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주 청약을 받은 한 부부간의 카톡창 메시지를 실사례에 근거해 재구성한 것이다. 공모주 투자열풍을 재점화시킨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동학개미의 힘'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모주 청약에 균등배정방식이 도입되며 공모주 투자가 국민투자로 자리 잡으며 사상 최대 규모(64조원)의 청약자금이 몰렸다. '따상'의 학습효과를 경험한 개인 투자자들이 발빠르게 움직이는 가운데, 기존 인프라가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이어진 조정장에서도 개인들이 12조원가량을 순매수하며 증시를 떠받들고 있는 가운데 동학개미의 힘이 앞으로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주목된다.
19일 SK바이오사이언스은 '따상상'('따상' 다음날에도 상한가 마감)에 실패했다. '따상'에 성공했던 상장날(18일)과 달리 시초가(18만4000원)가 전날 종가(16만9000원)의 8.88% 상승에 그쳤다. 장중에 19만원(12.43%)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따상상'(21만9500원)과는 거리가 멀었다.
올해 공모주 초대어로 높은 관심을 끈 SK바이오사이언스는 '동학개미의·동학개미에 의한·동학개미를 위한' 종목으로 볼 수 있다.
올해 공모주 청약에 균등배정방식이 도입된 첫 공모주 초대어로 64조원의 청약자금을 모으며 공모주 역사를 새로 썼다. 청약날에 6곳의 청약 증권사는 물론이고 은행을 통한 연계계좌까지 계좌개설 러시가 진행됐고 결과는 240만개의 계좌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못지 않은 국민주 반열에 오른 SK바이오사이언스의 상장 후 주가흐름을 결정한 것도 개인 투자자다. 증시의 주요 수급주체이자 공모물량을 가장 많이 받은 기관투자가(1262만주)의 의무보유확약비율이 85%에 달하며 발이 묶이자 상장시점의 최대 유통물량(573만주)을 보유한 주체가 됐다. 상장 직후 '따상'에 도달하자 '상한가가면 안판다'란 생각을 가진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들이 물량을 내놓지 않으며 따상가로 마감했다. 상장날 거래량의 절반 가량이 1주 혹은 2주 등 균등배분물량에 해당하는 주식수였고, 매도 상위 거래 증권사 5곳이 모두 청약 증권사(NH·한국·미래에셋·삼성·하나금융)였던 점을 감안하면 상장날의 거래는 동학개미가 주도했다고 볼 수 있다.
이에따라 공모주 초대어투자가 대국민투자로 자리잡으며 면서 '청약부터 매도까지' 개인 투자자의 심리게임이 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따상'에 성공했던 SK바이오팜과 '따상'에 실패했던 빅히트 사례를 보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학습효과가 생겼고 '상한가가면 안 팔고 풀리면 판다'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대국민눈치싸움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동학개미의 운신의 폭이 넓어지고 빨라지며 기존 인프라가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도 속출하고 있다. 상장날(18일) 한국예탁결제원이 타사대체(보유주식을 다른 증권사 계좌로 옮기는 것)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과부하가 걸려 대체출고가 지연됐고, 19일 오전에는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등 일부 증권사의 MTS와 HTS 접속 자체가 안되거나 지연되기도 했다. 미래에셋대우측은 "SK바이오사이언스 등 주식을 거래하려는 고객이 일시적으로 급증해 일부 MTS, HTS에 접속 오류가 발생했다"며 "피해가 있는 고객의 경우 관련 규정에 근거해 합리적 보상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SK바이오사이언스의 거래대금은 2조원에 달하며 압도적으로 많았다.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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