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요청에 문화재청 등 난색…토지보상률 41%에서 멈춰
장수동 은행나무 |
(인천=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올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인천 장수동 은행나무 주변에 대규모 광장을 조성하는 사업이 예산 부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30일 인천시 남동구에 따르면 구는 총사업비 40억원을 들여 장수동 은행나무를 중심으로 4천544㎡ 규모의 광장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남동구는 올해 안으로 사업비 35억원으로 토지를 매입하고 나머지 5억원으로 잔디광장, 산책로 등 휴게 시설을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었다.
지난달 수령 800년의 장수동 은행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예산이 부족해 토지 보상 단계부터 지지부진하다.
남동구는 시비로 확보한 10억원 중 9억5천만원을 투입해 전체 사유지(2천245㎡)의 약 41%에 대한 보상을 완료했다.
이후 추가 사업비를 확보하기 위해 문화재청에 국비(추경)를 신청하거나 인천시에 특별교부금 등을 요청했지만, 모두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문화재청으로부터 문화재 보수 정비 명목으로 국비 28억원을 신청하더라도 이는 2022년도 본예산에 해당하기 때문에 내년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남동구는 애초 오는 9월까지 보상 작업을 완료하고 10월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할 예정이었으나 당장 예산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토지 보상만으로 해를 넘길 전망이다.
현재 장수동 은행나무 주변에는 불법 건축물과 노점상이 들어서 있어 공사 지연이 장기화할 경우 천연기념물 보호·보존에 지장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토지 보상이 늦어지면서 개인 재산권 침해와 관련한 민원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장수동 은행나무 |
이에 남동구는 외부 재원 확보에 주력하면서 광장 조성 전까지 장수동 은행나무에 대한 보호 관리를 체계적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남동구는 문화재 명예 관리인을 모집해 올해 1월부터 은행나무 점검과 주변 정화 활동을 하고 있다.
또 노거수인 장수동 은행나무에 대해 오는 4월부터 10월까지 영양 공급과 지지대 정비, 방제 작업 등을 수시로 하기로 했다.
남동구 관계자는 "토지 보상에 들어가는 비용이 많다 보니 당장의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며 "내년도 국비를 확보해 사업을 진행하기 전까지 최대한 은행나무 보호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앞서 문화재청은 인천시 기념물 제12호인 장수동 은행나무를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제562호로 승격 지정했다.
장수동 은행나무는 높이 28m, 둘레 9m에 이르며 손상된 가지가 거의 없어 건강하고 균형 잡힌 모습을 갖추고 있다.
예로부터 집안에 액운이 있거나 마을에 돌림병이 돌 때면 이 나무에 제물을 차려놓고 치성을 올렸다고 전해진다.
goodlu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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