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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검찰, 朴법무 수사지휘권 발동에도 '한명숙사건' 불기소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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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19일 전국 고검장과 대검 부장검사(검사장)들이 참여한 회의 끝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에 사실상 반기를 들었다. 박 장관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과 관련한 모해위증 의혹을 대검이 무혐의 처리하는 과정이 공정하지 못했다며 재심의를 지시했는데도, 검찰은 과거 판단이 옳았다는 결론을 다시 내렸다.

조남관 검찰총장 권한대행은 13시간30분 동안 마라톤 회의 끝에 '한명숙 모해위증' 재소자 A씨에 대해 불기소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 전 국무총리에게 불리한 허위 증언을 한 의혹을 받는 고 한만호 씨의 동료 재소자 A씨는 재판에 넘겨지지 않게 됐다. 오는 22일이면 공소시효가 만료돼 A씨에게 허위 증언을 하도록 시킨 수사검사에 대한 조사도 힘들어졌다. 다만 법무부와 대검의 합동 감찰에서 새로운 정황이 공개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법무부는 이에 대해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다만 박 장관은 회의 결론이 나오기 전 퇴근길에 "일부 언론과 검사들이 이 문제를 '한명숙 구하기'로 왜곡하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이 사건은 국가의 신뢰를 회복하는 중요한 사건으로 법정에서 공명정대하게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고 했다.

이날 회의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가 지나서까지 식사 시간을 포함해 13시간30분 동안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오전에는 기록을 검토한 뒤 오후부터 본격적으로 토론에 돌입했다. 표결에는 조 대행과고검장 6명과 대검 부장검사 7명이 참여해 불기소 10대 기소 2, 기권 2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에서 재소자 조사를 맡았던 엄희준 부장검사도 출석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고 한다.

회의에서는 박 장관 수사지휘서에 따라 A씨가 2011년 3월 23일 한씨와 관련해 한 법정 증언의 허위성 여부, 위증 혐의 여부 등이 중점적으로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2010년 10월 서울중앙지검 복도에서 한씨를 우연히 만났다는 증언과 한씨에게서 받은 쪽지 관련 증언 등이 논의 대상이다.

朴법무 "불공정" 비판에도…검찰, 사실상 반기 들었다

'한명숙 모해위증' 불기소 결론

법무부·검찰 갈등 2라운드

검찰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에 사실상 반기를 들면서 향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재임기간처럼 '검란 2라운드'가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개혁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여권에서는 검찰의 결론에 대해 '제 식구 감싸기'라며 비판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사 절차와 관행에 법무부·대검 합동감찰도 예정돼 있어 박 장관이 다시 이 사건으로 검찰을 공격할 수 있는 여지도 남아 있다.

19일 조남관 검찰총장 권한대행은 고검장·대검 부장검사 회의를 거쳐 재소자 A씨에 대해 불기소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결에는 회의를 주재한 조 대행과 사건 조사에 관여한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은 기권으로 처리하고, 고검장 6명과 대검 부장검사 6명이 참여해 불기소 10대 기소 2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결론은 박 장관 수사지휘권 발동에 사실상 반기를 든 것으로 해석된다. 박 장관은 지난 17일 "대검이 실체 진실 발견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건을 다시 검토하라고 지시했는데, 검찰은 대검의 기존 결론이 맞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전·현직 검사들이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부당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무혐의로 일단락됐으나 여전히 불씨는 남아 있다. 수사팀이 허위 증언을 시켰는지에 대해 합동 감찰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앞서 박 장관은 "사건 관계인에 대한 인권침해적 수사 방식, 수용자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하면서 정보원 내지 제보자로 활용한 정황을 확인했다"며 법무부 감찰관실과 대검 감찰부 합동 감찰을 지시했다. 감찰 결과에 따라 박 장관이 다시 당시 수사팀의 잘못된 행동을 확인했다며 검찰 공격에 나설 수 있다.

이 사건의 쟁점은 한명숙 전 총리 사건 수사팀이 한 전 총리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는 한만호 씨 동료 재소자 A씨 등 2명에게 법정에서 거짓 증언을 시켰는지 여부였다. A씨의 위증 혐의에 기소 판단이 내려지면 수사팀 검사가 위증을 교사했는지에 대한 조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씨는 한 전 총리에게 정치자금 9억원을 건넨 혐의를 받았으나 법정에서 "한 전 총리에게 어떠한 정치자금도 제공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가 위증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을 확정받은 인물이다.

이번 '한명숙 모해위증' 사건과 한 전 총리에게 내려진 유죄 판결 사이 직접적 연관은 없다. 한 전 총리에게 유죄가 선고된 근거는 한씨의 진술 외에도 많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2015년 8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 전 총리에 대해 징역 2년을 확정하며 "한만호 씨가 조성한 자금에 포함된 1억원짜리 수표를 한 전 총리 동생이 전세금으로 사용한 사실이 밝혀졌다"며 "한씨에게서 수표를 받아 건네준 사람은 한 전 총리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정희영 기자 /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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