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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

"정인이, 머리 뒤에만 수십 개 이상의 멍···학대인지 부검할 필요 없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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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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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에 대한 4차 공판이 17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가운데 정인이에 대한 양부모의 학대 과정에서 정인이의 '사망 가능성'을 인지했을 수 있다는 법의학자의 증언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이상주) 심리로 이날 열린 정인이 양모 장모씨와 양부 안모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소속 부검의 A씨는 "지금까지 제가 봤던 아동학대 피해자 중 제일 심한 상처를 보았다"며 "다른 부검의 3명도 같이 봤는데 다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는 '그간 경험했던 사체들보다 손상이 심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학대인지 아닌지 부검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고 답했다.

A씨는 이어 '정인이의 얼굴에 난 상처'와 관련, "일반적 사고로 상처가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맞았을 때 자주 목격되는 손상"이라면서 "머리 뒤에만 수십개 이상의 멍이 있었다"고도 했다.

아울러 A씨는 "갈비뼈 골절이 있으면 학대에 의한 손상으로 추정할 수 있다"며 "직접 때려서 생길 수도 있고, 아이의 몸통을 세게 잡고 흔들어도 생길 수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여기에 덧붙여 A씨는 정인이가 사망한 원인으로 지목된 '췌장 절단과 장간막 출혈'에 대해서는 "손상 이후 회복하며 단단하게 만드는 조직이 콜라겐 섬유인데, 그게 며칠 지나야 생긴다"면서 "췌장이나 복강 내 손상부위에 (콜라겐 섬유가) 있어서 최소한 수일 이전에 심각한 손상이 있었을 걸로 생각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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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재판에는 법의학 전문가인 유성호 서울대 교수도 증언에 나섰다. 유 교수는 "사망 3~7일 전에 복부 내 췌장 손상 흔적이 발견됐다"면서 "반복된 학대가 있었다는 증거"라고 했다.

이어서 유 교수는 "췌장은 복부 깊숙이 있어 파열되기 어렵다. 만약 등쪽에서의 충격으로 췌장이 절단됐다면 먼저 척추가 부러졌을 것"이라면서 "무단횡단하다 여러 번 차에 치인 사람에게 저런 형태를 경험했다. 소아에게선 저런 상처를 본 적이 없다"고도 했다.

유 교수는 또한 정인이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의자 등에 부딪혀 췌장이 절단됐다는 양모 측의 주장을 두고는 "아무리 상상력을 발휘해봐도 이해가 안 된다"면서 "이런 형태는 개인적으로는 발로 밟았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유 교수는 "지금까지 주먹으로 때려 장간막이 파열되거나 췌장이 파열된 것을 보지 못했다"면서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이종격투기 선수 정도가 때려야 그 같은 부상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또 '이번 사건이 고의적 살인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을 받고 "재판부가 판단할 문제"라면서 "정인이에게 너무 많은 상처가 있었다. 일반인은 장천공만 생겨도 데굴데굴 구른다. 정인이가 겪은 고통은 엄마라면 누구나 알아챘을 고통"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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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럼에도 정인이 몸에 여러 번 치명적인 손상이 있다는 것은 정인이 양모도 사망 가능성을 인식하고 (학대를) 했을 것"이라면서 "저는 (이런 경우를) 처음 봤다"고도 했다.

양모 측은 이날 재판에서도 정인이에 대한 정서적 학대 혐의와 양육을 소홀히 했다는 등의 공소사실은 모두 인정하면서도 '주의적 공소사실'인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했다.

이에 대해 양모 측은 "적어도 피해자 복부를 밟은 적은 없다"면서 "미필적 고의로도 피해자를 죽이려고 했던 적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배를 한 대 세게 때린 적은 있지만 사망에 이를 정도로 강한 외력은 없었다"면서 "여전히 피해자의 사망 가능성을 알 수 없었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한편 정인이에 대한 학대 사실을 알고도 방조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양부 안씨는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했다.

양부 측은 "정서적 학대를 함에 있어서 처음부터 계획했던 것은 아니고 피해자와 친밀하게 지내려다 다소 과한 점이 있었다"면서 "돌이켜보면 학대였다. 미필적 고의에 가까웠다. 피고인 장씨(부인)가 자신의 방식대로 양육할 것이라고 너무 믿었다"고 주장했다.

/김경훈 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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