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의 부시리그] 류현진은 MLB에서도 그의 길을 걷고 있다

[LA=스포츠서울 문상열전문기자] 큰 경기를 앞두고 팀훈련이 공개되는 종목은 야구다. 다른 종목은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 게 거의 원칙이다. 몸풀거나 단순 훈련 때 기자들에게 사진찍기용으로 공개되는 정도다. 야구는 전술경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농구, 아이스하키, 축구 미식축구 등은 전술로 움직인다. 감독의 임팩트가 야구보다 클 수밖에 없다. 야구를 단판 승부로 내지 않는 이유도 투수에 따라 상대적인 터라 그렇다. 미국에는 고교 야구도 토너먼트 게임이 없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의 플로리다 그레이프프루트리그 등판 일정은 파악이 어렵다. 시범경기와 자체청백전을 혼용하고 있어서다. 메이저리그 에이스에게는 매우 드문 케이스다. 이번 주 대부분 팀의 에이스급 투수들의 시범경기 등판은 4번째가 된다. 류현진의 그레이프프루트리그 등판은 3월 6일(한국 시간) 볼티모어 오리올스 2이닝, 16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전 4이닝 투구다. 총 6이닝 피칭이다. 두 번에 그치고 있다.

마지막 등판이 지난 16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전이었므로 4일 휴식 후 등판할 경우는 21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이 돼야한다. 필리스전에는 뉴욕 메츠에서 트레이드된 좌완 스티븐 마츠가 등판해 5이닝 동안 5안타 1볼넷 6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5일 휴식을 취하면 22일 뉴욕 양키스전이 된다. 류현진은 이미 “여러 차례 게임을 펼치는 같은 지구의 팀과의 시범경기에 등판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해 양키스전 로테이션은 일찌감치 피한 상태다. 전력 노출을 피하겠다는 뜻이다. 지난 시즌 LA 다저스에서 트레이드된 우완 로스 스트리플링이 예고돼 있다. 양키스는 에이스 게릿 콜이 등판할 예정이다. 경기는 플로리다 더디든 TD볼파크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이 17일(한국시간) 플로리다 더니든 바비 매틱 트레이닝 센터에서 열린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불펜 피칭 전 웃고 있다. 2020. 2.17. 최승섭기자(스포츠서울 DB)

토론토 홍보책임자는 21일 필리스전 때 “류현진은 22일 자체청백전으로 5이닝을 소화한다.”고 밝혔다. 시범경기 대신 두 번째 청백전이다. 각팀 에이스 가운데 두 번씩이나 청백전으로 이닝을 소화하면서 정규시즌 개막전에 대비하는 경우는 류현진이 유일하다. 이를 거꾸로 해석하면 토론토 코칭스태프가 류현진의 의사를 존중하고 배려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연봉 2000만 달러의 위력이다. 이미 2020시즌 팀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키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실전 6이닝 피칭에 불과하지만 투구내용은 정규시즌과 다를 바 없을 정도로 페이스는 좋다. 피트 워커 투수코치도 지난해와 비교해 브레이킹볼이 예리하다고 분석했다.

2013년 류현진이 LA 다저스에 입단했을 때 코칭스태프와 출입기자들이 가장 의아하게 생각했던 게 ‘노 불펜피칭’이다. MLB는 선발 등판 사이에 불펜피칭으로 다음 경기에 대비하는 게 기본이고 원칙으로 알고 있다. 일종의 바이블이다. 하지만 류현진은 불펜피칭을 하지 않겠다고 해 이를 관철시켰다. 릭 허니컷 투수코치, 돈 매팅리 전임 감독,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이 KBO리그에서 해왔던 루틴을 존중했다. 가끔 로테이션을 걸러 등판 간격이 길어졌을 때는 불펜피칭을 한다.

그동안 청백전 등판은 로테이션이 맞지 않을 때 해왔던 시즌 대비다. 류현진은 에이스이기 때문에 그를 중심으로 로테이션이 움직인이다. 류현진은 MLB에서도 그의 길을 고집하고 있다. 노 불펜피칭이 그렇고, 청백전으로 개막전에 대비하는 게 그만의 스타일이다. 물론 에이스이기에 가능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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