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4일 부산 부산진구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선거대책본부 출범식이 열렸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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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돌입한 이후 유독 부산이 시끄럽다.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선거대책위원회가 연일 부산을 찾는 것은 물론, 문재인 정부 장관 출신들도 민주당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 선대위에 합류했다. 국민의힘도 경남과 울산 현역 의원들이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지원에 나서 힘 싸움에 밀리지 않을 태세다. 애초 부산시장 선거만 열릴 예정이었던 4·7 보궐선거에 대한 관심은 낮았다. 이후 서울시장 선거가 겹치면서 판이 커졌고, 국민의 이목도 ‘수도의 승부’에 맞춰졌다. 그런데 막상 후보가 선출되자 여당은 부산에 물량을 퍼붓고 있고, 국민의힘도 경남·울산 세력까지 가세해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부산의 표심은 PK로 명명된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의 표심과 연동된다. 2022년 3월 차기 대선에서 재집권과 탈환을 노리는 여야로서는 물러설 수 없는 지역인 셈이다.
■친노·친문 대 친이·친박계 격돌
민주당의 김영춘 후보 선대위는 대선 캠프를 방불케 한다. 강경화 전 외교부,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도종환 전 문화체육부 장관이 특별고문으로 합류했다. 장관 출신들은 김 후보가 문재인 정부 초대 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할 당시 국무회의를 함께한 멤버다.
부산에 연고가 있거나 인연이 있는 민주당 소속 의원들도 협력의원단을 구성해 김 후보를 돕고 있다. 의원단 규모만 40명에 달한다. 민주당 의석수의 3분의 1이 넘는 60여명의 의원이 부산시장 선거에 투입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중앙당 상임선대위원장인 이낙연 전 대표도 부산시장 선거에 올인하고 있다. 올해 들어 7번이나 부산행을 택하며 진두지휘하고 있다.
지난 3월 11일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사무실에서 열린 선대본부장 회의에서 하태경 의원(왼쪽부터) 김기현 의원, 박 후보, 서병수 의원, 김미애 의원 등이 결의를 다지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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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한 지붕 두 가족’이었던 과거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계가 박형준 후보 지원을 위해 의기투합했다. 친박계였던 서병수 의원은 부산선대위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았다. 또 명예선대위원장에는 비박(비박근혜)·친이계였던 김형오·정의화 전 국회의장,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권철현 전 주일대사 등이 포함됐다. 고문단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당 사무총장을 지낸 안경률 전 의원이 위촉됐다.
국민의힘 부산시장 선대위의 또 다른 특징은 울산 4선 김기현, 경남 3선 김태호 의원 등 경남과 울산 의원들이 합류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이 ‘텃밭’으로 인식하는 부울경 선거에서 상호간 협력 체제를 구축한 것은 이례적이다. 2016년 20대 총선 전까지 ‘깃발만 꽂으면 된다’는 등식이 30년간 유지됐기 때문이다.
■‘40%+알파’ 대 ‘60% 회복’
민주당의 부산시장 선거에 대한 물량 공세도 대선급이다. 전·현 정부에서 10년 이상 논란이 됐던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중심으로 숱한 지역의 난제들을 일거에 해결할 기세다. 중앙당이 주도하는 네거티브 공세도 불을 뿜고 있다.
이번 선거는 민주당 소속 시장의 성비위 사건이 원인이다. 또 지난해 4월 21대 총선결과로 보면 이번 보선의 승패가 기울었다는 분석이 대세였다. 그런데 민주당은 유례가 없을 정도로 부산시장 선거에 집중한다. 이번 선거가 갖는 의미를 역대 대선결과와 연결해보면 민주당의 ‘큰 그림’이 드러난다.
노무현 정부 이후 민주당이 정상 전력으로 대선에 임한 것은 2012년과 2017년 대선이다. 2012년 대선 때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부산 득표율은 39.87%. 문 후보가 당시 전국 득표율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3.63%포인트 차로 패했지만, 턱밑까지 추격한 배경이다. 2017년 대선 때 문 대통령은 부산에서 5년 전과 비슷한 득표율(38.71%)을 올려 당선됐다.
