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하나투어가 노사 간 갈등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예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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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영업손실 1147억 원…"불법 정리해고" vs "불가피한 인력감축"
[더팩트|한예주 기자] 국내 1위 여행사 하나투어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에 역대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구조조정을 놓고 노사 간 갈등이 끊이질 않고 있어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노총 전국관광·서비스노동조합연맹(관광서비스노련)은 서울 종로구 하나투어 본사 앞에서 '하나투어 불법 정리해고 철회와 원상복구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해부터 특별고용지원업종 확대와 고용지원금 연장을 추진하고 있지만 업계 1위인 하나투어는 1000명의 직원에게 사형선고와 다름없는 정리해고를 하겠다고 한다"며 "하나투어 사측은 노동자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순용 하나투어 노조위원장은 "최소한 인적 구조조정 만큼은 노사가 충분히 대화하고 고민하고 논의한 후 무겁게 결정해야 하는 사항"이라며 "하나투어는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구조조정을 철회하고 처음부터 다시 대화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나투어는 새해 들어 조직 효율화의 일환으로 희망퇴직을 추진키로 결정하고 각 본부·부서 별로 인원을 추려 부서장 면담 등 관련절차를 진행했다. 현재까지 대상자 800여 명 중 대부분이 희망퇴직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달 말일 이후 퇴사처리되며 근속연수에 따라 4~6개월치 위로금을 받게 된다.
다만, 희망퇴직 대상자로 통보 받은 직원들은 억울하단 입장이다. 회사 차원에서 유감과 향후 비전·구체적인 희망퇴직 조건 등을 공지하고 직원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오히려 졸속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직원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단 불만이다.
특히, 지난해 고용유지지원금을 234억 원이나 지급받았는데도 고용유지 노력 없이 강압적인 해고를 진행하고 있단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일부 직원들은 지난달 창사 이래 처음으로 노조를 결성하고, 사측에 정식교섭을 요청했다. 이달부터는 본사 앞에서 집회를 벌이는 중이다.
업계에서는 비용절감 측면과 OTA 사업 특성상 인력감축은 예견된 결과였다는 반응을 내놨다. 사진은 한산한 김포공항 모습. /더팩트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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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투어 측은 직원들의 불만에 공감하면서도 구조조정은 경영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창사 이래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는 등 코로나19 여파에 고사 직전이라는 것이다.
실제 하나투어는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 1147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096억 원으로 82.2% 감소했다. 지난해 연초부터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적으로 출·입국 금지·제한 조치가 이뤄지면서 하늘길이 완전히 막혀 버렸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으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여행업 수익 감소가 불가피했다"며 "영세한 여행사들은 모두 문을 닫았고 업계 1, 2위 역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하나투어는 익스피디아·트립닷컴 같은 '트래블 테크' 기반 OTA(온라인여행사)로 비즈니스 모델 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해 400억 원을 들인 플랫폼 '하나허브'를 론칭하며 부분 패키지·개별여행(FIT) 기반 콘텐츠를 강화하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1200여 개에 달했던 오프라인 대리점을 현재 800여 개로 줄이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 과정에서 인력감축은 예견된 결과였다는 반응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의 비용절감 측면도 있지만, OTA를 지향하면 현재 인력 규모를 유지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여행사들은 고용유지지원금으로 겨우 버텨왔지만, 비용 절감을 위해서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노동부도 하나투어의 정리해고 사태에 관심을 가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악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번 문제가 쉽게 진정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한편, 하나투어 경영진도 앞으로 희망퇴직 등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임직원들의 불만 달래기에 나섰다.
김진국, 송미선 공동대표는 사내 게시판을 통해 "회사가 처해있는 위기를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많은 일들을 일일이 공유하지 못하고 충분한 소통이 이뤄지지 못한 점을 사과한다"며 "인위적 구조조정은 더 이상 계획이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장기화 되고 있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우리는 지금까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위기에 봉착해 있고 회사의 생존을 담보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회사는 생존과 미래발전을 전제로 시장 트렌드 변화에 맞는 조직구조 개선을 했고, 이후 인위적 구조조정을 피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조직별 효율화와 특별안식년 신청 및 접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앞으로는 시장 회복속도에 맞춰 되도록 많은 직원이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겠다"며 "근무하지 못하는 직원들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생계가 보장될 수 있도록 회사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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