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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이슈 국내 백신 접종

정부,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에게 국내외 여행 허용하는 '백신 여권' 도입 공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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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률 아직 낮은 상황에서 성급한 발표란 지적도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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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은 주요국들이 백신여권을 통한 일상생활 복귀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백신 여권 도입에 긍정적인 모양새다.

백신 여권은 이미 개발된 기술을 적용할 수 있어 기술적인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나라별로 인정되는 백신 또는 코로나19 관련 검사 조건 등이 상이할 수 있어 이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2일 업계와 뉴스1에 따르면 미국 바이오전문매체 바이오스페이스는 최근 글로벌 백신 여권이 일상생활로의 복귀 속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백신 여권은 코로나19 유전자증폭검사(PCR) 결과 및 항체 생성 그리고 코로나19 백신접종 여부 등 코로나19와 관련된 정보가 포함된다. 백신 여권 자체가 코로나19에 대한 면역력을 가졌다는 의미로 통용되는 것이다.

따라서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을 맞은 사람들이 백신 여권을 이용해 여행이나 스포츠 행사, 콘서트 및 종교행사 등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어 일상생활로 돌아가는데 일종의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자국에 입국하는 외국인들이 시노백의 코로나19 백신 '코로나백'을 접종했을 경우 비자 제한을 완화하고 서류 작업을 줄여준다. 또한 코로나백을 접종한 외국인들은 입국 시 코로나19 검사를 건너뛰거나 여행신고서를 작성할 필요도 없다.

이스라엘도 백신 여권인 '그린 패스'를 도입했으며 유럽연합(EU)은 오는 6월부터 백신 여권을 도입할 계획이다.

백신 여권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개인 식별자와 정보를 읽을 수 있는 링크만 있으면 된다. 즉 스마트폰에 저장되는 디지털 문서 형식이나 종이 등의 형태로도 배포가 가능하다. 이를 사용자의 예방접종 데이터를 스캔할 수 있는 QR코드나 바코드를 이용해 읽어내면 된다.

백신 여권의 데이터는 블록체인을 이용한 분산원장기술(DLT)을 사용해 보안을 강화할 수 있다. DLT는 거래 정보를 기록한 원장을 특정 기관의 중앙서버가 아닌 분산된 네트워크에서 참여자들이 공동으로 기록 및 관리하는 기술이다.

우리 정부도 백신 여권 도입에 긍정적이다. 지난 1일 정세균 국무충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모두발언에서 "백신 접종 이후, 많은 사람들이 일상 회복을 체감하려면 소위 백신 여권 또는 그린카드의 도입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올해 초부터 준비를 시작해 시스템 개발을 완료했고, 이번 달에 인증 앱을 공식 개통한다"고 밝혔다.

관건은 백신 여권이 국제사회에서 표준화돼야 한다는 점이다. 가령 국내에서 승인된 코로나19 검사 또는 백신이 상대 국가에서도 허가받았는지가 중요하다.

백신 접종이 모든 사람들에게 형평성있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지난 31일(현지시간) 미국 마켓와치(MW)는 미국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을 2차까지 접종한 5200만명 중 70%에 가까운 사람들이 백인이거나 비히스패닉이라고 전했다. 이는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받은 사람들이 백신 여권 도입으로 더 큰 불균형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크리스틴 웰란 위스콘신대학교 생태학 교수는 "백신 여권이 여행뿐 아니라 콘서트, 브로드웨이 쇼, 나이트클럽과 같은 여러 행사에 널리 활용된다면 조기에 백신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이중특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에게 국내외 여행을 허용하는 '백신 여권' 도입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방역 당국이 변이 바이러스 유입 차단에 주력하고, 백신 접종률이 아직 낮은 상황에서 성급한 발표란 지적이 제기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백신 여권 혹은 그린카드를 도입해야 접종을 한 사람들이 일상의 회복을 체감할 수 있다"며 "이달 안에 인증 애플리케이션을 공식 개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방역 당국과 관계부처를 향해 "국제적인 백신 여권 도입 논의에도 적극 참여해 국민들이 보다 편리하게 국내외를 오갈 수 있도록 미리 대비하라"고 당부했다.

현재 백신 여권은 중국, 이스라엘, 미국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으며 일본과 유럽연합(EU) 등이 도입을 예고했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침체된 여행업을 되살리고 기업인 해외 활동도 가능해질 거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뉴시스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백신 여권 도입이 필요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우려를 표했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백신을 맞은 나라 간의 교류를 위해 상호호혜 원칙에 맞게 증명서를 발급하는 건 필요하다"면서도 "(접종 후) 아직 항체가 생기지 않은 사람이나 항체 유효기간이 지난 사람도 증명서를 갖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아직 전 국민 중에 겨우 1% 정도밖에 백신을 맞지 않았다. 빨리 백신을 더 구해 접종률을 높이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변이 바이러스 유입, 백신별 효능 격차, 백신 유효기간 등 해결해야 할 문제도 산적해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실적으로 우리나라는 접종률이 1.7%대밖에 안 된다. 이스라엘처럼 접종률이 60%로 높은 나라에 비해 아직 멀었다"며 "한 번 접종만으로도 감염을 거의 완벽하게 예방하는 황열병 접종 증명서는 일종의 백신여권 기능을 할 수 있지만, 코로나19 백신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1일 0시 기준 한국의 인구대비 백신 1차 접종률은 1.69%, 이스라엘은 60.5%다.

김 교수는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예방 효과가 제각각이다. 과연 접종이 면역력을 완전하게 보장하느냐, 얼마나 지속되느냐의 문제도 있다"며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하게 되면 여태까지 맞은 백신이 리셋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방역 당국은 변이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김 교수는 "가뜩이나 지금 방역에 대한 경각심이 떨어지고 있는데 이런 발표가 긴장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했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백신 여권 애플리케이션이 개통돼도 실제 사용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1일 "전자 예방접종 증명서의 타 국가 간 공동활용 여부는 논의 시작 단계"라고 했다. 윤태호 중수본 방역총괄반장도 "아직 백신여권 관련 명확한 지침이 없으며, 현재 백신 여권이나 해외 입국자 관리 방안을 전반적으로 설명하는 지침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김기남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 예방접종관리반장은 "백신 여권이라고 할 때는 국제적으로 통용이 돼야 하는데, 이 부분은 국제 사회의 논의가 전제돼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백신 여권 관련 지침과 애플리케이션 개통 계획이 확정되는 대로 안내한다는 방침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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