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이슈 라임·옵티머스 사태

'라임·옵티머스'…부실펀드 실사, 모두 '이사람'이 맡았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김하늬 기자]
머니투데이

김병국 삼일PwC 파트너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고수익의 상징이던 사모펀드가 부실의 상징으로 전락했다. 2019년 라임자산운용을 시작으로 한 사모펀드들의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는 6조원 규모까지 부풀려졌다.

펀드 부실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동안 책임공방만 남았다. 제대로 된 감시체계 없이 몸집만 불린 사모펀드 사태는 역설적이게도 자본시장의 자기통제 시스템의 중요성을 다시금 환기시켰다.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등 부실 펀드 사태를 보며 문제 지점을 정확히 파악해야 대책을 세울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부실펀드의 사후 실사를 전담한 삼일PwC 딜2팀은 대부분의 환매중단 펀드의 자산현황과 회수가능성까지 분석해냈다.

3년간 부실펀드 '집도의' 역할을 한 김병국 삼일PwC 파트너를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삼일회계법인 본사에서 만나 직접 자본시장의 허점과 리스크관리 노하우를 들었다.

-라임·옵티머스 등 사회적 논란이 된 부실 펀드들을 실사했다. 뭐가 문제였나.

▶사모펀드 시장이 확대되면 리스크관리 기능도 강화돼야 하는데 경쟁적으로 상품을 만들다 보니 감시체계가 미비했던 것 같다. 우선 사전실사가 부실했다. (해외투자를 할 경우) 현지 운용사를 꼭 껴야 하는데 관리감독이 용이하지 않은 측면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가 사전 검증을 '비용'이라고 보는 측면도 있다.

-부실 펀드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면.

▶운용사가 제시하는 자료의 완전성과 정확성을 체크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일반실사는 회사가 자료를 자발적으로 제시하지만 부실펀드의 경우 운용사들의 자료협조가 미비한 경우가 많다.

판매사는 법적으로 정보접근에 제한이 있어 자료요구권이 없다. 결국 운용사에 자료를 요구해야하는데 이들에게 이득이 될 게 없이 적극적인 협조도가 떨어진다. 환매중단 사태까지 운용사가 시간을 버는 게 문제다.

머니투데이

김병국 삼일PwC 파트너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펀드도 '실사'를 한다는 점이 생소하게 다가온다.

▶실사는 회계업계에서 듀 딜리전스(Due Diligence·DD)라고 부른다. 사전적으로 '상당한 주의'라는 뜻이다. 일반적인 실사는 기업의 재무제표를 근간으로 하는 재무실사다. 재무제표에 담겨있는 숫자를 해석하고 이 과정에서 기업의 본질가치 훼손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펀드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알맹이'에 '껍데기'를 씌워 상품화시킨 거다. 알맹이는 기초자산, 껍데기는 알맹이를 포장한 펀드구조를 말한다.

예를 들어 TV 10개를 묶었다면 이걸 펀드로 살 수 있다. 브라질에서 만든 TV를 한국에 팔면 해외펀드다. 이때 재고자산이 판매되면 매출채권이 된다. 채권이 다시 현금화되는 시간이 필요한데, 이 시간에 투자하는 게 무역금융이다. 해외펀드 중의 부동산, 호텔, 리조트 등에 투자한다면 주식·채권과 같은 전통적인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대체투자'라고 부른다.

-사모펀드 시장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많다. 향후 개선돼야 할 부분은.

▶펀드자산을 즉시 모니터링 가능한 수준까지 개선돼야 한다. 해외대체펀드는 현지 운용사가 기초자산을 산 것이다. 처음 설명대로 샀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상한 낌새가 있으면 투자를 잠시 중단할 수 있는 권한이 (운용사에)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국내운용사는 고객돈을 대리해 타 (해외)운용사에 준 것인데, 이를 제대로 쓰는지 볼 선관주의 의무가 있다. 그동안 현지에서 자료를 보내주지 않고 버티다 마지막에 파산선언을 해버리니 (투자자들에게) 돈을 못 돌려주는 것이다. 이번에 모범규준이 나온 것도 그런 감시를 위한 것으로 이해한다.

머니투데이

김병국 삼일PwC 파트너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건전한 펀드조성을 위한 제언을 해주신다면.

▶껍데기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기초자산(알맹이)이 건전하지 않으면 어떤 규제를 해도 의미가 없다. 기초자산의 안전성이 보장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투자 전부터 투자펀드의 만기일까지 지속적인 관리·감독과 모니터링이 적극적으로 수행돼야 한다. 사모펀드도 외부감사가 필요한 이유다.

사실 해외대체자산을 발굴할 때 (한국이) 전세계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하다. 중개인이 수익률이 높은 해외자산을 소개할 때 의구심을 가져야 한다. 기초자산의 딜소싱은 검증된 선수들이 좋은 자산을 가져와야 할 필요가 있다.

-펀드 뿐만 아니라 대체투자 리스크 관리까지 업무를 확장했다.

▶마침 대체투자 모범규준이라는 가이드라인이 생겼다.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버린 상황에서 상시 서비스로 발돋움할 적기라고 판단했다. 라임·옵티머스 등 펀드를 통한 대체투자 시 근본적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리스크와 어려움 등을 나누기 위해 사전검토부터 사후관리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본시장이 발달하면서 다양한 상품구조가 나왔다. 이해관계자들이 너무 많이 존재하다보니 견제와 균형이 어중간하게 분산됐다. 자본시장의 파수꾼인 회계법인이 일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저희는 누구의 편을 든다기 보다 공정한 기준을 세워 이해관계자들이 판단하고 각자의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게 돕는 일을 한다. 사회적 비용을 경감시켜 주는 일이라고 본다.

조준영 기자 cho@mt.co.kr,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