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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세먼지 10㎍ 상승하면 폐렴 입원 환자는 1%씩 늘어난다

중앙일보 강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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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세먼지 10㎍ 상승하면 폐렴 입원 환자는 1%씩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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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 곽혜선 교수 '환경보건' 저널 논문
고농도 노출 사흘 뒤 입원 환자 늘어나
연대 이광수 교수 "알레르기 비염 증가"
서울 등 수도권과 충남지역에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 저감조치가 발령된 15일 오전 서울 남산공원에서 바라본 도심이 뿌옇다. 장진영 기자

서울 등 수도권과 충남지역에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 저감조치가 발령된 15일 오전 서울 남산공원에서 바라본 도심이 뿌옇다. 장진영 기자


지난 10일 서울의 초미세먼지(PM2.5) 일평균 농도는 ㎥당 66㎍(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을 기록했고, 이날부터 수도권과 충남 지역을 중심으로 미세먼지가 6일째 기승을 부리고 있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36㎍/㎥ 이상이면 '나쁨', 76㎍/㎥ 이상이면 '매우 나쁨' 단계인데, 지난 11일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89㎍/㎥로 '매우 나쁨'을 기록했다.

15일에도 오후 1시까지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평균 72㎍/㎥로 '매우 나쁨'에 근접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고농도 미세먼지에 며칠만 노출돼도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화여대 약학대학·대학원 약학과 곽혜선 교수 등은 최근 국제저널 '환경보건(Environmental Health)'에 발표한 논문에서 "초미세먼지가 10㎍/㎥ 상승할 때마다 폐렴으로 인한 병원 입원은 1% 증가하고, 응급실 방문은 0.4% 늘어난다"고 밝혔다.

이 논문은 전 세계에서 발표된 21개 연구 결과를 메타 분석(Meta analysis)한 결과다.


메타분석이란 동일하거나 유사한 주제에 대한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해서 고찰하는 연구를 말한다.



노출 3~5일 후 입원 환자 가장 많아



수도권을 중심으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나타낸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대 도심이 미세먼지에 덮혀 뿌옇게 흐린 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뉴스1

수도권을 중심으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나타낸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대 도심이 미세먼지에 덮혀 뿌옇게 흐린 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뉴스1


곽 교수 등은 논문에서 "이번 연구를 통해 초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에 대한 단기 노출과 폐렴으로 인한 병원 입원 사이의 상관관계를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동아시아 지역에서 발표된 5개 연구 결과만 보면, 초미세먼지가 10㎍/㎥ 상승할 때마다 폐렴으로 인한 병원 입원이나 응급실 방문이 1.2% 상승했다"며 "북미 지역 4개 연구에서는 같은 조건에서 0.3%만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동아시아 지역 사람들은 평상시 초미세먼지에 더 많이 노출되고, 그에 따른 건강 부담이 북미 지역 사람보다 높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대기오염 물질의 구성이나 독성, 민감 계층의 분포 등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또 "병원 입원은 대기오염 물질 농도가 상승한 당일보다는 3일 또는 5일 후에 가장 많았다"며 "초미세먼지 농도 10㎍/㎥ 상승했을 때 폐렴 환자 입원 증가는 3일 후에, 미세먼지(PM10)가 상승했을 때는 5일 후에 입원 환자가 가장 많이 늘었다"고 덧붙였다.

미세먼지 노출이 폐렴으로 이어지는 것은 미세먼지가 점액 섬모를 손상해 미생물을 제거율을 떨어뜨리는 식으로 면역계에 영향을 주고, 폐에서 활성산소를 만들어 산화 스트레스를 일으키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5일 계속 높으면 알레르기 비염 늘어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미세먼지 농도 '나쁨' 수준을 보인 15일 오전 광주 북구 운암동 한 도로에서 북구청 환경과 기후변화대응팀 직원들이 미세먼지 절감을 위해 살수차로 물을 뿌리고 있다. 뉴스1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미세먼지 농도 '나쁨' 수준을 보인 15일 오전 광주 북구 운암동 한 도로에서 북구청 환경과 기후변화대응팀 직원들이 미세먼지 절감을 위해 살수차로 물을 뿌리고 있다. 뉴스1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이광수 교수팀은 지난해 '보건행정학회지'에 게재한 논문에서 "초미세먼지가 10㎍/㎥ 증가할 때마다 국내 남성의 알레르기 비염 외래 이용 건수가 3% 증가했고, 여성도 3.3%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3~2017년 진료 자료를 바탕으로 '5일 이동평균 농도' 모형을 활용해 분석했다.

5일 이동평균 모형은 입원 당일에 이전 나흘까지 포함해 총 5일 동안의 미세먼지 농도의 평균을 계산한 것으로, 이 평균값과 외래 환자의 숫자 변화를 비교했다.

미세먼지(PM10)의 경우는 5일 이동평균 모형에 따라 10㎍/㎥ 증가할 때마다 국내 남성의 알레르기 비염 외래 이용 건수가 3.8% 증가했고, 여성의 경우는 4.1% 늘었다.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물질 농도가 하루·이틀 급격히 상승하거나, 고농도 상태가 5일 정도 지속할 경우 알레르기 비염으로 인한 병원 방문 건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대기오염 물질 농도와 기온이 알레르기 비염의 외래이용 건수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봄보다 여름에는 알레르기 비염의 외래이용 건수가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미세먼지 농도의 영향을 받아 알레르기 비염의 의료 이용이 증가한다는 것은 미세먼지가 알레르기 비염을 악화시켜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로 인해 미세먼지 농도 차이로 인해 지역 간 건강 불평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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