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부양안'이 드러낸 정치 지형 변화
"민주당, 지난 25년과 다른 방향으로 행진"
"공화당, '트럼프 포퓰리즘' 유산 속 혼란"
"민주당, 지난 25년과 다른 방향으로 행진"
"공화당, '트럼프 포퓰리즘' 유산 속 혼란"
“25년 전 민주당 대통령(빌 클린턴)은 '작은 정부'를 옹호했고, 이번주 민주당은 이와는 반대 방향으로 진군했다”(뉴욕타임스 13일자)
미국에서 1조9000억 달러(약 2156조원)의 '수퍼 경기부양안'이 통과한 뒤 정치적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재정 동원의 규모도 규모지만 직접적인 현금 지급 방식이나 광범위한 지원 대상 등을 감안하면 그간의 경기부양책과는 차원을 달리한다는 해석이 나오면서다. NYT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미국 민주당이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포기한 '복지의 시대','큰 정부'로 선회하는 움직임을 보였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하원을 통과한 경기부양안은 ▶최대 1400달러 개인 현금 지급 ▶주 300달러 연방 실업수당 지원 연장 ▶자녀 1인당 세액 공제 최대 3600달러 등 보편적인 지급부터 ▶유색인종 농부에 대한 대출 탕감 지원까지 등 광범위한 직접 지원책 등을 포함하고 있다. 법안 이름도 ‘미국인 구조 계획’이다. NYT는 “뉴딜 정책 이후 하위 계층에겐 가장 즉각적인 현금 지급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에서 1조9000억 달러(약 2156조원)의 '수퍼 경기부양안'이 통과한 뒤 정치적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재정 동원의 규모도 규모지만 직접적인 현금 지급 방식이나 광범위한 지원 대상 등을 감안하면 그간의 경기부양책과는 차원을 달리한다는 해석이 나오면서다. NYT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미국 민주당이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포기한 '복지의 시대','큰 정부'로 선회하는 움직임을 보였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인 구조 계획'이라고 명명한 경기 부양안에 서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지난 10일(현지시간) 하원을 통과한 경기부양안은 ▶최대 1400달러 개인 현금 지급 ▶주 300달러 연방 실업수당 지원 연장 ▶자녀 1인당 세액 공제 최대 3600달러 등 보편적인 지급부터 ▶유색인종 농부에 대한 대출 탕감 지원까지 등 광범위한 직접 지원책 등을 포함하고 있다. 법안 이름도 ‘미국인 구조 계획’이다. NYT는 “뉴딜 정책 이후 하위 계층에겐 가장 즉각적인 현금 지급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부양안에 반대한 공화당 역시 셈법이 복잡해졌다. 미국 내 여론조사에서 경기부양안에 대해 지지한다는 답변이 70%에 달하면서다. 공화당 지지자들 상당수도 현금지원에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역대급 부양안'이 기존 미국 정치 지형이 바뀌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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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 바이든의 변신…기저에는 심화된 불평등
지난 1996년 빌 클린턴(1993~2001년 재임) 전 미국 대통령은 “우리가 알던 복지는 끝났다(end of welfare as we know it)”고 선언하며 복지 제도를 개혁했다. 이후 약 20년간 복지에 있어 '큰 정부'를 지양하고 '균형 재정'을 중시하는 중도 성향은 민주당의 주류 집단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96년 복지 제도를 축소하는 복지 개혁을 단행했다. [AP=연합뉴스] |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11년 4470억 달러(약 507조 5785억 원) 규모의 ‘미국 일자리법안(American Jobs Act)’을 발의했을 때, 이를 저지한 것도 중도 성향의 민주당 상원의원들이었다.
상원 의원만 36년을 지낸 조 바이든 대통령도 역시 중도 성향의 민주당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런 바이든 행정부의 첫 주요 어젠다가 적극적인 복지 정책이라는 것에 상징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의 변신을 끌어낸 배경으로는 미국 내 심화하고 있는 불평등이 우선 꼽힌다. 지난 20년간 쌓인 불평등의 후유증이 코로나19를 계기로 곳곳에 터져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저변의 불만이 지난해 인종차별 항의 시위 등을 계기로 결집됐고, 그결과 민주당이 백악관은 물론 상원까지 장악하는 결과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바이든 정부가 천문학적인 재정으로 불평등 문제 다루는 건 미국 사회에서 불평등 문제가 전면에 부상한 결과"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도 2016년 대선에서 중국이 미국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구도를 짜는 식으로 불평등 문제에 대한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고, 민주당 역시 이번 대선에서 불평등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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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혹스런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코로나19 직접 지원금을 확대하는 제안을 의회에 했지만, 이 직접지원금 법안은 공화당 상원의 반대로 무산됐다. [로이터=연합뉴스] |
이번 상하원 입법 과정에서 공화당은 전원 반대표를 던졌다. 하지만 뒤에선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로저 위커 공화당 상원의원은 11일 트위터에 “경기부양안으로 레스토랑 운영자들이 286억 달러(32조 4753억원) 규모의 지원책을 받게 됐다”며 “이 자금은 중소기업들이 팬데믹 동안 일자리를 유지하고 계속 사업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라고 썼다.
공화당 전국위원회도 부양안에 대한 논평에서 국가 부채 증가와 암트랙(철도) 지원금 17억 달러(1조 9303억원) 등에 대해선 비판했지만, 자녀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 등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빈곤 문제가 공화당 세가 강한 농촌지역에서 더 심화하고 있고, 이들 지역 출신의 공화당 의원들이 육아 지원 등의 이슈를 꺼내드는 빈도가 높아진 게 이와 관련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경기부양안이 통과하며 공화당이 곤경에 빠졌다”며 “부양안을 둘러싼 공화당 내 분란은 트럼프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 공화당이 아직 입장을 명확하게 정하지 못했다는 걸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이번 부양안의 핵심 내용인 개인당 1400달러 지원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시절 먼저 제안했던 내용이기도 하다.
카를로스 쿠벨로 전 공화당 하원의원은 FT에 “우리는 공화당의 정체성 위기를 목격하고 있다”며 “공화당은 트럼프를 겪으며 포퓰리즘에 관대해졌다”고 평가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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