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의 발달로 많은 질병이 정복되고 있다. 여전히 공포의 대상인 암 정복을 위한 연구도 다방면으로 진행되고 있다.
암은 외과 수술로 환부를 제거하거나, 항암제를 이용해 암세포를 죽이는 것으로 치료한다. 최근에는 다양한 항암제가 개발되고 있는데, 문제는 암세포의 종류는 물론 유전자 반응이 워낙 복잡하기 때문에 어떤 치료제가 효과적인지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생명공학 학술지 ‘셀’에 의미심장한 논문이 실렸다. 덴마크 연구진이 게재한 논문으로 유방암 중 재발했을 때 치료하기 까다로운 ‘삼중 음성 유방암’ 발현을 억제하는 복합치료법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 논문은 여러 환자의 유전자 데이터와 특정 약물이 어떻게 반응했는지에 대한 데이터 분석만으로 복합치료법의 효과를 정확히 예측해 주목받았다.
○ 시뮬레이션만으로 약효 예측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바이오테크연구혁신센터(BRIC) 야니네 에를레르 교수팀은 치료도 어렵고 질병 경과도 안 좋은 삼중 음성 유방암의 약물 복합치료를 연구했다. 삼중 음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 중 약 15%를 차지한다. 이 암은 여성 호르몬 수용체와 성장 호르몬 수용체가 모두 없어 호르몬을 조절하는 항암제인 티목시펜과 성장 호르몬을 조절하는 약물인 허셉틴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고려됐다. 암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던 연구팀은 우선 암세포의 DNA, RNA, 단백질과 다양한 항암 치료제에 대한 반응을 모으고 상관관계를 분석한 데이터를 확보했다. 그 뒤 많은 약물을 다양한 경우의 수로 조합하면서 세포 내 수용체가 약물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성장 호르몬 억제제인 허셉틴이나 티목시펜만으로는 효과가 없고 오히려 DNA를 손상시키는 약물에 암세포가 죽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치료법을 예측한 연구팀은 실제 임상시험도 진행했는데, 치료 가설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덴마크 연구팀의 성과는 지금까지 쌓여 온 바이오 데이터와 최근 들어 데이터 간의 관계를 분석하는 방법이 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일례로 미국 국립암연구소가 운용하는 ‘암 게놈 아틀라스’에는 800여 명의 유방암 환자와 20여 개의 암 유형 데이터가 쌓여 있는데 연구자들에게 이를 공개하고 있다.
○ 빅데이터 의학 국내서도 싹튼다
전주홍 서울대 의과학과 교수는 현재 전립샘암 치료법 개발에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전 교수의 연구는 기존 신약이 실패한 이유에 대한 분석에서 출발한다. 전립샘암세포가 특정 약물을 처방했을 때 원래 반응하던 유전자가 아닌 다른 유전자와 반응하면서 생명력을 유지하는 사례를 데이터로 수집해 나중에 반응하는 유전자 발현을 먼저 억제한 후 약물을 투입해 반응을 살펴보는 방식이다.
전 교수는 “암세포의 ‘퇴로’를 차단하는 방식인데 퇴로가 될 수 있는 유전자를 빅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하는 것으로 6월쯤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한 사람의 유전자 지도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최근엔 수백만 원밖에 들지 않아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며 “문제는 분석 전문가가 많지 않다는 점인데, 데이터 분석과학과 의학이 의욕적으로 협업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min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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