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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길거리로, 온라인에서…애틀랜타 총격사건에 저항확산(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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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도시서 심야 집회…"아시아계 목숨도 소중하다" 외침

SNS로는 '#아시아계 혐오를 멈춰라' 물결

정치권·유명인도 인종차별 규탄 가세

연합뉴스

워싱턴DC 차이나타운에서 벌어진 아시아계 시위
[APF=연합뉴스]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의 목숨을 앗아간 애틀랜타 총격 사건으로 미국 곳곳에서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와 폭력에 저항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촛불과 팻말을 들고 길거리로 나선 시위대는 '아시아계 목숨도 소중하다' 구호를 외치며 희생자를 애도하고 인종차별 범죄를 규탄했다.

정치권과 유명인도 속속 연대에 나서면서 지난해 미국을 들끓게 했던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과 닮은꼴이 될지 주목된다.

◇ 밤거리 뒤덮은 외침…주요 도시 심야 시위

AP통신,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총격사건 이틀째인 17일 밤(현지시간) 워싱턴DC, 뉴욕시, 애리조나주 피닉스,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등지에서 각각 추모객들이 거리로 몰려나왔다.

워싱턴DC의 차이나타운에서는 약 200명이 모여 집회를 열고 밤늦게까지 시위했다.

시위대는 '아시아계 목숨도 소중하다'(Asian Lives Matter), '아시아계 증오를 멈춰라'(#StopAsianHate)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며 구호를 외쳤다.

지난해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가혹 행위로 사망한 이후 인종 차별 항의 시위가 미 전역을 휩쓸 때 사용된 구호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lives Matter)를 연상시킨다. 이 구호는 이후 약자를 따 'BLM 운동'이라는 이름을 얻으며 고유명사처럼 쓰이고 있다.

한글로 '경찰은 범죄를 예방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를 지킨다'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하는 시위대의 모습이 외신 사진에 잡히기도 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지난 몇 달간 아시아계가 수많은 괴롭힘과 폭력을 당했다면서 희생자를 기리는 의미에서 촛불을 켜기도 했다.

뉴욕에서 아시아계가 많이 거주하는 퀸스에서도 이날 밤 200명가량이 심야까지 집회를 열고 아시아계를 향한 폭력에 항의했다.

이들은 촛불을 켜고 모여들었고 '증오를 멈추라'는 구호를 외쳤다. 일부 참석자는 눈물을 보이며 인종 폭력의 중단을 호소했다.

지난 16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는 21세의 백인 로버트 에런 롱이 마사지숍과 스파 등 3곳을 돌며 총격을 가해 한인 4명을 포함해 8명이 사망하는 충격적 사건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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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DC 차이나타운에서 열린 아시아계 항의 시위
[AFP=연합뉴스]



◇ 온라인 '#StopAsianHate' 물결…모금 운동도

경찰은 범행 동기를 놓고 신중론을 펴고 있지만 아시아계 단체 등은 이번 사건의 사망자 8명 중 6명이 아시아계 여성이라는 점에 주목하며 인종 범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소셜미디어(SNS)에서도 '아시아계 혐오를 멈춰라'(#StopAsianHate)라는 해시태그가 번져나가고 있다.

이보다 앞서 시작된 '아시아태평양계 혐오를 멈춰라'(#StopAAPIHate) 해시태그에도 애틀랜타 총격사건을 계기로 가속도가 붙었다.

SNS 이용자들은 이들 해시태그를 자신의 계정으로 퍼나르면서 애틀랜타 총격사건의 참상을 공유하고 인종차별 범죄를 중단하는 데 힘을 모으자고 촉구한다.

트위터의 한 계정에서는 사건을 보도한 기사와 사진을 게재하고 "증오와 인종차별은 용납될 수 없다. 증오는 학습되는 것"이라고 규탄했고, 또다른 계정에서는 "백인 우월주의는 여전히 미국의 커다란 문제다. 증오를 '의견'이라며 수용해주는 것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공개되면서 온라인 모금 운동에도 십시일반 온정이 답지하고 있다.

온라인 모금 웹사이트 '고펀드미'(www.gofundme.com)에서는 이번 총격으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공개하고 이들의 장례 비용을 지원해주자는 취지의 계정이 속속 개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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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모금사이트 고펀드미]



◇ 정치권 들썩…할리우드도 가세

미 하원에서는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집중 조명하는 청문회가 18일 열렸다.

청문회에는 한국계인 영 김·미셸 박 스틸, 중국계인 주디 추, 대만계인 그레이스 멩 하원의원과 태국계인 태미 덕워스 상원의원 등 이번 총격 사건으로 희생된 아시아계 여성 6명과 같은 숫자의 여성 의원들이 증인으로 나왔다.

김 의원은 애틀랜타 총격 사건이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폭력과 공격이 늘어나는 시점에 발생했다고 지적하면서 "아시아계 미국인 사회에 대한 증오와 선입견, 공격은 용납할 수 없고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원에서 이런 청문회가 열린 것은 30여년만이라고 미 언론은 전했다.

유명인도 목소리 내기에 동참했다.

한국계 배우 겸 코미디언인 마거릿 조는 이날 트위터에서 "화가 난다. 이건 테러리즘이다. 이건 혐오범죄다. 우리를 살해하는 것을 멈춰라"고 호소했다.

백인과 흑인 유명 스타들도 아시아계 증오범죄 중단 운동에 연대했다.

아카데미상 수상 경력의 여배우 귀네스 팰트로는 "아시아계 미국인 사회에 깊은 애정을 보낸다"며 "여러분은 미국을 더 좋게 만들고 있으며, 우리는 여러분을 사랑한다"고 소셜미디어에 썼다.

태국계 미국인 모델 크리시 타이겐과 결혼해 가정을 꾸린 흑인 팝스타 존 레전드는 희생자 유족에게 애도의 뜻을 전한 뒤 "미국은 아시아계 미국인 형제·자매를 겨냥한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프로농구(NBA)를 대표하는 선수 르브론 제임스도 전날 트위터에서 "모든 아시아인 공동체와 유가족에게 애도를 표한다"면서 "정말 무분별하고 비극적이었다"라고 말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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