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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거리두기 완화 한 달, 자영업자 "나아지긴 했지만…여전히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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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 간 반응 엇갈려…"2차집 버티기 힘들어"

뉴스1

28일 서울 중구 명동 한 상가에 신종 코로나바이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임대' 문구가 붙어 있다. 2021.2.28/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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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밤 9시나 10시나 무슨 차이가 있나요. 12시면 모를까"

정부가 지난달 15일 수도권의 카페, 식당, 헬스장 등 다중이용시설 영업제한 시간을 오후 9시에서 10시로 늦춘 지 한 달.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답답합을 호소했다.

평소대로 영업할 수 있게 된 일반음식점·카페와 2차 손님들이 많은 호프집·노래방 등 업종 간 표정도 엇갈리는 모습이다.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정부 방역대책이 현실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계속해서 나온다.

서울 동작구에서 코인노래방을 운영하는 남모씨(50대·남)는 손님이 늘었냐는 질문에 한숨부터 쉬었다. 남씨의 노래방은 지난 2019년 인테리어를 새로 한 후 손님이 크게 늘었다. '이렇게만 하면 되겠다'고 희망을 품던 찰나 코로나19가 터졌다.

그는 "영업시간이 한 시간 늦춰졌어도 손님들이 오는 시간만 달라졌을 뿐 매출에는 큰 차이 없다"면서 "오히려 9시 영업 땐 손님들이 문 닫기 전 집중적으로 와서 매출이 지금보다 나았던 것 같기도 하다"고 했다.

노량진 대형 고시학원 후문에 위치해 목이 좋은 자리라 불리던 C카페. 주인 김모씨(60·남)는 매출이 나아졌냐는 질문에 말없이 쓴웃음만 지었다. 이 카페는 코로나19로 학원 후문이 무기한 폐쇄되면서 매출이 10분의 1 토막 났다. 김씨는 "솔직히 언제까지 운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다들 말은 안하지만 가게를 내놓은 곳도 많다"고 했다.

일반음식점의 상황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공시생(공무원시험 준비생)을 상대로 베트남 음식점을 운영하는 전모씨(63·남)는 "9시 영업제한 때는 매출이 30만원까지 떨어졌다가 이젠 100만원선까지 회복했다"고 말했다.

전씨는 손님이 꽤 많아 보인다는 질문에 "3월에 학원이 개강해서 늘어난 것"이라며 "매출이 늘어나긴 했지만 코로나19 이전에 비하면 반토막 수준"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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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9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대형 공무원시험 학원인 공단기 학원 9관 건물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의 방문으로 폐쇄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0.4.9/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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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지역 자영업자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3월 이후 올라온 글을 보면, 신세 한탄을 하며 폐업을 고민하거나 방역대책을 비판하는 글들이 주를 이뤘다.

자영업자들은 거리두기 완화 후에도 "진짜 바쁘네요. 폰 보느라" "이젠 그냥 그러려나 기대도 안하고 시작하는 하루" "문 열고 있는 게 마이너스인데 어쩔 수 없이 열고 있네요" "영업시간 제한만 제발 어떻게 좀 해줬으면" "이 정권에서 호프집을 개업한 제 자신이 죽일X" "2차집 정말 버티기 힘드네요 원형 탈모 생겼습니다" "오후 5시부터 왜 나와있는지 모르겠네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특히 이른바 '2차집'으로 불리는 호프집이나 일반 노래방 업주들은 정부의 영업시간 연장 조치에 깊은 회의감을 나타냈다. 오후 2~4시에 열어 다음날 새벽까지 영업하는 두 업계는 영업제한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이들에 따르면 일반 노래방의 경우 오후 10시까지 영업하면 한 팀 더 받는 정도고, 호프집도 9시부터 피크타임이라 10시까지 열어도 매출에 큰 영향이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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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종각 젊음의 거리. 2021.3.2/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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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석 한국코인노래연습장협회장 겸 코로나19 대응 자영업자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저희 입장에서는 영업시간이 늘어 매출이 오르긴 했지만 너무 미미하다"며 "코로나19 사태로 1년 넘게 금지·제한을 받고 있다보니 이제 한계에 다다른 상태"라고 호소했다.

그는 사적모임 5인 이상 금지 조치에 대해서는 "코인노래방은 (1~2명이 오기 때문에) 크게 상관은 없지만, 호프집이나 공간대여업체들의 경우 (영업시간이 늘어도) 매출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경 대표는 그러면서 "영업시간을 제한해 방역하는 것보다 방역 수칙을 잘 지키면서 자영업자가 버틸 수 있도록 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자영업자 비대위는 이를 위해 19일 서울시와 회의를 갖고, 방역 준수 캠페인을 전개할 예정이다. 자영업자들이 자체 관리를 통해 방역수칙을 엄격히 준수할테니, 시간 제한을 풀자는 게 골자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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