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나서 吳에 '말조심' 당부
문 대통령, 오 후보 모두 치매와 무관치 않은 개인사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26일 오후 서울 용문시장 네거리에서 유세차량에 올라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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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준이 기자, 나주석 기자]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중증 치매 환자’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4·15 총선 막바지 미래통합당이 연이은 막말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만큼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관련 파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오 후보나 문 대통령 모두 치매 관련 개인사가 있어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26일 오전 오 후보는 서울 강서구 증미역 앞에서 유세 연설을 하던 중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면서 "연설할 때 ‘무슨 중증 치매 환자도 아니고 국민들은 집값 올라간다고 난리인데 본인(대통령)은 부동산 안정돼 있다고 한다’고 지적했더니 과한 표현이라 한다"며 "야당이 그런 표현도 못하나"라고 발언했다.
이는 지난 2019년 10월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태극기 집회 연설을 통해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올바르게 가고 있다는데 중증 치매 환자 넋두리 같은 소리"라고 발언한 것이 재차 논란이 되자 항변한 것이다.
이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오 후보를 향해 "당선되고 싶으면 입이나 닥치라"며 "이 인간은 아예 개념이 없다. 당에서 막말 주의보 내렸다더니"라고 비판했다.
더구나 오 후보가 언급한 치매는 문 대통령은 물론 오 후보와도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오 후보는 살고 있던 아파트 경비원들에게 명절 격려금을 지급했다는 이유로 광진구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고발당한 적이 있다. 오 후보는 당시 명절 격려금을 지급한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작년에는 치매 기운이 있는 어머님이 매일 데이케어센터 차량으로 귀가하실 때 매번 경비원들께서 집까지 동행해주시는 신세를 지게 돼 늘 고마운 마음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당시 오 후보의 설명대로라면 오 후보 모친 역시 치매라는 질병의 고통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문 대통령에게도 치매는 단순한 질병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문 대통령은 치매와 관련해 이전 어떤 정부보다도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왔다. 이같은 배경에는 문 대통령의 가족 역시 치매 환자가 있기 때문이 크게 작용했다.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2017년 서울 강북노인복지관에 방문한 자리에서 "어머니가 치매에 걸려 대통령이 된 사위도 못 알아보시고 저도 못 알아보신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나 이후 치매 국가책임제 노력 등도 이같은 경험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선거철 후보자의 막말은 승패를 좌우할 만큼 유권자의 표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지난 2019년 4·15 총선에서도 김대호 후보의 ‘3040 무지와 착각의 세대’ 발언, 차명진 후보의 ‘세월호 유가족 텐트’ 막말 등이 참패의 원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오 후보는 앞서 지난 2월 국민의힘 예비 후보 시절에도 페이스북에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북한 원전 건설 문건’ 제목의 ‘v’가 대통령을 가리키는 ‘vip‘가 아니냐는 의혹 제기를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이후 그는 ’v’ 논란을 선거 전략으로 역이용하면서 위기를 모면했다.
오 후보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당 내에서도 진화에 나섰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오 후보가 흥분해서 과격한 발언을 했다는 걸 들었는데 앞으로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사실은 내가 첫 선거대책위원회를 할 때 (오 후보한테) 말조심하라고 당부했다"고 부연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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