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100여명 죽음에 EU도 "용납 못 한다" 비판
국제사회 무능 도마…유니세프는 '젊은 세대 재앙적 대가' 우려
미얀마 군부의 집단학살과 관련해 의견 밝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AFP=연합뉴스] |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쿠데타에 반대하는 민주화 시위자들을 상대로 미얀마 군부가 저지른 집단학살에 서방국가 지도자들이 충격을 나타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자택이 있는 미국 델라웨어주에서 취재진을 만나 미얀마 사태를 "끔찍하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절대적으로 너무나 충격적"이라며 "내가 받아온 보고를 토대로 볼 때 끔찍하게도 많은 사람이 완전히 불필요한 이유로 살해됐다"고 말했다.
미얀마에서는 군경이 민주화 시위자들을 비롯한 시민들에게 실탄 사용을 비롯한 무차별적 무력을 행사해 27일하루 동안 1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
아기가 고무탄을 맞고 어린이가 실탄에 희생됐으며 다친 시위자의 몸에 불을 놓는 등 잔혹 행위가 발생하고 있다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유럽연합(EU)도 미얀마 '국군의 날'에 군부가 저지른 대규모 유혈사태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자신들의 날에 자신들의 국민을 겨냥해 군부가 저지른 폭력 고조를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보렐 대표는 "미얀마군은 어제를 기념하기는커녕 공포와 수치의 날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영국 런던에 있는 미얀마 대사관 외부에 있는 미얀마 시위 희생자들의 사진[로이터=연합뉴스] |
미국, 영국, 호주, 일본, 한국 등 12개국의 합참의장은 전날 매우 이례적인 공동성명을 통해 미얀마군이 군대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비판했다.
이들 군부 지도자는 "전문적인 군대는 행위의 국제기준을 준수하고 자신이 섬기는 국민을 해치지 않고 보호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우리는 미얀마군이 폭력을 멈추고 자신들의 행동 때문에 상실한 미얀마 국민의 존중과 신뢰를 회복하는 데 노력하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지구촌에서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의 무능을 둘러싼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서방 국가들은 미얀마 군부를 겨냥한 각종 제재를 쏟아내고 있으나 지난달 1일 쿠데타 이후 유혈사태는 오히려 점점 악화하고 있다.
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미얀마군이 학살로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한다"며 "국제사회 행동부재의 비용이 시신들의 수에서 측정된다"고 지적했다.
유엔의 특별기구인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은 미얀마 군부가 자행하는 폭력 때문에 미얀마 젊은 세대가 재앙적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헨리에타 포어 유니세프 총재는 "미얀마군이 어린이를 보호하기는커녕 어린이를 대상으로 포함한 무차별 살육을 저지른 데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포어 총재는 "폭력의 즉각적 악영향에 더해 미얀마 어린이들이 장기적으로 이번 위기 때문에 치러야 할 대가가 재앙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얀마 어린이 100만여명을 대상으로 하는 주요 전염병 백신 접종, 500만명 정도를 대상으로 한 비타민A 보충제 제공 등의 필수 서비스가 지연되고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포어 총재는 "많은 이들을 빈곤으로 몰아넣을 경기침체와 더불어 핵심 서비스 상실 때문에 어린이와 청년 한 세대가 통째로 위험에 빠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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