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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이젠 퇴직하게 해달라"는 국정농단 특검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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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박영수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이 대법원까지 특검의 변호사 겸직을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제한이라는 내용의 국정농단 특검법 개정안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특검팀은 이러한 의견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특검법에도 반영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지난 23일 LH 특검 도입 협의를 시작했다.

특검팀이 이러한 의견을 낸 까닭은 상고심까지 특검의 변호사 겸직을 금지하는 규정 때문이다. 역대 특검법에는 수사 종료 때까지만 겸직금지 의무가 규정됐다. 겸직금지 의무 규정에 ‘수사 완료 후 공소유지를 위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는 단서조항이 붙었다. 그런데 국정농단 특검법이 입법될 때 실수로 이 조항이 빠지며 국정농단 특검팀은 사건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때까지 겸직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4년4개월째 유지되고 있다. 역대 특검 중 최장기다. 박영수 특검, 이용복·양재식 특검보, 어방용 수사지원단장, 허진영 특별수사관 등 공소유지에 필요한 최소 인력만 남아 있는 상태다.

특검의 주요 수사대상이었던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사건은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며 사건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연루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직권남용 사건은 2017년 상고가 제기된 뒤 대법원이 3년째 심리 중이고, 연내 선고가 불투명하다.특검팀은 LH 특검팀에서는 수사가 종료될 때까지만 겸직을 금지하는 과거 특검법으로 돌아가는 것보다는 사실심인 1·2심까지 겸직을 금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과거와 달리 공판중심주의에 따라 수사 이상으로 공소유지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상고심까지 겸직을 제한한다면 실력 있는 변호사들이 LH특검에 지원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특검 경험이 있는 A변호사는 “4~5년 공백이면 기존 의뢰인과의 관계가 끊어지는 등 경력단절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법률심인 상고심에서는 공소유지가 주로 서면으로 이뤄지는 만큼 검찰총장에 사건을 인계해도 공소유지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본다. 이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특검팀의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직 검사를 LH특검에 파견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사의 수사 대상이 6대 범죄로 축소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여러 건의 특검 사건에서 파견 검사가 특검의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해석해온 만큼 이 부분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파견 검사의 권한 문제는) 옷로비·대북 송금 등 과거 특검 사건에서 여러 번 다뤄졌다”며 “형사소송법상 문제가 있었다면 대법원에서 문제 삼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 파견 경험이 있는 한 부장검사는 “LH 특검은 (수사 대상자와 이해 충돌을 피하기 위한) 전통적 성격의 특검이 아니라 검찰 수사가 제한됨에 따라 부패 대응 역량이 부족해져 만들어진 특검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며 “검사의 파견을 제한하거나 파견 검사의 수사권 제한을 두면 특검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A변호사는 “특검이 주로 수사하는 조직 범죄는 전문적인 영역이어서 파견 검사 없이 특별수사관(변호사)이 수사하기는 쉽지 않다”며 “파견 검사가 없다면 특검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LH특검법에서는 이런 논란을 피하기 위해 파견 검사의 권한을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정농단 사건에서 최씨, 이 부회장 등이 파견검사는 공판에 참여할 권한이 없다며 문제삼은 전례가 있다. 국정농단 특검법에는 파견 검사의 직무범위와 권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특검 경험이 있는 B변호사는 “파견 검사 단독으로 피의자를 조사할 수도 없고, 특별검사와 동행한 상태에서 피의자를 조사해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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