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사건에 분노한 여성들…'성평등 서울' 위해 뛴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여성후보들. 윗줄 왼쪽부터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신지혜 기본소득당 후보. 아랫줄 왼쪽부터 김진아 여성의당 후보, 송명숙 진보당 후보, 신지예 무소속 후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공) ©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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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준성 기자 = 9일 앞으로 다가온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젠더 선거'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치러지는 선거이며, 그로 인해 분노한 여성을 대변하는 여성 정치인들이 성폭력 없는 서울을 만들고자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출마 후보 중 5명이 여성인 이번 선거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역대 최다의 여성 후보가 출마한 선거로 기록된다. 2006년 강금실, 2010년 한명숙, 2011년 나경원 등 유력 여성 정치인의 출마는 꾸준히 있어 왔지만 3명이 넘는 여성 후보가 동시에 출마했던 적은 없었다.
특기할 점은 박영선(61) 민주당 후보를 제외한 4명의 후보가 모두 3040세대라는 점이다. 젠더 이슈를 내세웠던 정의당이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으로 후보 무공천을 결정한 가운데 젊은 여성 정치인들이 '성평등 서울'을 위해 나선 것이다.
신지혜(34) 기본소득당 후보, 김진아(46) 여성의당 후보, 송명숙(34) 진보당 후보, 신지예(31) 무소속 후보는 하나 같이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과 이를 대하는 민주당의 태도를 비판한다. 남인순·진선미·고민정 의원 같이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칭하거나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처럼 박 전 시장을 옹호하는 태도로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앞서 박 후보는 지난 8일 여성의날을 맞아 "박 전 시장을 대신해 피해 여성께 다시 한번 진심 어린 사과를 드린다"고 한 뒤 여성 정책 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젠더폭력 예방 및 피해자 지원센터 강화' '피해 여성들의 심신 안정·사회 복귀를 위한 상담 지원 프로그램 24시간 운영' '여성폭력예방팀 신설' '24개 성폭력 피해 지원기관의 컨트롤타워 신설' 등을 약속했다.
지난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페미니스트 시장' 슬로건을 내걸었던 신지예 후보는 29일 "박 후보는 임 전 실장과 같은 당내 2차 가해자들과 극렬히 싸워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진정으로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것도 아니며 책임지는 정치도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송명숙 후보도 "박 후보가 본선을 앞두고 피해자에게 사과를 했는데 얼마 안 지나 (고민정 의원의 캠프 대변인직 사퇴 이후) SNS에 '가슴이 아프다'고 올린 글에서 위선적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저조차도 화가 났는데, 피해 당자자는 오죽했을까 싶어 분노했다"고 비판했다.
신지혜 후보는 "수많은 여성들의 입을 막는 엄청난 권력 행사"라면서 "여성들이 일상에서 성폭력적인 상황을 경험하는데, 가해자가 권력이 있는 사람일 경우 '이 문제를 고발하면 이런 대우를 받구나'하는 절망을 안겨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들은 젊은 여성 정치인이 대거 출마한 현상에 대해선 긍정적인 답을 내놨다. 청년과 여성의 고민을 담은 공약과 메시지를 통해서 여성들의 정치 참여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신지혜 후보는 "제가 고등학교 때만 해도 '여성 정치인' 하면 그나마 심상정 의원 외에는 떠오르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면서 "이번 보궐선거로 '여성이 정치해야 세상이 바뀐다'는 인식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송 후보도 "젊은 청년 정치인들은 향후 살아가는 기준과 달라져야 할 사회 질서를 제시하고 앞으로 어떤 변화 있을지 말할 수 있다"면서 "비혼 여성·남성에게도 가족을 구성할 권리를 주고, 서울시의원·고위공무원 남녀 동수제를 제안한다"고 했다.
김진아 후보는 ΔSH(서울주택공사) 공공주택분양 50% 여성세대주 의무할당 Δ여성 청소년 월경용품 무상 공급 Δ여성-남성 임금 격차만큼 교통 지원금 지급 등 청년 여성을 위한 공약을 전면에 내걸었다.
신지예 후보는 시장 직속의 독립기구로 젠더폭력전담기구를 설치하고 피해자 구제와 사법처리에 대한 과정을 전담하겠다고 했다. 성평등 임금공시제 확대와 성별임금격차 조정 계획 수립도 약속했다.
청년 여성정치인들의 출마로 오래된 선거 체제의 개선 필요성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는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배우자(배우자가 없는 경우 예비후보자가 지정한 1명)와 직계존비속을 규정하는데, 이는 배우자나 자식이 없는 미혼·비혼 후보자에게 불공평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최근 '보궐선거 왜 하죠' '우리는 성평등한 서울을 원한다' 등의 문구에 대해 공직선거법 제90조(시설물설치 등의 금지)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금지 통보를 내린 결정에 대해 과잉 규제 논란이 일자, 향후 법안 개정 의견을 제출할 방침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은 2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정치참여 권리를 불허한 선관위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뉴스1 김도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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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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