓에 인력 확충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요기요 플러스, 배민라이더스, 쿠팡쿠리어 등과 같이 배달앱들이 직접 배달중개에 나서면서 배달대행사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서울에서 한 배달대행업체 지사를 운영하고 있는 김 모씨는 "배달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어 다들 라이더 모시기에 바쁘다"며 "쿠팡 등에서 라이더들의 인건비를 높여 놔서 라이더들의 이탈을 막으려면 배달료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씨는 "지사가 부담해야하는 라이더들의 보험료도 꾸준히 늘고 있어 굉장히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한탄했다.
상황이 이렇자 배달료 결정권이 있는 지역배달대행사에 대해 배달대행플랫폼에서 나서서 배달료를 규제하라는 여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배달대행플랫폼 측은 지역배달대행사의 배달료에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배달료 인하는 쉽사리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는 배달료 인상으로 소비자와 자영업자의 부담이 늘었다는 여론에 대해 다각도로 접근해봐야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고형석 선문대 법학과 교수는 "소비자와 자영업자 측면에선 비용이 증가하고 부담이 늘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과거 배달원을 고용해 급여라는 비용을 부담하던 방식에서 배달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라며 "단순히 비용이 증가하고 부담이 늘었다고 말할 수 있는지 고민해봐야한다"고 제언했다.
고 교수는 "소비자 입장에선 음식값도 늘고 배달비도 생겼지만 배달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생각해봐야한다"며 "배달료가 갑자기 오른 것이 아니라 예전의 금액이 과하게 낮았던 것은 아닌지, 낮았던 금액을 현실화시킨 것이 아닌가라는 측면에서도 고려해봐야한다"고 강조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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