차기 대선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전력 손실 없이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집권 연장을 위해 ‘부산 40%’를 마지노선으로 잡는다. 이는 PK에서 40% 득표율을 올린다는 의미다. 부울경 40%가 무너지면 인구 규모를 감안하면 다른 지역에서 메우기가 쉽지 않다.
전통적 대선 전략 복원도 부산으로 향하는 배경이다. PK 출신 후보(노무현·문재인)를 통한 보수 텃밭 공략과 호남·서울 전통적 지지층 결합은 민주당의 승리 공식이다. 그런데 차기 대선에서 PK 출신의 잠룡 출현이 불투명해졌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드루킹 사건(인터넷 댓글 조작 사건)’으로 운명이 불확실하고, 김두관 의원은 아직 존재감이 약하다. 지역의 ‘인물’이 불확실해진 만큼 여권의 물량으로 대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의 ‘PK바람’이 다시 잦아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씨를 뿌린 PK 공략은 2018년 지방선거 때 확실한 열매를 맺었다. 오거돈 민주당 후보는 과반을 득표해 민주당 정당사에서 처음으로 부산시장에 당선됐다. 그런데 2년 9개월이 지난 현재 지역 민심은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총선 때 민주당 득표율은 44.31%로 하락했고, 의석수도 6석에서 3석으로 줄었다. 또 총선 직후 터진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비위 사건으로 이번 보선까지 유발했다. 부산의 ‘도로 보수화’는 민주당으로서는 치명타다.
국민의힘 역시 부산시장 보선을 재집권을 위한 가늠자로 판단한다. 보수세력이 부산에서 마지막 전성기를 맞은 것이 2012년 총선과 대선이었다. 중심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있었다.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는 부산에서 59.82%를 득표했다. 박 후보는 앞서 열린 총선에서 자당 부산 후보들이 올린 평균 득표율(49.58%)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득표율을 보였다.
보수의 몰락도 부산에서 시작됐다. 2014년 지방선거 때 새누리당 서병수 부산시장 후보는 50.65%를 득표했다. 야권 무소속 단일 후보로 나선 오거돈 후보에게 불과 1.31%포인트 차로 진땀승이었다. 그리고 2016년 총선 때 새누리당은 48.08% 득표했다. 처음으로 부산 18석 중 민주당에 5석을 내주며 사실상 참패했다. 이후 2017년 대선에서는 ‘탄핵 바람’으로 자멸했다. 이듬해 지방선거에서 서병수 후보의 재선 도전은 허무하게 끝났다. 37.16%의 득표율로 민주당 오거돈 후보(55.23%)에게 18.07%포인트 차로 참패했다.
박 전 대통령이 올렸던 ‘부산 60% 확보’는 이번 시장 보선에서 국민의힘의 지상과제다. 이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찢어졌던 PK와 TK(대구·경북)의 ‘영남 보수’ 재건을 의미한다. 지난해 총선에서 보수세력의 부활 가능성도 부산에서 엿보였다. 전국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은 부산에서 15석 확보해 부울경 재탈환의 가능성을 높였다. 그리고 불과 1년 뒤 예상치 못했던 시장 보선까지 치르게 됐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영남 보수 복원의 절호의 기회를 맞았고, 울산·경남 정치권까지 가세하는 총력전에 나선 이유다.
부산시장 보선은 부울경이 ‘스윙보터’로 자리 잡느냐, ‘영남 보수가 복원되느냐’의 바로미터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시선은 자당의 김영춘, 박형준 부산시장 보선 후보 대결의 너머를 주시한다. 양 당이 부산에서 벌이는 전면전의 결과에 차기 대선판은 또다시 출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박태우 국제신문 서울정치부장 yai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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