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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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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돌아 돌아온 오세훈의 나비효과···10년만의 재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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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4.7 보궐선거 서울·부산시장 후보 경선 결과 발표회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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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돌아 돌아온 오세훈의 나비효과.’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야권 단일화 후보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뽑혔다. 딱 10년 걸려 돌아온 재도전이다. 오 후보는 단일화 발표 직후 기자회견에서 “서울시민에 마음의 빚 갚겠다”면서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오 후보를 야권 단일 후보로 만들어낸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내가 국민의힘에 와서 할 수 있는 기여의 90%는 다 했다”고 말했다.

■김종인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바보같은 짓”

이번 야권 단일화 과정 내내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 후보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지난 과거를 돌아보면 김 위원장은 오 후보의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두고 여러차례 비판해왔다.

오 후보는 2011년 8월 서울시장 재임 시절 무상급식을 걸고 주민투표를 실시하면서 자신의 재신임을 물었다. 당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등 여권 고위 인사들이 주민투표 결과에 시장직을 걸지 말라고 강하게 만류했으나 오 후보는 주민투표에 재신임을 붙였고 결국 사퇴했다.

오 후보가 당시 ‘주민투표와 시장직’을 연계한 일을 정치권 안팎에선 ‘오세훈의 나비효과’로 불린다. 그 일을 계기로 안철수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양보로 박원순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19대 총선 패배가 예상되는 한나라당은 당시 홍준표 대표 체제를 막 내리고 박근혜 전 대표를 구원투수로 내세우는 등 격변을 겪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오 후보의 ‘주민투표’를 내내 ‘정치권이 민심의 변화를 읽지 못한 사례’로 여러번 거론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국민의힘 전국조직위원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미래통합당이 총선을 패배한 원인으로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 사례를 거론하며 “바보같은 짓”이라며 “당이 시대정신을 못 읽었다”라고 언급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20~30대 표심이 달아나 보수의 균열이 시작됐다는 평가도 있다. 보수진영은 이후로 오랫동안 ‘아이들 밥 안 주려고 시장직까지 걸었다’는 비난을 받았다.

■김종인, 오세훈 단일후보 되자 “내 할 일 90%는 다 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서울시장 후보로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고자 했다. 새로운 시대정신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언급해왔다.

김 위원장은 오 후보의 출마 가능성 자체도 낮게 봤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7월 기자들과 간담회에서도 오 후보의 등판 가능성을 두고 “서울시장을 이미 두 번씩이나 하신 분이 큰 관심이 있겠나.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 때) 자기 스스로 사표를 내고 나온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새로운 인물 발굴에 실패하고 결국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간 단일화 대결 구도가 굳혀지자 김 위원장은 오 후보 응원에 적극 나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위원장으로선 여러 사람에게 서울시장 출마를 찔러봤으나 다들 부정적이었다”면서 “누가 후보로 됐든 김 위원장은 제 1 야당의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말했다. 야권 단일화 여론조사 과정에서도 논란이 된 ‘유선전화 10% 포함’을 주장한 것도 국민의힘 후보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었다. 결국 단일화 성사를 위해 유선전화 방식을 두고는 국민의힘이 한발 물러섰다.

김 위원장은 단일화 여론조사 발표를 하루 앞둔 22일 “여론조사를 냉정하게 분석해보면, 이기는 사람은 정해져 있다”며 “오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가 된다”고 확언했다. 자신감에 찬 발언이었다.

야권 단일 후보는 23일 실제로 그의 확언대로 국민의힘 후보로 결정됐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 후보로의 단일화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치의 상식이 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추후 역할론에 관해 묻자 김 위원장은 “오 후보가 단일후보가 됨으로써 내가 국민의힘에 와서 할 수 있는 기여의 90%는 다 했다”며 “나머지 10%를 더 해서 오세훈 시장을 당선시키면, 그것으로써 내가 국민의힘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제1야당에서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못하고 단 3석 뿐인 소수 야당에게 단일 후보를 빼앗겼다면 김 위원장의 입지는 바로 흔들렸을 공산이 크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뒤에서 지원하던 김무성·이재오 전 의원, 홍준표 무소속 의원 등이 ‘반 김종인’ 세력을 구성해 야권 재편을 노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당 후보를 단일화 후보로 만들어냄으로써 김 위원장의 입지는 선거 이후에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김 위원장 스스로 선거 이후 “떠난다”고 말해왔기 때문에 공식적 직책을 맡기 보다는 대선을 앞두고 외곽에서 ‘킹메이커’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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