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
공모주 열풍이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스팩) 청약에도 불고 있다. 시중 유동성이 몰리자 새롭게 상장하는 스팩의 청약 경쟁률이 100대 1을 넘는 경우도 늘어났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는 구간에서 공모가인 2000원 이하로 쉽게 떨어지지 않는 점도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신규 상장된 스팩은 DB금융스팩9호, 하나머스트7호스팩, IBKS제15호스팩, 하나금융17호스팩, 신한제7호스팩, 한국9호스팩 등 총 6개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4개의 신규 스팩이 상장한 것과 비교하면 50% 늘어난 수치다.
스팩은 비상장기업의 인수와 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일종의 명목회사를 의미한다. 공모를 통해 투자자들이 모은 자본을 기반으로 기업을 인수·합병하고, 해당 기업을 증시에 우회 상장하는 특수목적회사다. 기업 입장에서는 직상장보다 조건이 쉽고, 절차가 빠르다는 장점을 누릴 수 있다.
대게 스팩은 공모가 2000원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 하방 경직성을 나타내곤 한다. 이어 비장상 기업에 접근이 어려운 투자자들도 스팩을 선호한다. 3년 내 합병상장을 진행하지 못하면 상장 폐지되는데, 이때 청산되는 스팩은 주주들에게 잔여재산을 배분해야 한다. 합병상장에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원금보장과 동시에 3년 치 이자까지 받는 게 가능한 셈이다.
이 같은 이점이 두드러지자 스팩 청약경쟁률도 치열해졌다. 지난달 공모청약을 진행한 하나머스트7호 스팩의 경쟁률은 237.41대 1을 기록했다. 이어 IBK제15호스팩의 청약경쟁률도 101.7대 1을 기록했다. 하나금융17호스팩의 경우 84.78대 1, 한국9호스팩도 46.54대 1로 뒤를 이었다.
이미 상장된 스팩에 대한 관심도 크게 늘었다. 이날 기준 국내 증시에 상장된 스팩은 총 55개다. 통상 2000원에서 거래되고 있지만, 상장을 앞둔 기업의 주가는 급등한 상태다. 제이시스메디칼과 흡수합병을 앞둔 유안타제3호스팩은 19일 종가 기준 4250원을 기록 중이다. 이어 한화에스비아이스팩도 2860원으로 공모가를 훌쩍 넘어섰다.
합병 상장 후 주가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올해 2개 기업이 스팩 상장으로 증시 입성에 성공했다. 이달 12일 현대무벡스가 상장에 성공했고, 지난달 9일에는 원바이오젠이 스팩 합병으로 상장했다. 합병상장 전 엔에이치스팩14호의 경우, 지난 1월 최고 7000원대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원바이오젠은 공모가와 비슷한 수준에서 거래 중이다.
한 증권사 지점 관계자는 “청약에서 주식을 받지 못하더라도 시장에서 2000원 내외에서 거래되고, 변동성도 크지 않아 물량을 크게 모을 수 있다. 3년 후 청산되더라도 주주에게 예치금, 이자 등 잔여재산이 배분되기에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는 ‘큰 손’들에게 인기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나 인수기업을 찾았다해도 최종 합병까지 중간에 무산되는 사례도 많으며, 상장 후에도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만큼 성과가 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스팩은 거래량이 많지 않고, 합병상장 이슈에만 주가가 움직인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투데이/이인아 기자(ljh@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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