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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전] '이강인 제로톱' 의도는 알겠다...하지만 타이밍이 맞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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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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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 오종헌 기자 = 파울로 벤투 감독의 의도는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강인 '제로톱' 전술은 실패로 돌아갔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5일 오후 7시 20분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 축구대표팀과의 한.일 친선 경기에서 0-3으로 패했다.

80번째 한일전이자 무려 10년 만에 펼쳐진 양 팀의 친선 경기였다. 2011년 8월 마지막 친선전을 가진 뒤 이후 4차례 맞대결은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서 치러졌다. 그러나 오랜만에 가진 한일 친선전에서 다시 한번 수모를 경험했다.

이날 한국은 나상호, 이동준, 이강인, 남태희, 원두재, 정우영, 홍철, 김영권, 박지수, 김태환, 조현우를 선발로 내세웠다. 이에 맞선 일본은 미나미노, 오사코, 모리타, 카마다, 이토, 엔도, 야마네, 도미야스, 사사키, 요시다, 곤다를 출전시켰다.

전반 초반 일본의 선제골이 터졌다. 전반 16분 혼전 상황에서 오사코 유야가 힐킥을 시도했고 이를 잡은 야마네가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한국은 10분 뒤 추가 실점을 허용했다. 전반 27분 일본이 역습에 나섰고 카마다가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한국의 첫 슈팅은 전반 38분에 나왔다. 나상호가 일본 수비진에서 패스를 끊어냈고 페널티박스 안으로 침투 후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다. 그러나 슈팅에 힘이 너무 실려 골문을 크게 빗나갔다. 한국은 전반 종료 직전 세트피스 기회가 있었지만 모두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한국은 전반전에 이강인 '제로톱' 전술을 가동했다. 이강인이 최전방에 위치하고 남태희가 그 뒤를 받쳤다. 나상호와 이동준은 측면에 배치됐다. 이번 소집 명단에서 '주포' 황의조가 소집되지 않았고, 전문적인 스트라이커는 이정협이 유일했다. 그렇기 때문에 플랜B 전술이 필요했고, 이에 이강인을 활용한 제로톱을 가동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실패였다. 2선에서 창의적인 패스와 좋은 탈압박 기술을 가지고 있는 이강인은 최전방에 고립됐다. 이강인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를 향한 대부분의 패스는 공중볼을 통해 이뤄졌고, 제공권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이강인이 자신의 강점을 발휘하기는 상당히 어려웠다.

이강인 '제로톱' 전술의 의도는 분명했다. 이강인을 본래 포지션보다 높은 곳에 배치하면서도 강점을 그대로 살려 공을 지켜낸 뒤, 빈 공간으로 침투하는 나상호, 이동준, 남태희가 슈팅하는 장면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애초에 이강인에게 공이 제대로 연결이 되지 않았다.

벤투 감독도 이를 인정했다. 벤투 감독은 "상대 수비가 압박할 때 그들을 끌어낼 수 있었다면 측면 윙어들과 남태희가 뒷공간으로 침투하는 움직임을 원했다. 이 부분이 잘 되지 않았다. 의도했던 공격이 나오지 않았다. 이강인 제로톱 전술을 내가 준비했지만 잘 되지 않은 점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제로톱 전술'은 실패가 아니라 실험 자체를 시작하지 못했다. 이강인에게 공이 전달된 뒤 상황을 이어가면서 그 진행 상태를 점검해야 실험이 된다. 그러나 선수들은 공중볼 위주의 공격만 전개했고, 사실상 이강인 제로톱이 아닌 이강인이 원톱에 위치한 4-2-3-1 전술에 불과했다.

이번 일본 원정에서 손흥민, 황의조, 황희찬 등 주축 공격수들이 빠졌다. 아쉬운 점은 이들이 없는 상황에서 선수 변화가 아닌 전술 변화로 플랜B를 만들었어야 하는 것이다. 핵심 선수들이 빠졌을 때 이들의 대체자를 구하기 위해서는 기존 전술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선수들을 기용하는 방법이 있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짧은 훈련 기간에서 핵심 선수들의 빈 자리를 새로운 선수들로 채우는 동시에 익숙하지 않은 전술을 가동했다. 오랜만에 대표팀 경기를 치르는 선수도 있었고, 정우영처럼 처음 합류한 선수도 있었다. 선수들 사이의 호흡, 조직력을 맞추는 동시에 전술 적응까지. 너무 많은 것이 요구됐다.

결국 벤투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이강인을 빼고 이정협을 투입하면서 제로톱이 아닌 기존처럼 공격수를 배치하는 전술로 바꿨다. 후반 내내 추격골을 노렸지만 후반 37분 코너킥 상황에서 3번째 실점을 헌납했다. 결국 한국은 '삿포로 참사'에 이어 다시 한번 0-3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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