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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

박영선·오세훈 묻히고 '생태탕' 남았다…"한편의 블랙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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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발탕 드신 것은 아닌가” (강선우 민주당 의원)

“생떼탕 끓이려 안간힘 쓴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

“생태탕 집 사장들이 들고일어날 일”(정청래 민주당 의원)

서울시장 선거를 코 앞에 둔 지난 2~4일 여야 의원들 사이에 오간 설전이다. 요즘 서울시장 선거판에는 때아닌 ‘생태탕 싸움’이 한창이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2005년 서울 내곡동 처가 땅 측량 현장에 동행하고, 인근 생태탕 집에 갔느냐를 놓고 벌어진 싸움이다. 민주당 측은 “거짓말 후보는 사퇴하라”고 몰아붙이고, 국민의힘은 “저급한 네거티브”라고 맞서고 있다.

급기야 5일에는 오 후보를 목격했다는 생태탕집 주인 아들 김모씨와 측량 현장 목격자가 기자회견을 예고했다가 취소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기자회견을 주관한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오 후보 지지자 등으로부터 테러 당할까 봐 잠정 취소했다”고 밝혔다. 김씨와 그의 어머니 황모씨는 앞서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 공장’에 출연해 오 후보를 목격했고 구두 브랜드가 ‘페라가모’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후 황씨가 다른 언론매체에는 “오 후보가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알려져 진위 논란이 불거졌다. 황씨는 이에 대해 이날 “기자들 전화가 너무 와서 ‘모른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5일 오후 4.7일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방송기자클럽 초정 마지막 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마치고 각자 자리로 가고 있다. 두 후보 측은 2005년 오 후보의 서울 내곡동 측량 입회 의혹을 놓고 이날도 맞붙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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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후보 측의 공격 포인트는 ‘거짓말 프레임’이다. 앞서 “내곡동 땅의 존재를 몰랐다”는 오 후보 해명을 문제 삼으며 “거짓말했으니 사퇴하라”고 공세를 펴는 전략이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정작 의혹의 본질인 ‘오세훈 특혜 압력’을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야권 일각에선 “오 후보가 의혹 초기 ‘몰랐다’ 등 발언으로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오 후보가 시장 당선 전인 2005년 처가 땅 측량 현장에 갔다고 해도 문제될 게 없는 사안”이라며 “처음부터 상속받은 땅이고, 압력이 없었다는 점만 명확히 했으면 됐을 일”이라고 말했다.

생태탕 싸움을 두고 일각에선 “부동산, 코로나19 사태 등 시급한 민생 현안을 생태탕이 묻어 버렸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선거는 이념을 떠나 서울시 최대 현안인 부동산 사태나 코로나 극복 방안 등을 진지하게 논쟁할 기회였다”며 “의혹의 본질을 벗어난 생태탕 싸움이 이런 기회를 내팽개치고 선거 수준을 하락시킨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구글트렌드 한때 ‘생태탕’이 ‘박영선’ 추월



중앙일보

5일 구글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검색어 '생태탕'은 이날 오전 한때 검색어 '박영선'을 추월했다. [구글트렌드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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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탕 논쟁이 아예 후보들의 존재감을 덮어버린다는 데이터도 나왔다. 구글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검색어 ‘생태탕’은 5일 오전 한때(오전 8시~12시) ‘박영선’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구글트렌드는 이용자들의 검색 빈도를 바탕으로 특정 검색어의 검색 수치를 산정한다.

민주당의 한 의원보좌관은 “박 후보가 선거 준비를 열심히 했는데, 생태탕 논란이 박 후보의 장점을 가린 점은 조금 아쉽다”고 말했고, 국민의힘 3선 의원도 “정치가 생태탕에 묻힌 블랙코미디”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오세훈 추가 고발, 박형준 수사 의뢰



중앙일보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사무총장(왼쪽부터), 김회재 의원, 최인호 수석대변인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허위사실 공표죄 추가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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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장 선거 역시 엘시티 특혜 분양 논란으로 진흙탕 양상이다. 김영춘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 캠프는 이날 “공익제보자에 따르면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 일가가 매입한 엘시티 17, 18층 매물은 (엘시티의 실질적 운영자인) 이영복 회장이 로비를 위해 따로 빼놓은 것”이라며 “우연히 샀다는 박 후보 해명은 거짓말”이라고 공세를 폈다.

박형준 후보 측은 이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 황당무계한 내용이라 대응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한다”고 일축했다.

이날 민주당은 “오 후보의 측량 입회 목격이 다수 나왔다”며 서울중앙지검에 오 후보를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추가 고발했다. 엘시티 의혹에 대해선 “박형준 후보가 해명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며 수사 의뢰했다.

손국희ㆍ송승환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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