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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정치계 막말과 단식

"쓰레기는 분리수거해야", "치매환자" 여야 '막말공방'에 시민들 피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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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文, 중증치매환자란 말도 못 하나"

박영선 "20대 역사 경험치 낮아"

김영춘 "부산은 3기 암 환자 신세"

전문가 "계속되는 네거티브, 유권자들 피로감 상당해"

아시아경제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열흘 앞둔 28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각각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과 강남구 코엑스 동문광장에 열린 집중 유세에서 인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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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4월7일 쓰레기를 잘 분리수거 해야 합니다", "주택 가격 올려놓은 건 천추에 남을 큰 대역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4·7 재·보궐 선거가 9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의 비방전이 가열되고 있다. 여당은 야당 후보를 향해 "쓰레기", "분리수거 잘해야 한다" 등의 표현을 했고 야당 또한 문재인 대통령을 두고 "중증 치매 환자"라고 비유하는 등 양당의 원색적인 막말이 이어지고 있다.


당내에서도 '막말 경계령'을 내렸으나 양당의 도 넘은 발언은 계속되고 있어 문제다. 전문가는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네거티브 전략은 유권자의 피로감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7일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서 열린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지원 유세에서 "내곡동 땅이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 거짓말하는 후보는 쓰레기인가, 아닌가"라며 "4월7일에 쓰레기를 잘 분리수거 하셔야 한다"고 말해 빈축을 샀다.


이는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처가의 서울 내곡동 땅 '셀프보상 의혹'에 대한 해명을 거듭하자 오 후보를 '쓰레기'로 비유한 것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28일 논평을 내고 "민주당은 서울, 부산시장의 성범죄로 자신들이 초래한 선거를 진흙탕으로 만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더러운 전술'을 쓰고 있다"며 "쏟아내는 말마다 '쓰레기', '분리수거' 대상"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6일에도 서울·부산 시장 후보들의 잇따른 설화로 빈축을 산 바 있다. 이날 박 후보는 낮은 20대 지지율의 원인을 묻는 취재진에게 "20대의 경우 과거 역사 같은 것에 대해서는 40대와 50대보다는 경험치가 낮지 않나. 그래서 지금 벌어지는 여러 상황을 지금 시점에서만 보는 경향도 있다고 한다"고 말해 '청년 비하' 논란이 일었다.


박 후보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JTBC와 인터뷰에서 "어떤 20대가 제게 '국민의힘이 문재인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하는데 전두환 시대를 경험해보지 않아서 상황을 비교하기가 어렵다'고 말한 적이 있다는 상황을 전달하려는 것이었는데 (발언이) 왜곡 편집됐다"며 "이유가 어떻든 간에 섭섭했다면 제가 좀 더 잘 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 또한 부산을 '3기 암 환자'에 비유해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이날 부산 진구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열린 당 중앙선거대책위회의에서 "우리 부산은 3기 암 환자와 같은 신세"라고 말했다.


이어 "요즘 3기 암 환자는 수술 잘하고 치료 잘하면 회복하고 충분히 잘 살 수 있다"면서 "그런데 말만 앞세우는 훈수꾼, 훈수 전문가가 수술을 맡으면 그 환자는 죽을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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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선거운동 이틀째인 지난 26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용산구 용문시장네거리 유세에서 각각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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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논란에선 야당도 자유롭지 않다. 오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을 '중증 치매 환자'라고 표현해 논란이 됐다.


오 후보는 이날 서울 강서구 증미역 출근 유세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1년 전까지 '집값 아무 문제 없다', '전국적으로 안정돼있다'라는 넋두리 같은 소리를 해서 제가 연설할 때 '중증 치매 환자'라고 했더니, (여당에서) 과한 표현을 썼다고 한다"며 "야당이 그 정도 말도 못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이 지난해 개천절 광화문 집회 당시 오 후보의 과거 발언을 '막말'이라고 비난하자 재반박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에서는 즉각 반발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막말 중독도 병"이라고 비판했고, 같은 당 박주민 의원 또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오 후보의 발언은 대통령님에 대한 모욕을 넘어 질병과 장애인에 대한 시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당장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논란이 커지자 여야 지도부는 후보들의 입단속에 나섰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며 "아마 갑작스럽게 흥분된 상태에서 그런 소리를 한 것 같은데 거기에 대해 주의를 줬다"고 했다.


다만 오 후보는 지난 27일에도 "문 대통령이 주택 가격 올려놓은 건 천추에 남을 큰 대역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현 정권을 향한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이 같은 네거티브 공세는 경쟁자의 부정적 측면을 부각해 반사이익을 취하려는 선거 전략으로 일종의 '지지층 결집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다만 선거마다 이어지는 '막말 전쟁'에 유권자들의 피로감은 여전하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27)씨는 "최근 들어 막말의 수위가 더 세지는 것 같다. 선거 공약은 사라지고 막말만 난무하다 보니 정치인에 대한 전반적인 호감도가 떨어졌다"면서 "또 오 후보의 '내곡동 셀프보상' 의혹이나 박 후보의 '도쿄 아파트' 의혹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데 이 의혹들이 참인지 거짓인지 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학생 정모(26)씨도 "정치 기사들을 보면 서로 폄훼하는 기사들밖에 없다. 누가 막말을 더 잘하는지 대결하는 것 같다"면서 "서로 깎아내리기보다는 좀 더 영양가 있는 발언들이 나오면 좋겠다"고 했다.


전문가는 네거티브 전략은 유권자들의 피로감을 높일뿐더러 후보자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씌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선거 때마다 여야의 네거티브와 막말 공방은 이어졌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라며 "정책적 이슈가 딱히 없다 보니 네거티브 공세가 계속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시장 보궐선거 지지율에서 박 후보가 오 후보에 비해 뒤처지는 상황이다. 여당 측에서는 지지율 격차를 줄이기 위해 네거티브 공세를 펼치고 있는 거다. 반면 야당 측은 승세를 굳히기 위해 네거티브 전략을 활용하는 것"이라며 "다만 네거티브 공격을 하는 의원 또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하면 네거티브 전략을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또 네거티브 공격을 당했을 때는 적극적으로 대응하되 역으로 공세를 펼치면 안 된다"고 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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