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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단계 뛰어넘은 ‘아시안 웨이브’…이젠 이변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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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계 영화인들이 주역이 된 미국 영화들이 잇달아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계 이민자의 삶을 그린 <미나리>, 넷플릭스 화제작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언제나 그리고 영원히>의 한 장면,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 감독(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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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작품상 후보 2편
남우주연상 후보 2명 ‘약진’
한국 첫 여우조연상 후보도

OTT로 폭넓어진 관객에게
아시아 문화·배우 매력 각인

미국 영화계의 ‘아시안 웨이브’가 주목받고 있다. 아시아 출신의 일부 감독이나 스태프가 할리우드 시스템에 흡수되는 과거 방식을 넘어, 영화가 아시아의 문화·사고방식을 재현하거나 배우의 매력 자체가 대중에게 각인되고 있는 단계다.

15일(현지시간) 발표된 제93회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작 8편 중 아시아계 감독이 연출한 영화는 <미나리>(리 아이작 정)와 <노매드랜드>(클로이 자오) 2편이었다. 이 두 명은 다섯 명의 감독상 후보에도 들었다. 다섯 명의 남우주연상 후보 중에는 한국계 미국인 스티븐 연(미나리), 파키스탄계 영국인 리즈 아메드(사운드 오브 메탈)가 포함됐다. 아카데미 역사상 복수의 아시아계 배우가 남우주연상 후보에 동시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나리>의 윤여정은 한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여우조연상 후보가 됐다.

지난해 아카데미에서 한국영화 <기생충>이 4관왕을 차지한 것이 ‘이변’에 가까웠다면, 올해 아카데미의 양상은 미국 대중문화계에서 아시아계의 약진이 ‘상수’가 됐음을 보여준다. ‘미국 관객은 자막 읽기를 싫어한다’는 통념을 거스르기라도 하듯, 미국 제작사가 미국 자본으로 만든 <미나리>의 대사 대부분은 한국어다. <미나리>의 내용 역시 이민 온 한국 가족의 삶 자체에 집중한다. 배우 아콰피나에게 아시아계 최초로 골든글로브 뮤지컬·코미디 영화 부문 여우주연상을 안긴 <페어웰> 역시 중국 고향으로 모인 이민자들의 이야기다. 이는 아시아의 콘텐츠를 백인 배우가 백인 가정의 이야기로 리메이크할 필요 없이, 아시아 문화를 재현하는 것만으로도 미국 관객에게 호소할 수 있는 시대가 됐음을 보여준다.

리 아이작 정 감독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초기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영화는 순수한 정체성 영화들로, 우리가 우리의 얼굴을 스크린에 비추기 위한 투쟁에 가까웠다. 하지만 지금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우리가 ‘사람’으로서 우리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OTT로 폭넓어진 관객에게
아시아 문화·배우 매력 각인

좀 더 대중적인 영화들 중에서도 아시안 웨이브는 나타나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돼 큰 인기를 얻은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3부작에서는 베트남계 미국인 배우 라나 콘도어가 극중 한국계 미국인 라라 진 역을 연기했다. 라라 진 등 등장인물들은 한복을 입고 세배하거나 블랙핑크의 노래를 듣는다.

2018년 미국에서 흥행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역시 아시아계 감독, 배우들이 주역이었다.

2016년 인터넷에서는 한국계 미국인 배우 존 조를 <어벤져스> 등 영화 포스터에 백인 배우 대신 합성한 ‘존 조 놀이’가 유행했다. 할리우드 영화가 백인 배우 일색인 것을 넘어, 원작 소설의 아시아계 배역까지 백인에게 맡기는 ‘화이트워싱’에 빠져 있다는 점을 비판하는 움직임이었다. ‘존 조 놀이’의 유행이 불과 5년 전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 미국 영화계의 ‘아시안 웨이브’는 격세지감이다.

아시안 웨이브는 문화 다양성 확보를 넘어, 산업적 기회를 확대한다는 측면도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 극장가가 얼어붙자, 넷플릭스·디즈니 플러스 등 OTT 서비스가 주목받았다.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되는 OTT 콘텐츠 특성상, 미국 영화인들이 미국 관객만을 노린 영화를 만들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영국 BBC는 지난해 ‘어떻게 아시아 영화는 할리우드로 한 발짝 다가설 수 있었나’ 기사에서 “할리우드는 아시아계 미국인의 이야기가 조금 더 폭넓은 관객에게 호소력을 가진다는 점을 확신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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