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의 첫 여성 선장에 도전하는 마르와 엘셀레흐다. [인스타그램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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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속한 사회에선 아직도 여성이 가족을 떠나 먼바다에서 일하는 걸 받아들이지 않아요.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모두의 허락을 받을 필요는 없죠."
이집트의 첫 여성 선장 마르와 엘셀레흐다(29)가 '수에즈운하 사고' 원인이 자신 때문이라는 가짜뉴스에 대해 "영어로 된 가짜뉴스가 다른 나라까지 퍼졌다"며 "이것이 명성과 나의 노력에 영향을 미칠까 봐 우려했다"고 밝혔다.
영국 BBC는 4일(현지시간) 엘셀레흐다가 가짜 뉴스 때문에 곤욕을 치른 사연과 여성 선장으로 일하며 겪는 어려움을 보도했다.
엘셀레흐다는 이집트 여성 중 처음으로 아랍권 국제기구인 아랍연맹(AL)이 운영하는 과학기술해양교통대(AASTM)를 졸업하고 일등항해사로 일하고 있다. 상선 선장을 꿈꿨던 그는 당시 이 대학이 여성 지원자를 받지 않았음에도 오빠가 이 대학에 입학한 것을 보고 용기를 냈다. 호스니 무바라크 당시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낸 것. 결국 합격통지서를 거머쥘 수 있었다.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지나다 좌초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아래 사진)가 운하를 가로막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28일 찍힌 위성 사진.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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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에즈 운하 사고 당시 그는 이곳에서 멀리 떨어진 알렉산드리아 인근 지중해에서 해상 안전 지도선 일등항해사로 일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달 23일 '에버기븐호'(Ever Given)의 좌초 소식을 듣고 인터넷에서 이를 검색하다가 충격을 받게 된다. 선박 좌초 사고가 자신 때문이라는 루머가 SNS를 통해 널리 퍼지고 있었던 것.
아랍뉴스가 이집트에서 처음으로 여성선장에 도전하는 엘셀레흐다의 성공 스토리를 보도했는데, 한 네티즌이 그녀를 에버기븐호 사고의 주범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아랍뉴스는 가짜뉴스가 퍼지자 지난달 28일 "SNS에 유포된 기사는 가짜뉴스"라는 해명을 하기도 했다.
그는 "가짜뉴스는 부정적이고 가혹했지만, 일반인들 그리고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많은 지지를 해줬다"며 "내가 받는 지지와 사랑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내 분노가 감사한 마음으로 바뀌었다. 어쨌든 나는 전보다 훨씬 유명해졌다"고 말했다.
한편 엘셀레흐다는 또 어렵사리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줄곧 여성차별을 경험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배에 타면 모두가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나이 든 남자들뿐이었다"며 "정신 건강에 영향을 받지 않고 이런 상황을 극복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고 했다.
다음 달에 정식 선장이 되기 위한 시험을 치르는 그는 "해운업에 종사하려는 여성들에게 내가 줄 수 있는 메시지가 있다"며 "바로 사랑하는 일을 위해 그리고 부정적인 요소들이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싸우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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