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사망자 다수 머리에 총 맞아
미얀마軍, 시위대 조준사격 의혹
민주진영 지도자 “군부 뒤집고 혁명”
공무원들 파업 가세… 행정업무 마비
시위 나선 임신부들 “우리 아기들의 미래를 불태우지 말라” 14일 트위터에는 미얀마 임신부들이 거리로 나와 반쿠데타 시위에 동참한 사진들이 올라왔다. 이들은 전날(13일) 한 임신부가 시위 도중 군경의 총에 머리를 맞아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군부를 규탄하며 시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만삭의 임신부들은 ‘우리 아기들의 미래를 불태우지 말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인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의 얼굴 사진이 인쇄된 피켓을 들었다. 트위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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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유혈 진압하면서 지난달 1일 쿠데타 발발 이후 지금까지 1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13일 하루에만 임신부와 13세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13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지자 14일엔 만삭의 임신부들도 시위에 나섰다. 미얀마 민주진영 지도자는 14일 첫 온라인 연설에서 “군부를 뒤집고 혁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3일 미얀마 매체 이라와디는 이날 군경의 유혈 진압에 시위대 최소 13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쿠데타 이후 이날까지 41일 동안 최소 92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14일에도 양곤 등에서 시위대가 추가로 14명 이상 숨졌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13일 미얀마 제2도시인 만달레이에서 시위대 5명이 군경의 총에 맞아 숨졌다. 최대 도시인 양곤에서는 2명, 중부 마궤 지역에서도 1명이 숨졌고, 바고 지역에서는 19세 해양대 재학생 코 텟 미얏 아웅 씨가 배에 총탄 두 발을 맞고 숨졌다. 한 청년은 입에 총을 맞고 턱이 부서지는 중상을 입었다.
시위에 참가한 젊은이에게 은신처를 제공한 도 표온 씨는 머리에 총탄을 맞은 뒤 군경에 끌려갔다. 현지 언론은 “그녀의 가족들이 아직 딸의 상태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위에 참여한 승려 20여 명도 진압 과정에서 부상을 당했고 상당수는 위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 사망자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 양곤, 만달레이 등 대도시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현지 언론은 희생자 중 다수가 머리에 총을 맞은 10대 후반의 학생들이라고 전했다. 미얀마에서는 군인들이 시위대의 머리를 ‘조준 사격’ 한다는 의혹이 일었다. 현지 트윗에 따르면 13일 사망자 중에는 13세 어린이와 임신부도 있었다. 임신부도 군경이 쏜 총에 머리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이 퍼지자 14일 일부 시위엔 미얀마 임신부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우리 아기들의 미래를 불태우지 말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의 얼굴 사진이 인쇄된 피켓을 들고 군부를 규탄했다.
미얀마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가 지난주 부통령 대행으로 임명한 만 윈 카잉 탄은 14일 페이스북에서 첫 대중 연설을 발표했다. CRPH는 군부에 의해 축출당한 민주진영 의원들이 자체적으로 구성한 ‘임시정부’다.
탄 대행은 “지금이 국가의 가장 어두운 순간이자 여명이 가까워진 순간”이라며 “독재의 탄압을 받아온 모든 민족, 형제가 열망하는 민주주의를 얻기 위해 이번 혁명은 우리가 단결할 기회”라고 호소했다. 그는 “국민의 방어권 행사를 위해 필요한 입법을 추진하고 임시 행정팀을 꾸려 공공행정을 처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미얀마는 공무원들도 총파업에 가세해 행정 업무가 마비된 상태다.
군부를 ‘테러 조직’으로 규정한 CRPH는 미얀마 각 지역의 민족 무장단체 대표들을 잇달아 접촉하고 있다. 로이터는 무장단체 중 일부가 CRPH에 지원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민주진영과 무장단체가 손을 잡고 군부를 향한 무력 대응에 나설 경우 미얀마 사태가 내전(內戰)으로 격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CRPH는 영국에 본사를 둔 인권 전문 국제 로펌과도 최근 계약을 맺었다. CRPH는 “유혈 진압에 책임이 있는 자들을 상대로 국제 소송을 벌일 때 법률 조언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얀마 군부는 CRPH를 불법 무장단체로 규정하고 “누구든 CRPH에 협조하면 반역죄로 기소돼 사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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