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세탁 혐의 미국에 넘겨진 북한인 문철명씨 미국 법정 첫 출석 : zum 뉴스

[경향신문]

미국 법무부는 22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로부터 불법 자금세탁 혐의로 신병이 넘겨진 북한인 문철명씨(55)가 워싱턴 법정에 처음 출석했다고 밝혔다. 미 법무부는 문씨의 혐의와 신병을 인도받은 경위를 설명하면서 그가 북한 정찰총국과 연계돼 있다고 밝혔다.

미 법무부는 이날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약 2년의 법적 절차 끝에 문씨의 신병을 인도받았다면서 문씨가 이날 워싱턴 법정에 처음 출석했다고 밝혔다. 미 법무부는 “이번 사건은 북한 국적자가 미국에 인도된 첫번째 사례”라고 설명했다.

미 법무부는 문씨가 2019년 5월 2일 워싱턴 연방법원에 기소됐다면서 그가 2013년 4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다른 공범과 함께 미국 금융시스템에 은밀하고도 부정하게 접근했으며, 150만달러(약 17억원)가 넘는 불법 자금세탁에 관여함으로써 미국이 대북 제재와 유엔의 대북 제재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미 법무부는 문씨가 미국과 유엔의 제재 대상인 북한 정찰총국과 연계돼 있다고 주장했다. 정찰총국은 북한에서 대외 공작업무를 전담하는 기관이다.

미 법무부는 문씨와 공범들이 오랫 동안 유령회사와 가명으로 개설된 은행 계좌 등을 앞세워 북한과의 연계를 숨김으로써 제제 위반에 대한 적발을 피했다고 지적했다. 북한을 위한 거래라는 것을 의도적으로 숨김으로써 미국 은행들이 북한 기관들에게 이득이 되는 거래를 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미 법무부는 문씨가 2019년 5월 14일 외국에 구금됐다면서 6건의 자금 세탁 및 자금세탁 공모 혐의로 기소됐다고 전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2019년 5월 2일 워싱턴 연방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을 근거로 미 연방수사국(FBI)이 문씨의 신병인도를 요청하자 그를 체포했다. 말레이시아 법원은 2019년 12월 문씨의 신병을 미국에 인도하는 것을 승인했고, 말레이시아 대법원은 이달 초 문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미국으로의 신병 인도를 최종 확정했다.

존 데머스 미 법무부 국가안보담당 차관보는 “문씨에 대한 기소는 그가 미국과 유엔의 대북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은행을 속이고 자금을 세탁한 혐의를 두고 있다”면서 “우리는 제재 회피와 다른 국가안보 위협으로부터 미국인을 보호하기 위해 계속해서 법을 폭넓게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씨는 자신에 대한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은 전날 문씨의 변호인이 문씨가 미국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문씨 변호인은 문씨의 신병 인도가 “정치적 동기에 따른 것”으로 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해 북한에 압력을 높이려는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말레이시아가 문씨의 신병을 미국에 인도한데 대해 반발하며 말레이시아와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하고 외교 인력을 철수시킨 상태다. 북한 외무성은 성명에서 “말레이시아 당국은 무고한 우리 공민을 ‘범죄자’로 매도하여 끝끝내 미국에 강압적으로 인도하는 용납못할 범죄행위를 저질렀다”면서 “특대형 적대행위를 감행한 말레이시아와의 외교관계를 단절한다는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외무성은 성명에서 “이번 사건은 우리 공화국을 고립 압살하려는 미국의 극악무도한 적대시 책동과 말레이시아 당국의 친미 굴욕이 빚어낸 반공화국 음모 결탁의 직접적 산물”이라며 “이번 사건의 배후조종자·주범인 미국도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