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손주에 주식 증여로 부의 대물림 수단
최고 600억원대 미성년자 대주주도 수두룩
공모주 한 주 더 받으려 자녀명의 계좌 개설
점차 보편화하는 10대들의 주식 투자 환경 속에 투자 형태의 양극화 현상 또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고액 자산가들은 자녀와 손주들에게 주식을 증여하는 등 미성년 주식투자가 부의 대물림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반면, 일반 투자자들은 공모주를 한주라도 더 받기 위해 미성년인 10대 자녀의 계좌까지 개설하는 등 미성년 주식 투자에서도 사회 전반의 양극화가 고스란히 투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
6일 한국예탁결제원이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세 미만 주식 투자자의 수가 2019년에 비해 3배 넘게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세 미만 주식 투자자의 수는 11만3014명으로 2019년에 비해 243.2% 늘었다. 10세 미만 투자자는 2016년 2만806명에서 2019년 3만2925명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지난해 급증한 것이다. 이 증가폭은 20대(180.5%)나 10대(144.7%) 등 다른 연령대보다 높다.
10세 미만 미성년자의 주식 투자는 전액이 부모로부터 이전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고액 자산가 부모들이 증여세 비과세 한도를 이용해 미성년 자녀들에게 현금 대신 주식을 증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미성년자들의 고액 주식 보유 현황도 두드러진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5일 종가 기준 가장 많은 국내 상장사 주식을 보유한 미성년자는 미용 의료기기 전문 기업인 클래시스 정성재 대표의 자녀다.
정 대표의 17세 아들과 15세 딸은 각각 631억4000만원을 보유하고 있다. 반도체 소재업체 솔브레인홀딩스 정지완 회장의 7살 손녀가 가진 지분 평가액도 626억원에 달해 지난해 8월 540억원에서 약 16% 증가했다.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손자와 손녀 7명은 각각 400억원 안팎의 주식을 갖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주주의 경우 어린 손주가 주식을 증여받는 사례가 늘어나자 이들 주주의 나이도 갈수록 어려지고 있는 추세”라며 “자식에게 증여했을 때 이중 과세를 피하고 배당의 복리 효과도 노릴 수 있어 일찍부터 부의 대물림이 빨라지는 흐름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평범한 중산층 투자자들은 미성년 자녀 명의의 계좌를 개설해 ‘영끌(영혼까지 끌어서 대출)’ 공모주 청약에 나서는 등 대조되는 투자 행태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전체 공모주 물량의 절반 이상을 청약한 투자자 수에 비례해 골고루 나눠주는 균등 배정 방식도입으로 공모주 투자에서는 계좌수가 많을수록 유리하다. 이 때문에 본인 뿐 아니라 미성년 자녀의 명의로 계좌를 개설하는 사례가 폭증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20억원의 주식을 가진 한살배기 영유아가 보유주식 상위 개인주주에 포함돼 있다”며 “이를 통해 미성년 주식보유자 사이에서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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