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나라로 꺼져, 닙스" "내 엉덩이 번역해봐"
신씨 "병원 대처 놀라워…우리가 아닌 백인 부부 호위"
병원에서 한국계 호주인 제이 신(왼쪽)에게 인종차별적 폭언을 퍼부은 백인 여성(오른쪽). 사진=틱톡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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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주 기자] 호주에서 병원을 찾은 한인 3세 부부가 백인 여성으로부터 인종차별을 당했다.
25일 호주 뉴스코퍼레이션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23일 서호주 퍼스 캐닝베일의 한 방사선 클리닉을 방문한 부부에게 한 중년의 백인 환자가 시비를 걸어왔다.
이 중년의 백인 여성은 한국계 호주인 제이 신과 그의 임신한 아내를 향해 다짜고짜 "너희 나라로 꺼져"라고 말했다.
신 씨는 "오후 2시쯤 아내와 병원 대기실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는데, 옆자리 백인 여성이 '내 엉덩이 번역해봐'라는 인종차별 발언을 했다"면서 "이어 인종차별적 비방을 마구 퍼붓더니 '너희 나라로 꺼져, 닙스'라고 말하더라"라고 설명했다.
닙(Nip)은 Nippon(일본)을 줄인 말로, 일본인을 폄하하는 표현이다.
둘째 임신 19주 차인 아내까지 모욕당하게 되자 분노한 난 신 씨는 "우리한테 한 소리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냐"라고 말했다.
신 씨는 또 "지금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했느냐. 나는 이 나라에서 태어났다"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백인 여성은 "나한테 소리 지르지 마"라면서 윽박질렀다.
남편으로 보이는 백인 남성은 태평히 앉아 있었다.
신씨의 아내는 그새 카메라로 현장을 촬영했다.
촬영이 시작되자 백인 여성의 폭언은 그나마 잠잠해졌다고 신 씨는 설명했다.
싸움이 계속되자 병원 관계자는 결국 백인 여성과 신 씨에게 다른 자리로 이동해달라고 요구했다.
백인 여성은 자리를 옮기면서도 "중국으로 꺼져"라고 중얼거렸다.
신 씨는 "진료 절차에 대한 불만을 우리에게 터트린 것 같다. 백인 여성이 남편 없이 진료실에 혼자 들어가야 했던 상황에 화나 우리에게 화풀이한 것이 아닌가 싶다"면서 "이런 일이 자주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인종차별은 분명 여전히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호주에서 나고 자랐지만, 17살 때 호주로 온 이모들이 비슷한 상황에 부닥쳤을 때 나만큼 잘 대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인종차별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만약 그 백인 여성을 다시 만난다면 다양성 교육을 해주고 싶다"고도 전했다.
신 씨는 또 "당시 직원 대처가 놀라웠다. 우리가 아닌 백인 부부를 호위했다"면서 불만을 터트렸다.
뉴스코퍼레이션은 병원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했지만 언급을 회피했다고 전했다.
김봉주 기자 patriotb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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