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시즌 맞아 당찬 포부 밝혀
메인스폰서·클럽·볼 “다 바꿨죠”
데뷔 후 처음 전담코치도 영입
아쉬운 2년 잊고 비거리 맹훈련
안정·공격 구분 똑똑한 경기 목표
“진영 언니가 미국서 같이 뛰재요”
임희정이 인천 청라 베어즈베스트골프클럽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퍼팅연습을 하는 모습. 볼에 새겨진 그림이 사막여우다. 박해묵 기자 |
국내 여자프로골프 선수중 2021시즌을 앞두고 가장 분주한 겨울을 보낸 선수 중 하나가 임희정(21·한국토지신탁)일 것이다. 메인스폰서가 바뀌었고, 클럽과 볼도 교체했으며, 프로데뷔 후 처음으로 전담코치의 지도를 받고 있다. 몸값이 뛴 만큼 부르는 곳도 많다. 인터뷰를 한 날도 화보촬영, 광고촬영, 유투브출연 등으로 빡빡한 스케줄을 보내고 있는 와중이었다.
골프팬들이나 관계자들은 임희정을 KLPGA를 대표할 손꼽히는 블루칩 중 하나로 꼽는다. 루키시즌인 2019년 3승이나 거뒀고, 2년차 때도 우승은 없었지만 상금랭킹 8위에 랭크된 강자다. 어지간해선 표정변화 없는 포커페이스에, 정교한 샷으로 무장한 임희정의 2021 시즌이 기대되는 이유다. 지난 주 인천 청라 베어즈베스트에서 임희정을 만났다.
▶“지난 2년은 너무 아쉬워요, 올해는 똑똑한 골프할래요”=야무진 표정으로 인터뷰에 임한 임희정은 지난 2년간의 성적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아쉽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첫해는 3승을 올렸지만 전반기에 기복을 보이다보니 첫승까지 너무 오래 걸렸고, 지난해에는 전반기에 괜찮았지만 우승이 안나오다보니 잘하려는 욕심을 내다 후반기는 더 고전했다는 것이다. 특히 US여자오픈에서 컷탈락을 하고 실망과 함께 자신감도 조금 잃었다.
평소 경기때 평정심을 유지하는 모습이었지만 본인은 아니었다고. “사실 실수하면 속으로는 많이 흔들려요. 또 과감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지만 안정적인 플레이스타일이에요. 올해는 좀 달라질 생각입니다. 파를 잡아야할 때, 버디를 노려야할 때를 정확히 구분하는 스마트한 골프를 하고 싶어요.” 임희정은 멘탈을 단단히 하기 위해 책을 읽으며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한다고. 또 비시즌이라도 느슨해지기 싫어 아침 5시에 눈을 떠서 스트레칭도 하고 친한 선수(이승현 박민지 등)와 가까운 산에도 오르고, 밥도 함께 먹으며 지낸다. 오후에는 연습에 올인한다.
▶ ‘예사(예쁜 사막여우)’ 임희정의 사소한 것들=임희정의 별명은 ‘사막여우’로 잘 알려져있다. 동기인 박현경이 어렸을 때부터 붙여준 별명이고, 팬클럽 이름도 ‘예쁜 사막여우(예사)’다. 팬들에게 주는 선물용 골프볼에도 귀여운 사막여우 캐릭터가 새겨져 있다. 임희정은 팬들과 소통에도 열심이다. 가능하면 인스타도 자주 올리고 답글도 거의 달고 있다. “팬클럽이 한 1000여명 되고, SNS 팔로워는 3만5000명쯤 되요. 저는 삼촌팬들이 많은 편인데 다들 골프를 좀 잘 치시는 거 같아요. 제 스윙이 칼 같아서 좋다고 하시더라구요”라며 쑥스러워했다. 임희정에게 징크스는 따로 없다. 다만 ‘붉은 옷’을 입고 3번 볼을 쓰면 대체로 좋은 성적이 나는 것 같아 많이 입고 쓴다. “엄마가 빨간색을 좋아해서 몇번 옷을 챙겨줬는데 그걸 입고 친날 플레이가 잘 되는 것같아서 자주 입어요. 주로 2,3라운드?” 우즈같은 최종라운드 트레이드 마크는 아닌 모양이다.
조아연 박현경과 함께 2019년에 데뷔한 임희정은 이들과 함께 ‘트로이카’로 거론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첫해에는 조금 신경쓰였는데 작년에는 좀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그런지 괜찮아요. 친하기도 하고 편하게 얘기하는 사이에요”라고 말했다.
올해 골프 외에 가장 하고 싶은 것으로 임희정은 ‘운전면허’를 꼽았다. 위험하다고 부모님이 만류해 아직 면허가 없다. 하지만 이제 면허를 따서 스스로 운전도 하고 친구를 만나러 다니고 싶다고한다. 데뷔 후 2차례 홀인원을 기록했던 임희정이 만약 올해 홀인원 부상으로 자동차를 받는다면 아마 그의 첫 차가 될 것 같다.
▶비거리 늘리고, 국내 1인자 도전=임희정의 올해 목표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는 비거리 늘리기, 둘째는 2년간의 아쉬움을 털고 국내무대를 평정하는 것이다. 임희정은 첫해 평균 246야드, 지난해 240야드의 드라이버샷 비거리를 기록했다. 올해는 250야드 이상으로 늘리고 싶다고 한다. 2년간 전담코치없이 필요할 때 원포인트 레슨으로 헤쳐나갔지만, 한계를 느꼈다. 한단계 점프하기 위해서는 꾸준하게 체크하고 수정해줄 수 있는 코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보름 전부터 최형규 코치와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다. 임희정은 “하체의 힘이나 스윙은 괜찮은데 상체의 힘을 못 쓴다고 해서, 최근 이두, 삼두쪽과 허리 강화 훈련을 하고 있어요”라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지훈련을 가지는 못했지만, 안성의 집 근처가 훈련여건이 좋아 큰 어려움은 없다고.
올해 바라는 성적을 물었다. “먼저...우승을 가능한 빨리 하고, 그 다음에는 3승까지 하고 싶어요. 마지막에는 상금왕, 대상?”이라며 웃었다. 특히 스카이72나, 레인보우힐스처럼 까다로운 코스에서 열리는 대회를 제패하고 싶다고.
▶“미국 LPGA 진출 기회가 온다면 가고 싶어요”=지난해 김아림이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미국진출한 것에 대한 느낌을 물었다. 그 역시 미국진출이 다음 목표인지. 임희정은 다부지게 “네”라며 자신의 꿈을 숨기지 않았다. 임희정은 “전에는 선수에 대한 대우도 좋고 대회도 많은 일본 투어진출을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바뀌었어요. 미국에 진출해서 제가 이겨낼 수 있는지 도전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지난 달 강진에서 훈련할 당시 세계랭킹 1위인 고진영과 같은 방을 썼다는 임희정은 미국무대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며 조언을 구했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진영이 언니가 어렵지만 도전할 가치가 있다며 얼른 미국 와서 같이 뛰재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미국진출 기회가 생긴다면 고민하지 않고 잡아볼 작정이라고 한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매년 새로운 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나아가는 임희정. 2021년에는 또 어떤 발자국을 남길지 궁금하다.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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