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가 17일(현지시간) 뉴욕 할렘 구역의 한 교회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2021.03.18./사진= [뉴욕=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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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오모는 전날 뉴욕 최대의 흑인 거주지인 할렘에 위치한 한 흑인 교회를 찾았다. 표면적인 이유는 예방접종을 받기 위해서였지만 또 다른 의도를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전했다. 해당 자리에서 흑인 인사가 차례로 일어나 그를 칭찬했고, 심지어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의 헤이즐 듀크스는 그를 자신의 아들이라 칭했다. 찰스 랭글 전 뉴욕주 하원의원은 "사실이 밝혀질 때까지 물러서라"고 그를 옹호했다.
실제로 쿠오모에 대한 흑인의 지지는 여전하다. 이번주 발표된 시에나대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뉴욕주 전체 유권자의 50%는 그가 사퇴해선 안 된다고 응답했고, 35%는 그가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흑인 유권자 사이에선 그가 사퇴하지 말아야 한다는 답변이 70%에 육박했다. 호감도 역시 백인 유권자(37%)보다 흑인 유권자(61%)에서 훨씬 높았다.
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 주지사가 3일(현지시간) 올버니의 주지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쿠오모 주지사는 성추행 의혹에 관해 "고의가 아니었다"며 "진심으로 사과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조사 결과를 기다려달라고 밝혔다. 2021.03.04./사진= [올버니=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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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가 먼저"…흑인이 쿠오모 편에 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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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흑인은 쿠오모 편에 섰을까. 이는 정당한 재판을 거치지 못했거나 부당하게 유죄 판결을 받았던 사례에 대한 흑인 커뮤니티의 뿌리 깊은 회의감의 반영일 수 있다.
미국의 저명한 흑인 인권운동가이자 목사인 알 샤프턴은 "조사가 끝나기 전에 누군가의 사퇴를 요구하는 선례를 두는 것이 향후 흑인을 상대로도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우려된다"고 밝혔다. 조지 라티머 뉴욕주 웨스트체스터카운티 행정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쿠오모에게 사퇴를 밀어붙이는 이들을 60년 전 미시시피주에서 백인 여성에게 휘파람을 불었단 이유로 흑인 소년 에멧 틸을 숨지게 만든 백인 남성과 비교했다.
더불어 최저임금 인상이나 유급 가족 휴가 등의 정책도 흑인 사이에서 쿠오모를 인기 있게 만든 이유로 꼽힌다.
8일(현지시간)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가 뉴욕의 한 백신 접종센터를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익명의 한 여성 보좌관이 지난해 말 주지사 관저에서 쿠오모가 자신을 부적절하게 만졌다고 밝혀 쿠오모 주지사의 성희롱 6번째 폭로로 이어졌다. 주지사는 이에 대해 모른다고 부인했다. 2021.03.10./사진= [뉴욕=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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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오모, 흑인 커뮤니티 정치적 이용"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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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수개월이 걸릴 수 있는 이번 조사가 그의 숨통을 트이게 하고 사실상 사퇴를 지연시키는 장치로 쓰일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배낭 가방을 훔쳤다는 혐의로 재판도 없이 3년 동안 수감됐다가 우울증으로 끝내 자살한 칼리프 브라우더의 형인 아킴 브라우더는 쿠오모가 흑인 커뮤니티를 이용하면서 정치적으로 이익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쿠오모가 전날 흑인 교회에서 예방접종을 받은 데 대해 "비난받지 않기 위해 흑인 커뮤니티에 영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6일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쿠오모의 성추행 의혹이 사실이라면 물러나야 하느냐'는 물음에 "그렇다"며 "아마 기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를 입은) 여성이 나서는 데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이들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받아들여야 한다"며 "상황을 심각하게 여기고 조사해야 하며 현재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이틀 전인 지난 14일에만 해도 바이든 대통령은 "조사가 진행 중이니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쿠오모의 거취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 내부에서까지 쿠오모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이지윤 기자 leejiyoon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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