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깅스는 수치심 유발 복장"
카페 평상복 촬영 1·2심 무죄
"노출이나 굴곡 두드러지않아"
인스타나 페이스북 등 SNS 상에는 각종 쇼핑몰과 유명인 등이 올린 레깅스 사진이 넘쳐난다. 이중 상당수가 레깅스를 일상복처럼 입은 사진들이다. 한 인플루언서가 올린 사진. fnDB |
공공장소에서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는 남성을 성범죄자로 처벌할지에 대해 법원 판단이 달라 주목된다.
올 초 대법원이 레깅스를 입은 여성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혐의(성폭력처벌법 위반)로 기소된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을 파기해 돌려보낸 뒤 불과 3달 만에 다른 판결이 나왔다.
"청순한 외모에 굵은 허벅지를 보고 영감이 떠올랐다"며 카페에서 여성을 몰래 촬영하려 한 남성에게 최근 항소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했다.
공공장소에서 몰래한 촬영을 단순 초상권 침해를 넘어 성폭력처벌법에 저촉되는 범죄로 다뤄야할지 여부를 놓고 일선 수사기관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이유다.
■공공장소 나온 '성적 수치심' 대상 복장
6일 경찰에 따르면 최근 공공장소에서 여성의 신체를 촬영하는 남성들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입건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당초 수사기관이 다루는 몰래 촬영 범죄는 특수한 방법으로 특정 신체부위를 찍는 것에 한했다. 하지만 공공장소에서 통상의 각도로 촬영을 한 것을 두고 허락을 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사례가 늘면서 법 적용의 기준이 분명해질 필요성이 제기됐다.
지난 2018년 5월 버스에 있던 여성 A씨의 뒷모습을 남성 B씨가 휴대폰 동영상으로 8초간 촬영했다. 당시 하의에 레깅스만 입고 있던 A씨는 B씨의 행위를 알아채고 경찰에 신고했다.
1심은 유죄, 항소심은 무죄를 선고해 대법원의 판결에 눈길이 쏠렸다. 대법원은 항소심 판결을 파기해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레깅스가 일상복이 됐다는 항소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몸에 밀착해 굴곡이 드러나 카메라이용촬영죄의 대상이 되는 신체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또 "기분이 더럽다"는 여성의 증언을 처벌요건인 '성적 수치심'으로 폭넓게 해석했다.
■평상복 여성 카페서 무단촬영 '무죄' 판결
서울서부지법은 카페에서 여성을 몰래 촬영하려 한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한 판결이 나와 눈길을 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3부(정계선 부장판사)는 지난달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C씨(43)에게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에 따르면 C씨는 지난해 2월 카페에 앉아있던 D씨(20·여)를 휴대전화로 촬영하려다가 D씨의 항의로 미수에 그쳤다. 당시 경찰에서 C씨는 "청순한 외모에 굵은 허벅지를 보고 아이디어가 생각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심과 항소심은 C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부적절하고 불쾌감을 유발하는 행동일지라도 촬영된 부분이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부위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D씨가 입고 있던 옷이 일상복이고, 노출이나 굴곡이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지난 1월 대법원 판례가 레깅스에 한해서만 노출과 동등한 성폭력처벌법상 불법촬영의 목적물인 신체에 해당한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란 분석이 가능하다.
최지희 변호사(법무법인 산하)는 "성범죄는 보호법익의 성격상 주관성이 강한 측면이 있다"며 "성범죄 성립의 기준은 가해자 의도와는 무관하고, 피해자의 합리적인 주관적 판단을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점에 대하여는 사회적 합의 역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객관적 대상, 즉 특정 신체 부분이나 레깅스라는 특정의 옷차림을 기준으로 단정적으로 판단할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라며 추후 가이드라인으로 보완돼야 할 필요성을 제시했다.
일선 경찰서 관계자는 "레깅스 판결이 하나의 가이드라인이 되는 것 같다"며 "사진작가들처럼 거리에서 아무나 찍는 걸 다 범죄라고 할 수는 없지만 여성의 특정 신체를 노려서 찍었고 휴대폰에 다른 사진들이 나오면 성폭력처벌법 적용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