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상승에 석유류 1년 만 첫 플러스(+) 전환…공업제품도 상승
인플레 우려에 정부 "2분기 오름세 확대 가능성…관리대응체제 가동"
작황불황으로 고공행진하는 농수산물 가격에 국제유가 상승까지 겹치며 지난달 물가가 1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최근 값이 급등한 파는 지난달에도 전년 동월 대비 300% 이상 뛰며 폭등했고, 국제유가 상승으로 석유류 가격이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이후 지난달 처음으로 플러스(+) 전환되며 공업제품 가격도 상승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완화에 따라 소비심리가 일부 회복되며 외식 등 개인서비스도 전년 동월 대비 상승했다. 집세 역시 3년 1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올랐다. 농축수산물 가격이 진정세를 보이기도 전에 국제유가 상승과 소비심리 회복이 더해지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대파값이 크게 오르고 코로나19로 인한 외출이 줄면서 '홈파밍(집+농사)'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3일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에서 한 시민이 집에서 대파를 키울 수 있는 용품을 모아놓은 '대파 홈파밍 용품전' 코너를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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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수산물·집세 올라 ‘악 소리’나는 체감물가…국제유가 상승까지
통계청이 2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7.16으로 전년 동월 대비 1.5%, 전월 대비 0.1% 상승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 2020년 1월 이후 1년 2개월만에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물가 상승을 이끈 주 요인은 기후요인, 조류독감(AI) 유행 등에 따른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이다.특히 ‘파’는 전년 동월 대비 305.8% 뛰어올라 지난 1994년 4월(824.1%) 이후 역대 최대 상승했다. 설이 있었던 지난 2월에는 명절요인이 작용했지만, 이후에도 수급 불안으로 천정부지로 그 값이 치솟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조만간 파 조생종이 시장에 풀리며 내달부터 진정세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파를 포함한 농축수산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3.7% 상승하며 지난달에도 강한 물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했다. 사과(55.3%), 고춧가루(34.4%), 쌀(13.1%) 등의 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큰 폭 올랐고, 조류독감(AI)의 영향으로 가격이 큰 폭 오른 달걀(39.6%) 가격도 상승세를 유지했다.
국제유가 상승도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 여파에 공업제품 물가는 0.7% 오르며 지난해 3월(1.3%)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를 나타냈다. 이는 석유류 가격이 오른 영향인데, 석유류는 전년 동월 대비 1.3%, 전월 대비 3.6% 상승했다. 석유류 가격은 지난해 4월 전년 동월 대비 6.7% 상승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마이너스(-)를 나타내다, 이달 들어 플러스(+)로 전환했다. 휘발유가 1.8%, 경유가 0.7%, 자동차용 LPG가 2.8%씩 올랐다.
이같은 유가 흐름은 4월 이후 물가 상승 압박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일(현지 시각) 기준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전장대비 2.29달러(3.9%) 상승한 배럴당 61.45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도 2.12달러(3.4%) 급등해 배럴당 64.86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치솟는 집세로 서민 체감물가 역시 여전히 악화 일로다. 집세는 전년 동월 대비 1.0% 올랐는데 이는 지난 2018년 2월(1.0%) 이후 3년 1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전세(1.4%)는 2018년 6월 이후, 월세(0.6%)는 2014월 11월(0.6%) 이후 각각 최대 상승치인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서비스도 상승세로 전환됐다. 전월 대비 0.2%, 전년동월대비 1.8% 각각 상승했는데, 재료비 상승의 영향으로 구내식당 식사비, 생선회 가격 등이 오르며 외식이 전년 동월 대비 1.5% 올랐고, 외식을 제외한 다른 서비스도 아파트관리비, 보험료 상승 등 요인이 작용하며 전년 동월 대비 2.0% 상승했다. 외식은 2019년 9월(1.4%) 이후 가장 크게 올랐다. 통계청 관계자는 "외식 상승 요인은 재료비 요인이 수요회복 보다 컸던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앞으로 소비심리 회복이 수요측 상방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2분기 물가 오름세 확대 가능성…대응체제 가동"
이처럼 수요측에서는 소비심리 회복이 상방요인으로, 공급측면에서는 국제유가 상승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지속적으로 인플레이션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소비심리 개선과 국제유가 상승이 수요·공급 모두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지난해 4∼5월 물가가 낮았던 기저효과도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다만 어 심의관은 "경기가 회복하며 물가가 완만하게 상승하는 수준인데 앞으로 높아질 우려가 있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도 높은 것 같다"면서도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말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물가안정목표(2%)를 상회할 가능성은 여전히 제한적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유가 상승과 수요회복 등의 추세와 지난해 2분기에 낮았던 물가수준의 기저효과까지 감안하면, 오름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정부는 농·수산물 가격 조기 안정, 원자재 변동 리스크 대응 강화 등 분야별 대응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지방 공공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경우 지방자치단체와 서민 부담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2차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 겸 정책점검회의 겸 한국판뉴딜 점검회의 겸 제8차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생활물가와 같이 민생에 직접 영향을 주는 정책은 우선적으로 논의해 보다 빠른 정책효과 전달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선제적인 관리대응체제 가동을 통해 일시적 물가상승이 과도한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적극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세종=최효정 기자(saudad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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