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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카드] 리딩 클럽이라더니, 낙제점 받은 전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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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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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로 이적한 백승호. 사진=EPA 연합
[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동업자 정신을 내버렸다. 더불어 K리그에 나쁜 선례도 남겼다.

프로축구 K리그1(1부리그) 전북 현대는 30일 백승호(24·다름슈타트)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이에 수원 삼성은 분노를 표출하며 “합의서 위반이 명확해졌기 때문에 준비해온 대로 법적 절차를 발겠다”며 강경대응을 예고했다.

백승호는 과거 수원과 맺은 합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은 채 전북 입단을 추진해 논란을 빚었다. 2010년 수원 유스팀 매탄중 재학 중 구단의 지원 속에 바르셀로나 유스팀으로 이적한 백승호는 K리그 복귀 시 수원에 입단하기로 약속하는 합의서를 작성했다. 이러한 사실이 밝혀지자 전북은 즉시 영입 절차를 중단했다. 구단은 당시 “K리그 근간을 흔들 이유가 없다. 애초에 합의서 존재를 몰랐기 때문에 진행을 한 것일 뿐, 알았다면 영입 시도를 안 했을 것”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근간은 뒤흔들지 않겠다던 전북은 백승호가 수원과 수차례 회동에서 보상금 규모를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자 돌연 입장을 바꿔 백승호 영입을 강행했다. 전북은 “약 한 달 넘게 충분한 시간이 있었지만, 2010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유스팀 입단당시 지원받았던 유학비 반환 문제를 놓고 선수등록 마감일 직전까지 선수와 구단이 원만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점과 이로 인해 장래가 있는 선수가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하고 자칫 선수생명이 중단된다면 K리그에 좋지 않은 선례로 남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진정 나쁜 선례를 남긴 구단이 누구인지 전북에게 묻고 싶다.

수원이 그간 강경한 태도를 유지한 것은 백승호의 행보가 K리그 유스 정책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수원은 향후 이런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백승호 측의 진정한 사과와 더불어 위약금을 원했다. 바르셀로나 유학을 위해 지원한 3억원에 더해 추정 이적료와 법정 이자를 더해 14억원에 달하는 보상을 백승호 측에 요구했다.

K리그 구단들은 유스팀을 운영하면서 연간 10억원에서 20억원에 달하는 많은 금액을 투자한다. 이 중 해외 진출을 추진하는 선수들에겐 우선 복귀 조항 외에는 아무런 조건 없이 보내주고 있다. 그런데 최근 유스팀 출신 선수가 K리그 복귀 시 원소속팀 복귀를 무시하고 타팀으로 이적하는 일이 잦아 K리그 내에서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당장 올 시즌에도 백승호 외에도 전남 유스 출신인 박정빈이 FC서울로 이적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전북이 백승호를 품음으로써 구단과의 신의를 저버리는 유망주들이 속속 등장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축구계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구단은 매년 유소년 팀에 수십억 원을 투자한다. 성장을 거듭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라며 “미래의 스타를 위해 구단이 투자를 하는건데 선수는 합의사항을 무시하고 그냥 떠난다. 지금은 제도가 개선됐지만, 계속해서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면 유소년 선수에게 투자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K리그 유소년 정책 유지와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더욱 강화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업자 정신도 내버린 전북이다. 전북의 백승호 영입은 수원을 완전히 무시한 처사다.

전북이 백승호의 영입이 절실했다면 수원 삼성의 양해를 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도를 찾는 게 우선이었다. 하지만 수원에 따르면 전북은 연락 한 통 없이 일방적으로 일을 진행했다. 수원을 한 순간에 바보로 만든 셈이다.

전북의 백승호 영입으로 양 구단은 껄끄러운 관계가 됐다. 리그를 대표하는 팀끼리 신뢰를 쌓지는 못할 망정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됐다. 당장 다음달 3일 두 팀의 대결이 예고돼있는데, 최악의 상황에서 경기를 치르게 됐다. 경기 내적인 내용보다 외적인 이슈에만 이목이 쏠리게 생겼다. 팬들 간의 악감정도 더욱 골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지성 전북 어드바이저는 지난 취임 기자회견에서 “전북에서 시작하면 다른 팀들이 따라가는 시점이 왰다. 전북이 선두 주자로 K리그를 이끌어 나갔으면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전북은 리딩 클럽이 아니라 따라가선 안 될 클럽이 됐다. 기본적인 덕목조차 낙제점인 K리그 1등 구단이다.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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