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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연예계 학폭 논란

대학 운동부 학폭? 이승엽 "맞기 싫어서 프로행" [손남원의 연예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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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OSEN=손남원 기자] 학교 폭력이 난무하던 시절에 중 고교를 다녔다. 1970년대다. 유하 감독의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가 날 것의 학창시절 그대로다. 학폭에도 종류가 여러가지다. 선생님의 무차별 구타, 동급생끼리의 싸움, 조폭이나 다름없는 폭력서클 다툼 및 일반 학생 상대로 일명 '삥뜯기' 등. 권상우 주연의 '말죽거리 잔혹사'가 종합판이라면 폭력서클 관련 명작으로는 정우의 자전적 영화 '바람'이 있다. 두 작품 모두 별 다섯개가 아깝지 않다. '강추'한다.

예외라면 운동부였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선후배간 얼차려와 구타는 "그러려니"했던 시기다. 수업 시간에는 거의 얼굴 볼 일 없는 운동부원이 일반 학생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축구부의 운동장, 농구 배구부 등의 체육관 텃세 등 분쟁이 없지는 않았지만 소수를 제외하면 대개 일반 학생들과의 접촉 자체가 흔지 않았다.

대학에 입학에서야 천국을 만났다. 폭력은 사라졌고 자유와 방종에 물들었다. 행복은 잠깐이고 군 입대 후 또다시 지옥을 맛봤다. 편하자고 카투사 시험을 봐서 입대했는데 웬일이지? 키 크고 안경 안썼다고 JSA(판문점 공동경비구역)으로 차출됐다. 당시는 요즘 군대와 달랐다. 장교들이 부대 내 폭력을 엄벌한다고 떠들었지만 사병 세계에서는 꿈같은 소리였다.

병장을 달기 전까지, 차원이 다른 구타를 만끽했다. 졸병 때는 "이러다 정말 죽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두들겨 맞았다. 단, 군기가 센 부대일수록 고참되면 편해지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제대하고 10년 넘도록 신촌역에서 문산행 부대 복귀 열차를 놓치거나 재입대 통지서에 경악하는 악몽을 꿨다. (사설이 길었습니다. 요즘 엔터계를 강타한 학폭 논란을 애기하려다 '라떼'에 푹 빠졌네요. 죄송합니다.)

현주엽이 학폭 의혹을 받는 모양이다. 앞서 배구계의 모 스타들처럼 일반 학생을 상대로 했다면 변명의 여지가 없고 여론의 비난이 거셌을 터다. 하지만 현주엽은 대학 운동부 안에서의 과거사가 인터넷을 통해 의혹으로 제기됐고, 아직 사실관계도 확인되지 않았다. 현주엽 본인이 "절대 아니다"라고 부인한데다 이를 인정하는 후배 증언까지 나온 상황이다. 하지만 불과 얼마전까지 대학 운동부에서의 구타와 얼차려는 존재했던 게 사실이다.

스포츠서울 야구부 기자 시절에 삼성 이승엽을 1년 동안 집중 취재했었다. 프로야구 최초의 시즌 50홈런 대기록을 달성한 해였다. 1999년 일이다. 이승엽과 경기 후 함께 식사를 하면서 왜 대학을 안가고 프로에 직행했는가를 물었다. 경북고 강타자였던 그를 노리던 명문 대학팀이 수두록했었는데 왜? 돈이 좋아서?

이승엽은 대학 진학을 결심했었다. 모 대학에 미리 가보고 인사까지 마친 상태였다. 그러다 선후배간 기율 세기로 유명한 그 대학에서의 얼차려 현장을 살짝 전해듣고는 바로 '컴백홈'. 미련없이 삼성과의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어려서부터 운동만 했지만 제가 맞는 건 진짜 싫어하거든요."

그동안 금기시됐던 운동부 안에서의 폭력 시시비비도 슬슬 깨지는 모양이다. '맞은 만큼 돌려준다'는 식의 운동부 폭력은 피해자(후배)와 가해자(선배)가 승계되는 그들만의 리그였기에 암묵적으로 용인되곤 했다. 뒤늦게 갑자기 '학폭 가해자' 의혹을 받은 현주엽이야 억울할 대목이 많겠지만, 달라진 시대적 분위기를 어찌할거나. /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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