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막판 쟁점된 '생태탕집', 4·7 재보궐선거 판세 영향 미칠까

내곡동 생태탕집 아들 "오세훈, 2005년 페라가모 신고 왔다"

전날(5일) 기자회견 돌연 취소

與 "무고한 시민 거짓말쟁이로 매도"

野 "민주당, 계속 네거티브…유권자 바보 아냐"

전문가 "절박한 상황에서 네거티브 전략 쓰는 것"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5일 서울 양천구 목동 예총회관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2005년 6월 내곡동 땅 측량 이후 인근 생태탕집을 방문했는지 여부가 선거 막판 쟁점으로 떠올랐다.

여당은 생태탕집 측의 증언을 토대로 "오 후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급기야 "오 후보가 시장이 되면 허위사실 유포로 당선무효가 될 수 있다"라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반면 야당은 생태탕집 측의 입장이 불과 며칠 사이 번복된 점을 지적하며 '생떼를 쓰고 있다'는 취지에서 '생떼탕'이라고 비판하는 등 날 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여야 간 논쟁이 연일 이어지다 보니 생태탕집 논란이 4·7 재보궐선거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는 오 후보의 투기 의혹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정을 덮을 만큼 국민에게 더 큰 분노를 미칠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논란은 지난 2일 생태탕집 주인과 그의 아들 A씨가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오 후보가 2005년 6월 내곡동 땅 측량에 참여한 뒤 식사를 하러 왔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특히 A씨는 "오 후보는 하얀 면바지에 신발은 캐주얼 로퍼를 신고 있었다. 상당히 멋진 구두로 페라가모였다"고 상세한 옷차림을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A씨는 전날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 후보가 생태탕집을 방문한 구체적 정황을 공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신분 등이 노출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이유로 일정을 돌연 취소했다.

민주당은 A씨가 기자회견을 취소한 이유를 국민의힘 책임으로 돌리며 오 후보의 '거짓말'을 부각하는 모습이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오 후보의 거짓말을 용기 있게 밝힌 생태탕집 사장님과 아들에 대한 마타도어와 조롱이 도를 넘고 있다"며 "자신에게 불리한 '진실'을 말하는 시민을 대하는 국민의힘의 행태를 보며, 실망을 금할 길이 없다. 양심선언자에 대한 겁박을 서슴지 않고 있다.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어 "오 후보는 자신의 거짓말이 탄로 날까 봐 무고한 시민들을 거짓말쟁이로 매도하고 있다"며 "허위사실 유포로 당선 무효가 될 수 있는 후보에게 투표하는 시민은 없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연일 오 후보의 '생태탕집' 논란을 언급하는 이유가 지지층 결집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6일 오전 서울 자양사거리에서 출근길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반면 야당은 여당의 생태탕집 관련 주장을 "네거티브"라고 규정하며 반발에 나섰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민주당이 네거티브로 일관했다"며 "적어도 집권 여당이고, 자기 당 소속이 전임 시장을 했는데 (그 귀책 사유로 보궐선거를 하면서도) 공약이라든지 업적 평가, 이런 걸로 가야 하는데 오로지 상대 후보의 내곡동, 생태탕에 집중하는 걸 보고 선거가 불리하니까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구나 판단했다"고 했다.

네거티브란 경쟁자의 부정적 측면을 부각해 반사이익을 취하려는 선거 전략으로 보통 판세가 불리한 후보가 주로 선택한다. 또 이 전략은 중도층이나 부동층 표심을 끌어오기보다는 기존 지지층에게 표를 호소할 때 주로 쓰는 방식이다.

다만 실제로 이 같은 논란이 판세에 영향을 끼칠지는 미지수다. 야당의 경우, 생태탕집 논란이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남은 기간 선거에 특별한 변수가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이틀 동안 변수가 있을 수 없다"며 "민주당에서 계속 네거티브만 하고 있는데 유권자가 여기에 속을 정도로 바보가 아니다"고 했다.

4·7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6일 새벽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박영선 후보 캠프 제공

일각에서는 계속되는 '생태탕 논쟁'이 후보들의 존재감마저 묻히게 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실제로 구글트렌드 검색 빈도 분석에 따르면 검색어 '생태탕'은 5일 한때(오전 8~12시) '박영선'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특히 두 후보는 세 번의 토론회에서 정책 검증을 하기보다는 내곡동 의혹에 대해 계속 언급해 '네거티브 공방'만 남았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전문가는 후보 개인의 투기 의혹이 현 정부의 부동산 실정으로 분노한 국민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부동산 정책 실패,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 등으로 인한 국민의 분노가 크다. 결국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국민의 분노로 인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여당 지지율도 떨어지는 것"이라며 "이때 중요한 쟁점은 오 후보의 개인적인 투기 의혹이 유권자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는 거다. 오 후보 개인의 투기 의혹이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정에 대한 분노를 덮을 정도로 큰 이슈냐는 것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네거티브 전략은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후보가 절박한 상황에서 쓰는 전략이다. 지지율을 뒤따라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는 굳이 네거티브 전략을 쓰지 않는다"며 "네거티브 전략을 하는 후보를 국민들은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이런 인식을 감수하고서라도 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기에 네거티브 전략을 펼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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