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백지수 기자]
개학 1주일 전 시행한 온라인클래스(이하 온클래스) 쌍방향 화상수업 사전 점검에서 오류가 30% 가까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EBS와 개발업체 측은 사용자의 미숙지로 원인을 돌렸다.
기본적인 로그인과 회원인증 오류는 개학 전날까지 해결 여부가 불투명했지만 교육당국은 프로그램 현장 적용을 강행했다. 교육·IT 업계에서는 혼란이 예견된 상황에서 무리하게 서비스 개시를 밀어붙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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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클래스 사전 점검에 대한 보고서 내용 일부. 쌍방향 화상수업의 경우 개학 1주일 전 시행한 사전 점검 시 오류가 30% 가까이 발생했다. /자료제공=강민정 의원실 |
개학 1주일 전 시행한 온라인클래스(이하 온클래스) 쌍방향 화상수업 사전 점검에서 오류가 30% 가까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EBS와 개발업체 측은 사용자의 미숙지로 원인을 돌렸다.
기본적인 로그인과 회원인증 오류는 개학 전날까지 해결 여부가 불투명했지만 교육당국은 프로그램 현장 적용을 강행했다. 교육·IT 업계에서는 혼란이 예견된 상황에서 무리하게 서비스 개시를 밀어붙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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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기술 원격수업' 고집하다 오류율 폭탄… 유은혜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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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이 EBS로부터 입수한 '온라인클래스 재구조화사업' 문서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EBS와 GS ITM 컨소시엄은 온클래스 쌍방향 화상수업 서비스 사전점검을 실시했다.
이 문서는 지난달 25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온클래스 상황실을 방문할 당시 보고용으로 작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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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이 EBS로부터 입수한 '온라인클래스 재구조화사업' 문서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EBS와 GS ITM 컨소시엄은 온클래스 쌍방향 화상수업 서비스 사전점검을 실시했다.
이 문서는 지난달 25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온클래스 상황실을 방문할 당시 보고용으로 작성됐다.
온클래스 쌍방향 화상수업은 올해 처음 제공하는 기능이다. 지난해 줌(Zoom) 등으로 대체했던 실시간 쌍방향 원격수업을 국내 기술로 대체하겠다는 취지다.
사전점검에는 교사 1129명이 참여했다. 당시 의견수렴 결과 접속이 원활하다는 의견은 828명(74.9%)에 그쳤다. 3분의 1 가량인 292명(26%)은 오류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프로그램 서비스 시작 약 1주일 전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오류율이다.
오류 유형은 '사용 중 끊김'이 180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 외 오류도 112명에게서 나타났다.
EBS와 개발업체 측은 오류가 발생한 원인이 "사용자 불편사항으로 인한 미숙지, 환경 등에 의한 서비스 사용 불편"이라고 분석했다.
EBS 온라인클래스 사전점검 내용 중 일부. 로그인 등의 주요 기능 오류는 개학 전까지 정상화가 불투명 한 상황이었다. /자료제공=강민정 의원실 |
개학 후 잦은 오류로 불편을 야기한 기능들도 개발 막바지까지 해결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였다.
개발업체 측은 서비스 오류 건수가 300건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또 오류 유형을 △교사 권한 오류 △교육청별 데이터 연동 오류 △서비스정책 오류 △신규 기능 사용성 미흡 △로그인·회원인증 오류 등 다섯 가지로 나눴다.
로그인 등 주요 기능에 대한 오류는 2월말까지 해결하겠다는 계획만 밝혔다. 홍유진 서울 당곡중 교사(실천교육교사모임 이사)는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힌 오류들도 실제 개학 후 똑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했다"고 말했다.
결국 개학 시점까지 오류가 완벽히 잡히지 않을 수 있는 상황에서 교육부가 일정을 강행한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이 이어져 원격수업에 대한 요구가 커진 만큼 프로그램 적용 시점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강민정 의원은 "이번 문제는 교육부의 학교와 개발 현장에 대한 소통부족, 조직 내에 여전한 실적 및 성과주의 관행이 결합해 발생한 혼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부는 향후 사업 수립과정에서 현장의 참여를 확대하고, 인력, 예산, 사업 기간을 현실화하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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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업계 "오류율 너무 높고 사전점검 표본 너무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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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전국 동시 개학과 동시에 각급 학교에선 온클래스 로그인 오류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졌다. 로그인에 겨우 성공해도 교사가 개설한 강의나 교사가 학생에게 보낸 클래스 접속 초대장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등의 로그인·인증 관련 문제들이 일주일 넘게 보고됐다.
IT업계 시스템·SW(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사전점검 오류율이 26%에 달했던 만큼 교육부와 EBS, 개발업체가 너무 무리하게 서비스 오픈을 강행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오류 보고율이 두 자리 수가 넘을 정도로 높고 개인정보 보호는 물론 전반적인 서비스 운영에 치명타를 안길 수 있는 로그인·인증 문제 해결이 불확실했던 상황이라면 발주처와 개발사가 의견을 조율해 서비스 개시 연기 등의 결단을 내리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대기업 계열 SI업체에서 대국민 서비스 운영을 맡았던 한 개발자는 "서비스 출시 직전까지도 시스템상 오류가 발생하는 일이 흔하다"면서도 "치명적인 오류는 반드시 우선적으로 해결해 최대한 오류율을 줄인 뒤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이 정석"이라고 말했다.
사전 검토 표본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온클래스는 전국 중·고교 학생과 교사 등 약 300만명 이상이 매일 동시에 접속해야 하는 대규모 시스템이다. 조사 표본 교사 수가 예상 접속자 수의 0.05%를 밑돈 만큼 실제 적용시엔 오류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SI업계 한 관계자는 "보통은 한번에 접속자 수백만명이 몰리는 시스템을 신규 오픈하기 전에는 이번 경우처럼 실제 이용자 표본조사가 아니라 예상 접속자 수에 준하는 가상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방법으로 시범 테스트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컨소시엄 주사업자인 GS ITM은 이날 본지에 "현재 자사 인력이 모두 투입돼 오류 개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오류 전반에 대해 재점검하고 정상화하겠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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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 "항의 받고 오류 뜨고…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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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예견된 혼란의 가장 큰 피해자는 학생과 교사다. 원격수업 플랫폼은 대면 수업으로 치면 교실과 같은 역할을 담당한다. 학생과 교사는 교실이 제대로 만들어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수업을 해야하는 상황이 2주나 지속된 것이다.
교사들은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 플랫폼으로 갑자기 수업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며 학부모나 학생의 민원까지 받아내야 하는 상황이다. 제대로 된 수업을 진행하기 힘든 환경이다.
대전시 한 초등학교 6학년 담임교사 A씨는 "화상수업을 배포할 대상(학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오류가 갑작스레 발생해 아이들을 줌(Zoom)으로 불러모았는데 안 온 학생에게는 일일이 전화로 알려야 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수업에 쏟을 시간을 뺏긴다는 의미다.
무리하게 온클래스 업그레이드를 고집하지 않고 지난해 해왔던 방식대로만 수업했더라도 이런 혼란은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건철 서울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은 "지금 현 시점에서 유일한 대책은 이 모든 서비스를 중단하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기초 단계로 돌아가는 것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mj1@mt.co.kr, 백지수 기자 100js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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