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여당 성향의 경제학자로 알려진 이준구<사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정치권의 가덕도 신공항 추진과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 교수는 지난 15일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최근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둘러싸고 예타 면제의 예외 조항이 또다시 논란의 핵심으로 등장할 조짐이 보인다"면서 "난 어떤 구체적 근거에서 그 사업에 예타 면제가 적용될 수 있는지 잘 모르나, 상식적인 차원에서 생각해 보면 머리에 선뜻 떠오르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지역 균형발전에 도움이 되거나 긴급한 사정으로 국가 차원의 추진이 필요한 등의 경우에 예외를 인정해 준다고 하는데, 가덕도 신공항의 경우는 이 둘 중 어느 것에도 해당되는 것 같지 않아 보인다"면서 "정부와 여당이 어떤 예타 면제의 구실을 갖다 붙인다 해도 궁색한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 교수는 "야당까지 가세해 특별법을 통과시킨 것은 결국 이 사업이 경제적 목적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에서 추진되고 있음을 잘 말해 주고 있다"며 "그러니까 가덕도 신공항 사업이 제2의 4대강 사업이 될 수 있다는 뼈아픈 지적이 나오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신공항 건설이 뭐가 그리 시급한 사업이라고 그렇도록 성급하게 밀어붙이는지 그 자체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정부, 여당의 태도를 보면 마치 무엇에 쫓기기라도 하는 사람처럼 서두르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라고 했다.
그는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토목사업을 어느 정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아무 사업에나 마구잡이로 예타 면제를 적용하는 무리수를 두어 가면서까지 토목사업을 밀어붙이는 것은 절대 반대"라고 밀했다. 이어 "요즈음처럼 재정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국가채무에 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한층 더 보수적인 태도가 필요하다"며 "이런저런 사업에 모두 예타 면제를 적용하는 것은 국민의 눈에 방만한 재정운영으로 비칠 게 너무나도 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예타 면제는 예리한 날을 가진 칼과도 같다"며 "이런 위험한 무기를 함부로 휘두르는 것은 무모하기 짝이 없는 일"이라고 했다.
앞서 이 교수는 2019년 1월에도 정부가 국가균형발전프로젝트를 위해 24조1000억원, 총 23개 사업에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자 "예타 면제 소식은 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며 "왜 이런 무리수를 두었는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문재인 정부가 잘 되기를 바라는 사람 중 하나로, 나 같은 지지자에게 가장 곤혹스러운 일은 이 정부가 MB, 박근혜 정부와 비교해 나을 것이 하나도 없다는 평가를 듣는 것"이라며 "그런데 이번의 조치는 그 두 정부와의 구별을 어렵게 만드는 한 요인을 제공한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세종=박정엽 기자(parkjeongyeop@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