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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미국 흑인 사망

흑인 플로이드가 짓눌린 시간은 8분46초가 아니라 9분29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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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조지 플로이드 가족 측 변호인인 29일(현지시간) 벤자민 크럼프 변호사가 플로이드 살인 혐의로 기소된 전 경찰관 데릭 쇼빈의 첫 재판에 앞서 미네소타주 헤너핀카운티 지방법원에서 플로이드가 쇼빈의 무릎에 뒷목이 눌린 시간을 나타내는 8분 46초 동안 한쪽 무릎을 꿇고 있다. 첫 재판에서 검찰 측과 쇼빈의 변호인 측은 플로이드가 눌린 시간이 9분 29초라고 밝혔다.미니애폴리스|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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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지난해 5월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숨질 당시 백인 경찰관 데릭 쇼빈의 무릎에 뒷목이 눌린 시간이 기존에 알려진 8분 46초가 아니라 9분 29초였던 것으로 29일(현지시간) 밝혀졌다. 플로이드가 숨질 때까지 쇼빈의 무릎에 눌렸던 시간이 43초 더 길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미네소타주 헤너핀카운티 지방법원에서 처음 열린 플로이드 살인 혐의로 기소된 쇼빈에 대한 첫 재판에서 밝혀졌다. 지난해 5월 25일 발생한 플로이드 사망 사건은 흑인에 대한 미국 공권력의 체계적인 차별과 억압을 나타내는 사례로 부각되면서 수개월 동안 미국 전역에서 격렬한 항의 시위를 촉발시켰던 사건이다.

변호사이지만 케이트 엘리슨 메네소타주 법무장관이 지명해 이번 사건의 기소를 담당하는 제리 블랙웰 검사는 쇼빈에 대한 기소 내용을 설명하면서 플로이드가 쇼빈의 무릎에 뒷목이 눌린 시간이 9분 29초라고 여러차례 언급했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블랙웰 검사는 배심원들에게 “세개의 숫자는 이번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숫자”라고 말했다. 블랙웰 검사는 길바닥에 강제로 엎드린 플로이드가 쇼빈의 무릎에 뒷목이 눌린 채 숨지는 전 과정을 담은 동영상도 법정에서 방영했다.

쇼빈의 변호인인 에릭 넬슨 변호사는 변론에서 “증거가 9분 29초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쇼빈 측에서도 9분 29초를 인정한 것이다.

기존에 알려진 시간 8분 46초는 플로에드가 체포되는 장소 인근을 지나던 행인이 핸드폰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근거로 한 것이었다. 헤너핀카운티 검찰이 지난해 쇼빈을 기소할 당시 공소장에 적시한 시간도 8분 46초였다. 하지만 이후 공개된 경찰관들의 보디캠 영상에서는 9분 29초로 확인된 것이다.

블랙웰은 플로이드가 쇼빈의 무릎에 뒷목이 눌린 시간을 3단계로 나누어 설명했다. 4분 45초 동안 플로이드가 숨을 쉴수 없다면서 도움을 요청했고, 53초 동안 발작 때문에 몸을 마구 움직였으며, 3분 51초 동안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CNN은 플로이드가 눌린 시간이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43초 더 길었다는 사실은 이번 재판에서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겠지만 8분 46초는 플로이드 사건을 상징하는 숫자였기 때문에 각종 기록의 수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8분 46초’는 플로이드가 숨지기 직전 마지막으로 내뱉은 “숨을 쉴 수 없다”는 호소와 시위대가 내건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구호와 함께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지난해 미국에서 벌어진 인종차별 항의 시위에서는 8분 46초 동안 묵념을 하거나 한쪽 무릎을 꿇는 의식이 많이 진행됐다. 민주당 연방의회 의원들도 경찰의 체계적인 인종 차별을 비판하면서 8분 46초 동안 묵념을 했다.

이날 재판이 열린 헤너핀카운티 지방법원 앞에서도 흑인 민권운동가 알 샤프턴 목사와 플로이드 측 변호인이었던 벤자민 크럼프 변호사 등도 그의 죽음을 추모하며 8분 46초 동안 무릎을 꿇는 의식을 진행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쇼빈에 대한 재판은 약 한달 간 진행될 예정이다. 이미 경찰에서 해고된 쇼빈은 3급 살인과 2급 살인, 3급 과실치사 등 3가지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 측은 쇼빈이 과도하게 폭력을 사용함으로서 플로이드를 살해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변호인 측은 플로이드가 오피오이드 등 마약성 진통제 중독이었던 사실을 들어 쇼빈의 강압 행위가 플로이드의 주요 사인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앞서 미니애폴리스시는 지난 12일 플로이드의 유족이 시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 소송에서 유족에게 2700만달러(약 305억8000만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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