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가 헌옷수거함을 뒤져 여성 속옷을 찾고 있다. 유튜브 캡처 |
‘재활용 유튜버’인가 변태인가.
최근 유튜브에 헌 옷 수거함을 뒤져 찾은 여성 속옷을 보여주는 채널이 논란이다. 스스로 ‘변태’라는 표현을 쓰는 등의 노골적인 방송 내용에 불쾌감을 호소하는 일부 이용자들의 불만이 늘고 있다.
해당 유튜브 채널에는 300여 개의 ‘속옷 리뷰 영상이 올라와 있다. 헌 온 수거와 재활용을 주제로 한 이 채널에는 '변태의 헌 옷 수거' '속옷손빨래' 등 제목을 달고 헌 옷 수거함을 열어 헌 속옷을 찾아내는 장면, 속옷을 직접 손빨래하는 장면 등이 담겨 있다. 5000여 명의 구독자가 있으며 최근엔 해외 구독자를 위한 영어 제목 영상도 등장했다. 동영상 최대 조회 수가 38만회인 것도 있다.
이 채널을 운영하는 A씨는 단순히 '리뷰'에만 그치지 않고 직접 판매도 한다고 밝히고 있다. 영상 설명에는 '#속옷손빨래' '#스타킹' 등 해시태그를 달고 "헌 옷 수거함에서 나오는 모든 소품은 문자 남겨주시면 판매할 수 있다"며 "미성년자에게는 판매하지 않는다"는 글을 적어뒀다. 채널 소개에 계좌번호를 올려놓고 후원금을 모집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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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짓 하는지"
이 채널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되면서 일부 여성들 사이에서는 '왜 이런 짓을 하는지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조회 수랑 구독자 수가 많은 게 더 충격이다' 등 반응이 나왔다. 그러면서 "속옷은 가위로 잘라 일반 쓰레기로 버려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한 네티즌은 "놀라운 일도 아니다. 이런 일이 있을까 봐 검은 봉투에 한 번 더 담아서 종량제 봉투에 버린다"고 했다.
유튜브 내 '사용자 신고' 기능을 이용해 운영을 막자는 움직임도 있다. 다수의 유튜브 이용자가 특정 영상을 반복해서 신고하면 유튜브 본사에서 내부 판단을 거쳐 영상을 지우는 자정 시스템을 이용하자는 것이다.
A씨의 행위가 절도죄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있다. 의류수거함은 업자가 아파트 관리실 등과 계약을 통해 설치한 것이고, 수거함에 담긴 헌 옷은 수거함 설치자의 소유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의류수거함에 있는 헌 옷을 가져가 절도죄로 실형이 선고된 사례도 있다. 그러나, A씨가 실제로 의류 수거 업체를 운영하면서 유튜브 영상을 만든 것이라면 의미 없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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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 콘텐트 찾는 유튜버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A씨의 영상에 대해 유통 금지 조치를 내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방심위 관계자는 "단지 여성 속옷을 판매하거나 영상에서 소개하는 것 자체를 유해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방심위는 내용 심의 기구이기 때문에 영상 하나하나를 살펴보고 내용 중 음란하거나 청소년에게 유해하다고 판단될 경우 심의 대상으로 선정해 유해 매체물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의류를 정확한 매뉴얼대로 수거를 진행하는 게 암묵적인 약속인데, 이 같은 경우는 원소유주에게 성적수치심을 느끼게 할 수 있다"며 "자극적이고 시선을 끌 수 있다면 어떤 것이든 콘텐트화시킬 수 있다는 인식이 일부 유튜버들 사이에 퍼져있다. 이런 부분이 법으로 제대로 정리가 안 돼 있어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유튜브에 대해서도 "모든 걸 AI에 맡겨놓고 사후약방문식으로 할 게 아니라 모니터링을 강화해 불편한 콘텐트가 나왔을 때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자체적으로 걸러낼 수 있게끔 시스템을 고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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