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29일(현지시각)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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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30일 “미국산 앵무새” “철면피” 따위 막말을 써가며 문재인 대통령을 거칠게 비난했다. 백악관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구상하는 대북 외교적 접근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남’은 (적어도 현재로선) 들어 있지 않다고 밝혔다. 북은 남한테, 미국은 북한테 ‘우리는 당신네가 바라는 대로 해줄 생각이 전혀 없다’고 공개적으로 선을 그은 셈이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함께 관심을 모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개는커녕, 말싸움과 ‘저강도 경고 행동’과 냉담함이 뒤엉킨 신경전 가열로 한반도 정세가 휘청이고 있다.
김여정 부부장은 30일 <조선중앙통신>(중통)에 발표한 개인 담화에서 “북과 남의 같은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진행한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놓고, 저들이 한 것은 조선반도 평화와 대화를 위한 것이고 우리가 한 것은 남녘 동포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대화 분위기에 어려움을 주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니, 그 철면피함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처럼 비논리적이고 후안무치한 행태는 우리의 자위권을 유엔 ‘결의’ 위반이니,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이니 하는 미국의 강도적인 주장을 덜함도 더함도 없이 신통하게 빼닮은 꼴”이라며 “미국산 앵무새라고 ‘칭찬’해주어도 노여울 것은 없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고는 “틈틈이 세상이 자기를 어떻게 보는지 좀 돌아보는 것이 어떤가 싶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 때의 김정은 총비서와 김여정 부부장 모습. <조선중앙텔레비전> 화면 갈무리,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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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이 북쪽의 ‘신형전술유도탄 시험발사’에 우려를 밝힌 것을, 지난해 7월23일 창설 50돌을 맞은 국방과학연구소를 찾아 “충분한 사거리와 세계 최대 수준의 탄두 중량을 갖춘 탄도미사일 개발”을 격려한 사실과 엮어 비난한 것이다. “김여정 선전선동부 부부장”을 북쪽이 처음으로 공식 확인한 이 담화는 대외용인 <중통>으로만 공개됐고, 북한 인민들이 읽는 <노동신문>엔 실리지 않았다.
통일부는 김 부부장의 담화와 관련해 “어떤 순간에도 (남북 사이에) 서로를 향한 언행에서 최소한의 예법은 지켜져야 한다”며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한편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9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과 일정 형태의 외교에도 준비돼 있다고 했는데, 김정은 위원장과 마주 앉는 것이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그(바이든 대통령)의 접근법은 상당히 다를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그의 의도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날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김 위원장과 세 차례 만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는 다른 ‘새로운 접근법’을 취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대선 후보 토론에서 김 위원장과 만나기 위한 조건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가 핵능력을 축소하는 데 동의하는 조건으로”라고 답변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9일 화상 기자회견에서 “대북정책 검토가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주 후반 워싱턴에서 있을 한·미·일 안보실장 대면 협의 때 ‘최종 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훈 선임기자,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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