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성추행 피해자 기자회견]
朴지지자 중심 2차 가해 고통
직접 얼굴 드러내고 심경 밝혀
與에 피해호소인 지칭 등 사과 요구
서울시장 보선 앞두고 파장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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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 A씨가 17일 “그분의 위력은 여전히 강하게 존재한다”며 ‘2차 가해’로 인한 고통을 토로했다. A씨가 취재진에게 얼굴을 드러내고 직접 심경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피해자 A씨는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는 사람들’이 이날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저를 지속적으로 괴롭게 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고인의 방어권 포기에 따른 피해는 온전히 내 몫이 됐다. 상실과 고통에 공감하지만, 화살을 제게 돌리는 행위는 이제 멈춰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는 ‘피해자에 대한 박 전 시장의 언행이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지난 1월 국가인권위원회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박 전 시장 지지자를 중심으로 피해자의 증언을 반박하는 등 옹호 움직임이 이어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피해자 A씨의 증언과 다른 내용의 주장을 엮은 책까지 출간된 바 있다.
특히 A씨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관련 인사들이 잘못을 인정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해 7월 박 전 시장 자살 이후 당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일부 의원이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지칭한 데 따른 것이다. 박 전 시장에게 성추행 혐의 피소 사실을 전달한 당사자로 지목된 남인순 민주당 의원에 대해서는 “상처와 사회적 손실은 회복하기 불가능한 지경”이라며 당 차원의 징계도 요구했다. 인권위 발표 이후 사과한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와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에 대해서도 “어떤 것에 대한 사과인지를 명확히 짚지 않았고, 지금까지의 사과는 진정성도, 현실성도 없는 사과였다”고 지적했다.
A씨는 시민단체·변호인을 통한 입장문 대독 등의 방식이 아니라 직접 심경을 전한 이유에 대해서는 내달 7일 예정된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꼽았다. “피해 사실을 왜곡하고 오히려 상처를 줬던 정당에서 서울시장이 선출됐을 때 제자리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들어 후회가 덜한 쪽을 선택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정치권에서는 A씨의 이날 기자회견이 보궐선거를 앞둔 민주당에 대형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과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A씨 기자회견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며 말을 아낀 점도 직접 대응이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야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에 피해자 A씨의 요구를 즉각 수용하라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국민의힘 여성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박영선 후보는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고 한 남인순 의원을 캠프 선대본부장에 임명했다"며 "그동안 보여준 사과와 미안함이 모두 거짓말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경훈 기자 socool@sedaily.com, 박진용 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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