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몸에 상처…부검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
3800건 부검 경력…"아동학대 중 가장 심해"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4차 공판이 열린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손팻말을 들고 양부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2021.3.17/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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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강수련 기자 = 입양 여아 정인이를 수개월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양천 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 공판에 정인이 부검의가 증인으로 나와 "지금까지 봤던 아동학대 피해자 중 가장 심한 상처를 보았다"고 증언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이상주) 심리로 17일 열린 양모 장모씨와 양부 안모씨의 4차 공판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소속 부검의 A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2002년부터 국과수에서 일했고 지금까지 3800건 정도를 부검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지금까지 본 아동학대 피해자 중 상처가 가장 심했다"며 "다른 부검의 3명도 함께 보았는데 다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인양은 지난해 1월 장씨 부부에게 입양돼 같은해 10월 서울 양천구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숨졌는데 사망 당일 췌장이 절단되는 심각한 복부손상을 입은 상태였다.
A씨는 "배를 때려 췌장이 절단된 사례가 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배를 때리는게 아니라 배에 큰 충격을 가해야 췌장이 절단될 수 있다"며 "교통사고나 아주 높은 데서 추락했을 때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A씨는 또 "췌장은 척추뼈에 눌릴 정도로 힘을 받아야 절단되며 외력이 뒤에서 가해진다고해서 쉽게 절단되는 것은 아니다"며 "사고로 절단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폭행에 의해 생긴 것으로 추정한다"고 강조했다.
A씨는 "복부에 강한 외력이 가해진 것이 최소 2번"이라며 "췌장 절단과 장간막 파열은 사망 당일 발생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 전에 이미 (복부에) 손상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A씨는 "주변 장기와 유착이 있었고 색깔 변화도 나타났다"며 "섬유화가 관찰된 점으로 보아 최소 닷새 전에 복부에 아주 심각한 손상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사망 이전 강한 외력으로 복부가 손상됐고 사망 직전 복부에 치명적 손상을 입어 정인양이 숨졌을 것이란 설명이다.
A씨는 "정인이는 팔다리, 몸통, 머리에도 손상이 있었다"며 "학대인지 아닌지 부검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였다"고 증언했다.
반면 변호인은 양모 장씨가 정인양의 복부를 때려 충격이 누적된 상태에서 사망 당일 우연한 사고로 사망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장씨는 사망 당일 실수로 정인양을 떨어뜨려 사망에 이르게 했을 뿐 살해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변호인은 심폐소생술(CPR)로 인한 복부 손상 가능성 등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러나 A씨는 "심폐소생술로 손상이 생기기 어렵고 그런 사례는 보고된 적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자 변호인은 "(장씨의) 학대가 아예 없었다는 건 아니지만 사망 당일 정인이 췌장의 절단은 배를 때려서인지, 장씨가 실수로 떨어뜨려서인지, CPR 때문인지 등을 알고 싶어서 하는 질문"이라고 부연했다.
변호인이 "정인이를 손으로 때렸는지 발로 밟았는지 특정하기 어렵느냐"고 묻자 A씨는 "특정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par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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