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유튜브 '오른 소리' 캡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30일 오후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앞에서는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유세가 한창이었다. 대학교 3학년인 신현수(22)씨는 이날 청년 연설 무대에 올랐다. 예정에 없었다. 후보 유세차 일정을 따라 그냥 찾아간 자리였다. 신씨는 즉석에서 연설을 신청했다. 3분 만에 대본을 짰다. 그렇게 사전 섭외도 준비도 없는 청년의 무대가 시작됐다.
━
알바도, 당원도 아니다… 오세훈 유세차에 오른 평범한 20대들
━
국민의힘의 '2030 시민 유세단'이 4·7 보궐선거에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27일부터 시작해 오 후보 집중 유세 때마다 20~30대 시민들이 연단에 오르면서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유튜브에선 관련 영상이 약 27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열띤 반응에 국민의힘 선거 캠프는 남은 유세 기간에 청년들의 연설 자리를 계속 마련할 계획이다.
반응이 뜨거운 만큼 반작용도 컸다. 관련 영상과 기사에선 "얼마 받았냐?", "당원을 동원했다"는 댓글이 달렸다. 당에서 연설문을 만들어 준 거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그러나 연단에 선 청년들은 한목소리로 "자발적으로 먼저 나섰다"고 강조했다. 당원도 아니고 받은 돈은 더욱더 없다는 것이다.
연설을 처음 해봤다는 김부겸(20)씨는 '짜고 친 것 아니냐'는 댓글에 "관심 가져주는 것만으로도 칭찬이라고 생각하고 감사하다"며 "당원이면 더 열심히 선거 유세마다 돌아다니면서 매일 청년 연사로 나오지 않았겠냐"고 되물었다.
김씨는 연설 내용을 30분 만에 짰다고 했다. 시간이 촉박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동안 담고 있던 생각이라 어렵지 않게 만들었다"고 답했다.
30일 오 호부의 영등포 집중 유세에서 연설한 홍주완(24)씨는 전날(29일) 밤 10시에 연단에 서겠다고 신청했다. 홍씨는 "자기 전에 꼭 해야겠다는 이야기 정도만 메모장에 적고 나머지 내용은 즉석에서 생각해냈다"고 밝혔다.
'연설을 잘한다'는 시민들의 반응에는 "이 정권에 많은 피해를 봐서 본심을 이야기하다 보니까, 생각나는 말만 던지다 보니까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전혀 뭐 받지 않았다. 저는 그냥 학교 다니는 조용한 학생"이라며 "자발적으로 먼저 연락드리고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좋은 기회를 주셔서 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20·30 시민 유세단'의 실무를 맡은 여명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이준석 전 최고의원 페이스북 메시지로 100명 가까이 신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 대학생도 있고 직장인들도 있다"며 "당원들도 연설 신청을 하지만 아직까지 (무대에) 당원이 올라간 적은 없다. 평범한 시민에게 먼저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조작' 의혹에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2030 시민 참여 유세가 너무 잘되다 보니까 기획된 상품들 아니냐 라는 오해를 산다"며 실시간 섭외 과정을 캡처해 공개하기도 했다.
━
"역사적 경험치가 없는 게 아니다"… 분노한 청년들이 연단에 선 이유
━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3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서울본부와의 간담회에서 김기철 한국노총 서울지역본부 의장으로부터 정책요구서를 전달받고 있다. 2021.3.31/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0·30 청년들이 연설에 나선 건 현 정부에 대한 실망으로 하고 싶은 말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박원순 전 시장 재임 시절 서울시 산하 서포터즈 활동을 했다는 신현수씨는 "1년의 시장 공석이 생긴 게 권력형 성폭력이라는 명확한 원인이 있다"며 "박 전 시장에게서 임명장까지 받고 서울시를 위해 활동했는데 갑자기 그런 일(박 전 시장 성비위)이 일어나서 몹시 당황했다"고 말했다.
신씨는 "오세훈 후보 유세에서 (청년 연설자) 지원을 받으니까 저를 포함해 자기 뜻을 펼치고 싶어하는 청년들이 각자 나서서 준비를 하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에 투표했다는 홍씨는 "잘못했으면 사과를 할 줄 알아야 하는데 (문 대통령은) 사과할 줄 모르는 사람인 것 같다"며 정부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어 "박영선 후보께 20대와 30대가 역사적 경험치가 없기 때문에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게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었다"고 연단에 선 취지를 밝혔다.
이들은 주변부터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대 젊은 층의 민심이 정부 여당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인생 첫 투표라는 김씨는 "조국 전 장관의 자녀 입시비리와 추미애 전 장관의 아들 병역 문제 때부터 젊은 학생들이 굉장히 분노를 많이 한 상황이었다"며 "저를 포함해 주변에 첫 투표인 친구들이 많다. 지금 상당히 벼르고 있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신씨도 "학내 게시판이 (정치적으로) 반으로 갈리는 것 같다"면서도 "야당으로 돌아선 사람들이 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래 여대에서, 20대 여성들이 민주당을 많이 지지했는데 이번에는 평소와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고 설명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20·30 청년들은 권력으로 야기된 공정 등의 피해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세대"라며 "집권하면 이념은 사라지고 권력만 남는데 청년들이 가장 예리하게 정치적으로 잘 보고 있다"고 말했다.
━
계속되는 청년 유권자 비하, "지지율에 악재"
━
(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31일 오후 서울 동작구 총신대입구역 인근에서 유세 중 한 시민과 셀카를 찍고 있다. 2021.3.31/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민주당에선 20·30 유권자 지지율에 악재가 되는 상황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앞서 박영선 후보는 26일 20대 지지율이 낮은 이유를 묻는 기자의 말에 "20대의 경우 과거 역사 같은 것에 대해서는 40대와 50대보다는 경험치가 낮지 않나"라며 "그래서 지금 벌어지는 여러 상황을 지금 시점에서만 보는 경향도 있다고 한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친여 성향 인사로 분류되는 류근 시인이 '20대는 외로워서 여론조사 전화를 받는 것'이라는 취지의 글을 남겨 유권자 비하 논란이 일었다.
류근 시인은 28일 자신의 SNS에서 "20대 청년들의 오세훈 지지율이 60%라고 수구 언론들이 막 쌍나발을 불기 시작한다"며 "20대 청년이 그 시간에 전화기 붙들고 앉아서 오세훈 지지한다고 뭔가를 누르고 있다면 그 청년 얼마나 외로운 사람인가"라고 썼다.
신 교수는 "이런 발언들은 민주당 지지율에 악재가 될 것"이라면서도 "지금은 더 쌓일 악재도 없다. 권력에 의한 내로남불·공정 문제가 현 정권 내내 문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