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서울시 영등포구 더플러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서울시장 야권 후보 단일화 비전 발표회를 마친 후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인사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야권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아 '3자 대결' 구도가 펼쳐져도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5일 나왔다. 오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야권 단일화에 성공해 '양자 대결' 구도가 된다면 누가 최종 후보가 됐든 박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크게 따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 여파로 야권에 유리한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게 역설적으로 단일화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두 후보는 16일 오후에 TV 토론을 개최하는 데 일단 합의했지만 양측 모두 포기가 쉽지 않은 만큼 갈수록 신경전이 거칠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리얼미터(문화일보 의뢰)에 따르면 지난 13~14일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30명에게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3자 대결에서 오 후보가 35.6%, 박 후보가 33.3%, 안 후보가 25.1%를 각각 얻은 것으로 집계됐다. 야권이 나뉘어도 오 후보가 박 후보를 2.3%포인트 차이로 앞서는 것이다.
가상 3자 대결에서 오 후보가 1위에 오른 조사 결과는 이번이 처음이다. 양자 대결 구도에선 야권 단일 후보가 박 후보를 크게 따돌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오 후보는 54.5%로 박 후보(37.4%)보다 17.1%포인트나 앞섰다. 안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가 되면 55.3%, 박 후보는 37.8%를 각각 얻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여론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LH 투기 의혹이 촉발된 이후 야권에 유리한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단일화 협상은 더욱 꼬이는 모양새다. 양측은 이날 거친 설전을 주고받았다. 국민의힘에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전면에 나서 안 후보를 향해 날 선 발언을 쏟아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안 후보를 겨냥해 "토론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사람이 앞으로 서울시장 노릇은 어떻게 하겠냐"고 말했다. 안 후보 측이 당명을 뺀 여론조사를 돌리자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그는 "오 후보는 기호 2번 국민의힘 후보지 자연인이 아니다"면서 "이런 걸 무시하고 딴짓하자고 할 것 같으면 그건 상식에 맞지 않는 일이다. 그렇게 자신 없는 사람이 무슨 출마를 하려고 하냐"고 쏘아붙였다.
김 위원장은 협상이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두 후보가 당초 약속한 시한(19일)까지 단일화가 안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가급적이면 19일 전에 (단일화)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면서도 "자꾸 시비 걸 것 같으면 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김 위원장은 안 후보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포함해 더 큰 야권을 만들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내가 보기엔 아무런 교감도 없이 단일화 막판에 불리한 여건에 처하니까 그 힘을 좀 발휘해 보려고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나 싶다"고 꼬집었다.
지지율 하락세에 안 후보는 이날 계속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김 위원장 발언은 모욕적"이라며 "야권 지지자들이 김 위원장의 옹고집과 감정적 발언에 한숨 쉬고 있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이후 비전발표회에서 기자가 '윤 전 총장과 실제로 연대하고 있냐'고 묻자 "가급적 정책 질문부터 해달라"며 대답을 피했다. 이어 "윤 전 총장이 야권에 도움 되는 어떤 형태라도 자리 잡을 때 제가 많은 도움을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오 후보는 이날 비전발표회에서 안 후보가 윤 전 총장과 가까운 듯한 발언을 하는 것에 대해 견제구를 날렸다. 오 후보는 "저희도 윤 전 총장과 모종의 대화가 있었다"며 "제가 확인한 바로는 적어도 단일화 전까지 (윤 전 총장이) 어느 쪽과 쉽게 함께하는 모습이나 도와주는 모습은 없을 것이란 뜻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오 후보가 전날 자신을 향해 '분열을 잉태할 후보'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서도 격하게 반응했다. 그는 "놀랍고 충격적"이라며 "그렇다면 저와 단일화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것 아니냐. 오 후보는 단일화의 진정성을 갖고 있냐"고 말했다. 이어 "야권 인사의 부동산 투기와 뇌물 수수가 앞으로 나올 것"이라며 "(저는) 거기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후보"라고 응수했다.
오 후보는 "안 후보가 시장이 되고, 거기에 (윤 전 총장 등) 당 외곽의 다른 유력 주자들이 결합하게 되면 내년 대선에서 야권은 100% 분열된다"는 주장이다. 다만 오 후보는 이날 "국민이 보시기에 걱정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안 후보께 죄송하다"며 "날 선 공방은 더 이상 없다는 각오를 밝히겠다"고 전했다.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희수 기자 / 박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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