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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두 딸은 감옥·부상, 막내아들은 주검으로…미얀마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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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전 유언장 쓴 의사 "먼저 떠나 미안, 끝날 때까지 싸워라"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미얀마 군경의 총탄과 야만적 폭력에 목숨을 잃은 시민이 500명을 넘어선 가운데 안타깝고 비극적인 사연이 잇따르고 있다.

군경이 갈수록 폭력의 수위를 올리고 있으나, 시민들은 비참함이 더해질수록 "끝날 때까지 싸우자"며 의지를 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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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딸은 감옥·부상, 막내아들은 주검으로...미얀마의 비극
[트위터 @NangAyeMoSaing1·재판매 및 DB 금지]



30일 트위터에서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일'(#WhatsHappeningInMyanmar) 해시태그로 검색하면 수많은 시민이 총에 맞아 숨진 사진과 동영상이 뜬다.

군경은 반쿠데타 시위를 벌이는 시민들뿐만 아니라 주택가에 실탄을 난사해 5세 유아를 포함해 30명이 넘는 어린이가 목숨을 잃었다.

군경은 마을 주민에게 총을 쏘고, 목숨이 붙어있음에도 산채로 불태우는 만행도 저질렀다.

"엄마 살려줘요"라고 외치며 불에 타 숨진 이 남성에게는 네 명의 자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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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이 죽었어요" 울부짖는 미얀마 시민
[트위터 @Augustmai4·재판매 및 DB 금지]



이날 새벽 현지 SNS에는 중년의 여성이 아들의 주검을 끌어안고 비통해하는 사진이 퍼졌다.

이 여성의 큰딸은 감옥에 끌려갔고, 둘째 딸은 다쳐서 입원 중이며 막내아들은 사망했다고 게시물에 적혔다.

네티즌들은 "미얀마 군부가 저지른 비극"이라며 "어머니의 심정이 어떨지 상상해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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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아들마저 주검으로…미얀마 군부의 대학살"
[트위터 @yellowneedscof1·재판매 및 DB 금지]



군경의 총칼에 거의 맨몸으로 맞서고 있는 미얀마 시민들은 매 순간 죽음의 공포를 느끼면서도 "군부독재 타도"를 외치고 있다.

이날 SNS에 공개된 만달레이 의사 티하 틴 툰의 친필 유서는 특히 큰 울림을 줬다.

그는 지난 27일 거리 시위대에 합류하기 전 유서를 남겼다. 가족은 그가 총에 맞아 숨지자 페이스북에 유서를 올렸고, 다른 시민들이 영어로 번역해 전파했다.

티하 틴 툰은 "우리가 최선을 기대할 때 최악의 상황이 일어났다. 쿠데타가 발생했고, 좋은 날이 가버렸다"며 "지금은 우리가 모든 방법을 동원해 싸워야 할 때"라고 적었다.

이어 "어렵지 않다. 최선을 다하고, 잘되지 않으면 끝날 때까지 싸우면 된다"며 "우리는 테러리스트들(군부)을 하나, 둘씩 가능한 한 많이 끌어내려야 한다. 메스를 잡은 손은 이미 피로 물들었다"고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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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하 틴 툰이 총에 맞아 숨진 자리에 남은 헬멧과 신발"
[트위터 @juli_isme·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엄마, 만약 내가 죽었다면 자랑스러워하세요. 오랫동안 슬퍼하지 마세요. 나의 죽음은 국민의 힘, 국가의 힘을 되찾기 위한 것이에요. 그러니 슬퍼하지 말아요"라고 유언을 남겼다.

티하 틴 툰은 "할머니한테도 사랑스러운 손자가 용감했다고 말하고 싶어요. 다음 생에 우리가 또 만난다면 그때 저를 돌봐주세요. 아버지, 비록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지만, 우리 사이의 모든 일을 기억할 거예요"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그는 아내에게 "당신이 내 삶의 최고였다. 당신이 나를 자랑스러워할 것으로 믿는다. 우리는 다음 생에서 다시 만날 것이다. 운명이 우리를 다시 함께하도록 해줄 것"이라고 적었다.

끝으로 티하 틴 툰은 동료들에게 "절대 포기하지 말라. 끝까지 계속 싸워라. 국민이 힘을 되찾을 때, 그때 멈춰라"라며 "먼저 떠나서 미안하다. 군사정권은 무너져야 한다. 사람들의 힘이 승리할 것"이라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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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총에 맞아 숨진 티하 틴 툰의 유서
[트위터 @ThawTarSoe95·재판매 및 DB 금지]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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