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번째 한일전 앞두고 22일 출국
다친 선수 뽑는 등 난맥상 드러내
홍명보 등 국내 감독도 “소통절실”
마스크 위에 페이스 가드를 덧쓴 채 인천공항 출국장을 나서는 파울루 벤투 감독.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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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은 통산 80번째 축구 국가대표 한일전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25일 오후 7시 20분 일본 요코하마의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경기를 앞두고 한국 선수단이 22일 일본으로 건너갔다. 마스크 위에 페이스 실드까지 겹쳐 쓴 채 출국장을 빠져나가던 우리 선수들은 투구 쓴 전사 같았다.
축구 한일전은 과거부터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출발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한 축구 팬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일본에서 열리는) 국가대표 축구 한일전을 중지시켜달라”고 청원했다. 22일까지 동의자가 3만에 가깝다.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소통 부재도 빼놓을 수 없다. 선수들 소속팀과 물밑 교류도 없이 코치진 판단만으로 선수를 뽑고보니, 정상 컨디션이 아닌 여러 선수가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아이러니한 건 대표팀 감독과 대한축구협회 전무를 거친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이 이 문제를 공론화했다는 점이다. 홍 감독은 16일 “벤투 감독이 측면 수비수로 선발한 홍철은 컨디션 난조로 뛰기 어렵다. 소속팀에 먼저 몸 상태를 물어봤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사실 대놓고 말하기 힘든 처지의 홍 감독이 벤투호의 선수 선발 과정에 우려 목소리를 낸 건 팀 이기주의가 아닌 충언이라고 봐야 한다.
대표팀 엔트리를 일부 손보는 과정에서 벤투 감독은 또 다른 잘못을 저질었다.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을 다친 공격수 손흥민(토트넘)에 대해 그는 “조세 모리뉴 토트넘 감독과 (부상 관련) 대화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미드필더 주세종(감바 오사카)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치료하느라 정상적인 훈련도 힘든 데 대표팀에 뽑았다. 결국 두 선수 모두 빠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라서 대표팀 감독도 선수들 경기를 현장에서 챙겨보기 쉽지 않다. 해외를 오가는 건 더욱 어렵다. 선수 뿐 아니라, 선수가 속한 클럽팀 코칭스태프와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해외파 뿐 아니라 국내파도 마찬가지다.
물론 특정 선수를 뽑은 것 자체가 벤투 감독 잘못은 아니다. 선수 차출은 대표팀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규정에도 설명을 듣거나 양해를 구하라는 건 없다. 그렇다고 해도 선수 선발이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건 아쉬운 일이다. 선수를 보내야 할 클럽팀 감독 여럿이 같은 문제를 제기한다면 분명히 이상 신호다.
입장을 바꿔놓고 보면 이해가 쉽다. 혹여 향후 월드컵 최종예선 등과 같이 중요한 경기에서 벤투 감독이 정말 필요한 선수가 있는데, 선수 차출을 클럽팀에서 협조하지 않았다 치자. 그래도 뭐라 할 수 없다. 코로나19 자가격리 기간이 5일 이상이면 클럽팀이 대표팀 요청을 거부할 수 있도록 국제축구연맹(FIFA)이 규정을 정했다. 중요한 승부처에서 그런 일이 벌어질 경우, 그 후폭풍은 ‘아쉬움’ 이상일 것이다. 소통의 중요성은 누누이 강조해도 모자라다.
송지훈 축구팀장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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